■ 경주이씨/익재이제현선생

익재 이제현 詩 모음

야촌(1) 2022. 8. 2. 17:32

■고려를 지킨 위대한 정치가요 대학자의 주옥 같은 명시

   익재 이제현(益齋 李齊賢, 1287∼1367)

 

  선생은 김해(오늘날의 마산, 창원, 진해 지역)에서 태어나 개성의 철동과 자남동의 죽림당에서 사시다 만년에는 지금의 산소 아래인 장풍군 십탄리 서원촌에 사시었다.

 

사후 선생께서 사시던 집터에다 1662년(현종 3) 서원이 건립 되고, 24년 후인 1686년(숙종 12)에 ‘道山(도산)’이라는 사액을 받아 선현배향(先賢配享)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여오던 중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68년(고종 5)에 훼철되었다.

 

그 후 문헌 고증으로 보아 후손들과 전국 유림에서 1939년에 복설 계획을 추진 중건되었으나 6.25전란으로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 익재(益齋) 선생의 시(詩)를 접하다 보면 한편의 詩속에 그 당시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1] 簡李員外(간이원외)

     李員外에게 便紙하다.

 

吾生如寄耳(오생여기이) / 우리 人生 나그네 살이
方寸只君知(방촌지군지) / 이 내 마음은 그대만이 알아
歲晩深期在(세만심기재) / 晩年의 깊은 約束 있었지
東歸定幾時(동귀정기시) / 어느 때 故鄕 동산 돌아갈까.

[2] 感懷 二首. 1(감회이수. 1)

     내 마음속의 느낌!

 

杜鵑花發杜鵑啼(두견화발두견제) / 진달래 피고 두견(杜鵑)새 우는데
香霧空濛月欲西(향무공몽월욕서) / 자욱히 안개 짙고 달은 西山으로 기운다.
立馬得詩還忘却(입마득시환망각) / 말을 멈추고 詩를 지었으나 문득 잊고선
鳳城東望草萋萋(봉성동망초처처) / 봉성(鳳城) 東쪽에서 바라보니 풀만 우거졌구나.

봉성(鳳城: 임금이 거쳐하는 집.



[3]感懷 二首. 2(감회이수 2)

光風轉夜露華微(광풍전야로화미) / 화창(華暢)한 바람 이는 밤의 이슬 희미(稀微)하고
零落春紅欲滿衣(영락춘홍욕만의) / 떨어지는 꽃잎은 옷에 수북 쌓인다.
喚取佳人騎細馬(환취가인기세마) / 가인(佳人)을 불러 작은 말에 태우고
敎吹玉笛月中歸(교취옥적월중귀) / 玉피리 불면서 밤에 돌아가게 하소서.

[4]感懷 四首. 1

    연경(元나라 首都)으로 가면서....

 

旅枕鷄號夢易廻(여침계호몽역회) / 나그네 베개머리 닭 울음소리에 갑자기 깨어나
征鞍欲拂思悠哉(정안욕불사유재) / 말에 앉아 떨치려 하니 생각이 아득하다.
霜風淅瀝貂裘弊(상풍석력초구폐) / 서릿발 같은 찬바람에 갖옷은 해졌고
星月闌干畵角哀(성월란간화각애) / 별빛 달빛 스러지니 피리 소리 哀切하도다.

淸渭却思浮葉去(청위각사부엽거) / 맑은 渭水에 도리어 배 띄워 떠날 것 생각하고
玄都非爲看花來(현도비위간화래) / 玄都觀에는 꽃구경하러 온 것만이 아니라오.
孟嘗賓客皆珠履(맹상빈객개주리) / 맹상군(孟嘗君)의 門客은 모두 구슬 신을 신었지만
豈必三千摠俊才(기필삼천총준재) / 三千名이 다 뛰어난 人才였을까?

[5] 感懷 四首. 2
枕肱茅店夜三更(침굉모점야삼경) / 띳집 旅館에 팔 베고 누우니 三更인데
矯首金臺路幾程(교수금대로기정) / 머리 들어 金臺를 바라보니 갈 길은 얼마인고.
苦節頗同彈鋏客(고절파동탄협객) / 괴로이 지킨 節槪 彈鋏客과 비슷하건만
芳年已過棄繻生(방연기과기수생) / 나이는 이미 棄繻生보다 더 들어버렸네.

窮通有命悲親老(궁통유명비친노) / 窮하고 通함 運命이나 老父母가 애처롭고
緩急非才愧主明(완급비재괴주명) / 緩急調節 才주 없어 어진 임금께 부끄럽네.
畢竟行藏誰與問(필경행장수여문) / 結局에 나의 몸 둘 바를 누구에게 물으랴
滿窓霜月獨鍾情(만창상월독종정) / 窓에 가득한 서릿달만 이 가슴을 울리네.

[6] 感懷 四首. 3
半世雕虫恥壯夫(반세조충치장부) / 半平生의 글장난 壯夫로서 부끄럽고
中年跨馬倦征途(중년과마권정도) / 中年에 말을 타는 먼 길에 지쳤는데
杯盤草草燈花落(배반초초등화락) / 단출한 술床 위에 燈盞불똥 떨어지고
關塞迢迢曉月孤(관새초초효월고) / 아득한 國境要塞의 새벽달이 외로워라.

華表未歸千載鶴(화표미귀천재학) / 華表에는 千 年동안 鶴이 돌아오지 않고
上林誰借一枝烏(상림수차일지오) / 上林苑 나뭇가지 누가 까마귀에게 줄까.
有錢徑買澆腸酒(유전경매요장주) / 돈 있으면 곧바로 술을 사서 마시고
莫使詩班入鬢鬚(막사시반입빈수) / 詩 짓느라 鬚髥 희끗해지게 아니 하리.

[7] 感懷 四首. 4
長卿去蜀曾題柱(장경거촉증제주) / 長卿은 蜀나라 떠날 때 기둥에 글을 썼고
鄒子遊梁得曳裾(추자유량득예거) / 鄒子는 梁나라에 머물며 옷자락을 끌었나니.
奔走無功合投劾(분주무공합투핵) / 奔走해도 功 없으면 應當 물러나야지
交遊似夢惜離居(교유사몽석리거) / 사귀던 일 꿈만 같아 헤어짐이 아쉽지만.

未拚蓑笠盟鷗鳥(미변사립맹구조) / 도롱이 삿갓 털기도 前 갈매기와 놀자하고
已分圖書養蠹魚(이분도서양두어) / 冊은 이미 좀이 먹게 나누어 주었네.
一望鄕關時自笑(일망향관시자소) / 故鄕山川 바라보매 절로 웃음 나오니
百年天地亦蘧廬(백년천지역거려) / 한平生 世上살이 그 또한 旅館살이로다.

[8]江村暮雪(강촌모설)

    저녁 무렵 산야에 내린 눈.


風緊雲容慘(풍긴운용참) / 바람은 거세 구름 貌樣 애처롭고
天寒雪勢嚴(천한설세엄) / 날씨는 추워 눈 오는 氣歲 森嚴하네.
篩寒洒白弄纖纖(사한쇄백농섬섬) / 흩날리는 눈발을 가지고 놀면서
萬屋盡堆鹽(만옥진퇴염) / 집집마다 소금을 쌓아 놓았네.

遠浦回漁棹(원포회어도) / 멀리 浦口에 고기잡이 배 돌아오고
孤村落酒帘(고촌락주렴) / 외딴 村落에 술집 깃발 내려졌네.
三更霽色妬銀蟾(삼경제색투은섬) / 三更의 雪光이 달빛을 嫉妬하여
更約掛疏簾(갱약괘소렴) / 다시 성긴 珠簾을 매달려 하네.

[9] 居士戀(거사련)

    집 떠난 居士 男便을 思慕함.


鵲兒籬際噪花枝(작아리제조화지) / 울타리 옆 꽃가지에 까치 지저귀고
嘻子床頭引網絲(희자상두인망사) / 침상(寢床)머리 거미는 줄을 친다.
余美歸來應未遠(여미귀래응미원) / 내님이 돌아 올 날도 멀지않음을
精神早已報人知(정신조기보인지) / 精神은 일찍이 사람에게 일러 알게하네.

[10]高亭山(고정산)

     황해도 북부에 있는 산(높이 507m)


江上山如淡掃眉(강상산여담소미) / 江 위의 山들은 곱게 그린 눈썹 같고
人家處處槿花籬(인가처처근화리) / 집집마다 곳곳마다 無窮花 울타리로다.
停舟欲問松間寺(정주욕문송간사) / 배를 멈추고 소나무 사이의 절을 물으려
策杖先窺竹下池(책장선규죽하지) / 지팡이 짚고 대나무 아래쪽 못을 살펴본다.

帆影暮連芳草遠(범영모련방초원) ~ 날 저물어 돛 그림자는 芳草와 잇닿아 아득하고
鐘聲曉出白雲遲(종성효출백운지) / 새벽이면 鍾소리 구름 속에서 隱隱히 울려온다.
憑欄一望三吳小(빙란일망삼오소) / 欄干에 기대어 三吳 地方 바라보니
像想將軍立馬時(상상장군립마시) / 將軍이 여기서 駐屯한 그 때가 생각 나는구나.

[11] 古風 七首. 1
歲暮連日雪(세모연일설) / 歲暮에 날마다 눈 내리고
百卉俱拉摧(백훼구립최) / 온갖 풀들 모두 꺾이었구나.
政恐入新春(정공입신춘) / 正말 두렵기는 새봄이 되어서도
陰雲仍未開(음운잉미개) / 어두운 구름 개지 않는 것일세.

娟娟一樹梅(연연일수매) ~ 아리따운 한 그루 梅花꽃은
脈脈在空谷(맥맥좌공곡) / 情을 품은 듯 말없이 빈 골짜기에 피었구나.
幽香人不知 (유향인부지) / 그윽한 香氣 사람들은 모르지만
瘦骨淸如玉(수골청여옥) / 瘦瘠한 骨格 白玉처럼 깨끗하구나.

[12] 古風 七首. 2
宵寒夢易破(소한몽이파) / 밤이 차가워 잠이 쉬이 깨니
展轉不自聊(전전부자료) / 輾轉反側 無聊히 누웠노라.
攬衣起窺戶(남의기규호) / 옷 걸치고 일어나 門 밖을 살펴보니
落落星月高(낙락성유고) / 落落한 별과 달은 높기도 하구나.

開爐具燈火(개로구등화) / 火爐에 불 피우고 燈불 밝히며
坐聽風枝號(좌청풍지호) / 앉아서 바람 소리 듣노라.
念彼窮谷士(염피궁곡사) / 저 깊은 골짜기에 선비를 생각하니
誰與同其袍(수여동기포) / 누구 나와 道袍를 함께 하려나.

[13] 古風 七首. 3
公子遠行役(공자원행역) / 公子가 먼 길을 떠나며
鞍馬光翁赩(안마광흡혁) / 말에 鞍裝하니 붉은 光彩 눈부시네.
憔悴玉樓妾(초췌옥루첩) / 玉樓의 憔悴한 女人은
忍淚不敎滴(인루불교적) / 눈물을 참으며 흘리지 않네.

念之不可忘(염지불가망) / 그리운 생각 잊을 길이 없지만
奮飛無羽翼(분비무익익) / 떨치고 날려고 해도 날개가 없구나.
寒鍾鳴苦遲(한종명고지) / 새벽 鍾 울림이 왜 이리 늦은지
何時東方白(하시동방백) / 언제쯤 먼東터 날이 밝으려나.

[14] 古風 七首. 4
三冬天地閉(삼동천지폐) / 겨울 추위에 天地가 모두 막히니
龍蛇蟄幽宮(용사칩유궁) / 龍과 뱀은 蟄居에 들었다.
世道多反覆(세도다반복) / 世上의 길이 反覆이 많지만
君子有固窮(군자유고궁) / 君子는 어려워도 어려움을 固守한다네.

虛窓列遠岫(허창렬원수) / 빈 窓門으로 먼 山이 환히 보이는데
白雲度晴空(백운도청공) / 흰 구름은 閑暇히 갠 하늘을 지나는구나.
從嗔不迎客(종진불영객) / 성내어 손님을 맞이하지 않고
揮琴送飛鴻(휘금송비홍) / 거문고 타며 날아가는 기러기만 餞送하누나.

[15] 古風 七首. 5
蘇秦學鬼谷(소진학귀곡) / 蘇秦은 鬼谷 先生에게 배웠으나
適取勞其生(적취로기생) / 마침내 自己의 一生만 고달프게 하였네.
起來佩相印(기래패상인) / 다시 일어나 丞相의 印을 찼으니
足使妻嫂驚(족사처수경) / 아내와 兄嫂를 놀라게 하였네.
胡爲任寸舌(호위임촌설) / 어이하여 한 치쯤 되는 혀를 가지고
抵死談縱橫(저사담종횡) / 죽을 때까지 縱橫策만 말했던가.
便有二頃田(변유이경전) / 假令 二頃의 農土가 있었다 하여도
知渠不躬耕(지거불궁경) / 그는 반드시 몸소 밭 갈지는 않았으리라.

[16] 古風 七首. 6
山中有故人(산중유고인) / 山中에 親舊가 있어
貽我尺素書(이아척소서) / 나에게 便紙를 傳해왔다네.
學仙若有契(학선약유계) / 神仙 배우는 데에 萬若 딱 맞는 法이 있다면
此世眞蘧廬(차세진거려) / 이 世上은 참으로 오막살이리라.
軒裳非所慕(헌상비소모) / 富貴榮華 欽慕하는 것은 아니지만
木石難與居(목석난여거) / 木石과 함께 살 수는 없는 것이라네.
不如飮我酒(불여음아주) / 世上 일 술 마시기보다 못하니
死生任自如(사생임자여) / 죽고 사는 일은 自然에 맡기노라.

[17] 古風 七首. 7
淸朝樂無事(청조락무사) / 淸明한 아침 아무 일 없어
十日九下帷(십일구하유) / 열흘이면 아흐레는 揮帳을 내렸다.
偶然出官道(우연출관도) / 偶然히 벼슬길에 나아가
立馬看奔馳(입마간분치) / 말을 멈추고 바쁜 人生 보았네.
草草功名士(초초공명사) / 功名을 선비는 부질없이 근심하고
紛紛豪俠兒(분분호협아) / 豪俠한 사람 空然히 바쁘기만 하네.
歸來對黃卷(귀래대황권) / 돌아와 冊을 對하여
一笑還自怡(일소환자이) / 한 番 웃으니 도리어 내 마음 便해지는구나.

[18]哭尙德洪宰相瀹(곡상덕홍재상약)
      재상(宰相) 홍약(洪㵸)을 哭하며 德을 기림.


邂逅俄成別(해후아성별) / 期約 없이 만나 이내 離別하고
驚呼已隔生(경호이격생) / 놀라서 불러보니 삶을 떠났구려.
臨書懷善誘(림서회선유) / 冊을 펼치면 그대의 忠告 생각나고
對酒憶眞情(대주억진정) / 술 對하니 참다운 情이 생각나오.
淚溢大同水(루일대동수) / 눈물은 흘러 大同江을 넘치고
名縣平壤城(명현평양성) / 이름은 平壤城에 드높습니다.
應敎吠天喙(응교폐천훼) / 元 나라에 고자질하는 그 입을
永愧首丘誠(영괴수구성) / 古國의 情誠에 부끄럽게 하시옵소서.

[19]過漁家(과어가)

       어부(漁夫)집을 지나며....


婆娑城下盡漁村(파사성하진어촌) / 여주(驪州) 파사성(婆娑城) 아래는 모두가 어촌(漁村)인데
夜雨沙磯見漲痕(야우사기견창흔) / 지난 밤 비에 모래톱에 물 불었던 흔적(痕跡) 보인다.
渚草汀花無限好(저초정화무한호) / 물가에 널린 풀과 꽃, 너무나도 좋아
一篙春水度朝昏(일고춘수도조혼) / 봄 江을 상앗대로 朝夕으로 저어가노라

[20]蒯通(괴통)

      전한 탁군(涿郡) 범양(范陽) 사람. 본명은 철(徹)이다. 

      한 고조(漢高祖) 때 한신(韓信, 후의 제왕齊王)의 변사(辯士)였다. 


嫉功樂禍亡三儁(질공낙화망삼준) / 功勞를 嫉妬하고 禍 즐김은 세 英雄을 망쳤고
肆辯邀名起兩臣(사변요명기량신) / 口辯으로 이름 날려 두 臣下을 일으켰네.
其主一言能免鑊(기주일언능면확) / 그가 主人이라고 한 마디 말이 죽음을 免하게 했으니
豈如緘口廟中人(기여함구묘중인) / 후직(后稷)의 사당(祠堂) 앞에 세워진 입 꿰맨 사람과 어찌 같겠는가.

후직(后稷) : 중국 주나라의 시조로 여기는 전설상의 인물


[21]九曜堂(구요당). 1

     고려시대, 구요성(九曜星)에 초제(醮祭)를 지내던 집. 태조(太祖) 7년(918)에 개성(開城)에 설치하였다.

     “요(曜)”는 “요(耀)”로도 쓴다.


溪水潺潺石逕斜(계수잔잔석경사) / 시냇물 졸졸 흐르며 돌길은 비탈이 졌는데
寂寥誰似道人家(적료수사도인가) / 그 누구의 집인지 고요하기 마치 道人의 집 같아라.
庭前臥樹春無葉(정전와수춘무엽) / 뜰 앞의 누운 나무에는 봄이 와도 잎이 나지를 않으니
盡日山蜂咽草花(진일산봉열초화) / 찾아 온 벌떼들만 풀과 꽃을 찾아 온 終日 애닯구나.

[22]九曜堂. 2
夢破虛窓月半斜(몽파허창월반사) / 꿈 깬 빈窓에 달이 半쯤 비치었는데
隔林鐘鼓認僧家(격림종고인승가) / 숲 건너 鍾소리 나니 스님의 집인 줄 알겠소.
無端五夜東風惡(무단오야동풍악) / 밤은 五更인데 바람이 갑자기 險하더니
南澗朝來幾片花(남간조래기편화) / 아침에 南쪽 도랑에 몇 조각 꽃잎 떠온다.

[23]菊齋權文正公挽詞(국재 권 문정공 만사)

      菊齋 權溥 挽詞(국재 권부 만사)

      권부(權溥, 1262~1346) 본관은 안동(安東). 초명은 권영(權永), 자는 제만(齊滿), 호는 국재(菊齋). 아버지는 찬성사(贊

      成事) 권단(權㫜)이며, 어머니는 좌간의대부(左諫議大夫) 노연(盧演)의 딸이다.

 

揚歷淸華到上台(양력청화도상태) / 淸職 華職 다 지내고 政丞에 올라
君王獨倚棟梁材(군왕독의동량재) / 임금께서 나라의 大들보로 여기셨도다.
詩書滿屋無樊素(시서만옥무번소) / 詩書가 집에 가득하나 노래 잘하는 樊素는 없고
簪履盈門有老萊(잠리영문유로래) / 벼슬 높은 子孫 中에는 老萊子같은 孝子도 있었다.
千歲鶴歸三嶠月(천세학귀삼교월) / 千 年 만에 鶴은 三嶠의 달로 돌아갔고
九淵龍化五更雷(구연룡화오경뢰) / 九淵의 龍이 五更의 우뢰로 變化했다네.
才疏未足銘淸德(재소미족명청덕) / 서투른 才주로 맑은 德을 滿足하게 碑銘으로 짓지 못하니
淚洒當年玉鏡臺(루쇄당년옥경대) / 禮 갖추어 사위되던 옛날 생각에 눈물을 뿌립니다.

[24]金山寺(금산사)

      중국 장쑤성 진강의 서북, 창장강(長江)을 굽어보는 금산에 있다.

       당 ∙ 송(唐宋) 이래의 명찰로서 택심사, 용유사, 강천사 등으로 개명되었으나 일찍부터 금산사로 이름이 알려졌다.


舊聞兜率莊嚴勝(구문도솔 장엄 승) / 도솔암(兜率庵)의 장엄(壯嚴)한 경관(景觀) 일찍이 들었는데
今見蓬萊氣像閑(금견봉래기상한) / 봉래산(蓬萊山) 조용한 분위기(雰圍氣) 오늘에야 보는구나.
千步回廊延漲海(천보회랑 연창해) / 千 걸음 긴 회랑(回廊)은 넓은 바다에 연(連)해있고
百層飛閣擁浮山(백층비각 옹 부산) / 백층(百層) 넘는 날아갈 듯한 누각(樓閣) 물위 봉우리 안고있다.
忘機鷺宿鍾聲裏(망기로 숙종성리) / 생각을 잊은 해오라기는 종(鍾)소리에 잠들었고
聽法龍蟠塔影間(청법용반탑영간) / 탑(塔) 그림자에 서린 용(龍)이 독경(讀經)소리 듣는구나.
雄跨軒前漁唱晩(웅과헌전어창만) / 난간(欄干)에 걸터앉아 고기 잡는 노래 높이 부르니
練波如掃月如彎(연파여소월여만) / 비단(緋緞) 같은 물결 씻은듯 고요한데 달은 활처럼 둥글기만하다.

[25]金剛山. 二絶[普德窟(보덕굴)]

      보덕굴(普德窟) : 강원도 회양군 내금강면 금강산(金剛山) 법기봉(法起峰) 만폭동에 있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보

      덕(普德)창건한 사찰[암자]


陰風生巖曲(음풍생암곡) / 시원한 바람 바위틈에서 불어오고
溪水深更綠(계수심갱녹) / 시냇물 깊어 더욱 푸른데
倚杖望層巓(의장망층전) / 지팡이에 依支하여 絶壁 끝을 바라보니
飛簷駕雲木(비첨가운목) / 나는 듯 높은 처마가 구름 위에 떠 있구나.

[26]金剛山. 二絶[摩訶衍(마하연)]-李齊賢
山中日亭午(산중일정오) / 山속은 正午인데도
草露渥芒屨(초로앙망구) / 풀 이슬에 미투리가 흠뻑 젖었네.
古寺無居僧(고사무거송) / 옛 절間이라 스님은 살지 않고
白雲滿庭戶(백운만정호) / 흰구름만 뜰에 가득하구나.

[27]寄遠(기원 : 멀리 부치다)
懽樂翻敎恨懊新(환락번교한오신) / 기쁜 일이 도리어 恨이 되게 하니
功名只管別離頻(공명지관별리빈) / 功名도 다만 離別을 여러 番 만들 뿐.
可憐畫閣樽前月(가련화각준전월) / 可憐하다, 저 樓閣의 술盞 앞에 밝은 달
還照邊城馬上人(환조변성마상인) / 邊城에 말 위 사람에게 돌아와 비쳐준다.

[28]冷泉亭(냉천정)
爲愛溪邊石(위애계변석) / 개울가 깨끗한 바위 사랑하게 되어
扶筇小立時(부공소립시) / 지팡이 집고 얼마 동안 서 있노라
微波含落照(미파함락조) / 殘물결은 落照를 머금고
影動掛猿枝(영동괘원지) / 원숭이 매달린 나무 가지가 흔들린다.

[29]路上自蜀歸燕(노상자촉귀연)
馬上行吟蜀道難(마상행음촉도난) / 말 위에 앉아 蜀道難을 읊다가
今朝始復入秦關(금조시부입진관) / 오늘 아침에야 다시 秦關으로 드는구나.
碧雲暮隔魚鳧水(벽운모격어부수) / 저무는 푸른 구름 魚鳧水에 막혀 있고
紅樹秋連鳥鼠山(홍수추련조서산) / 가을철 붉은 丹楓 鳥鼠山에 이어있구나.
文字剩添千古恨(문자잉첨천고한) / 文字는 부질없이 千古의 恨을 더하는데
利名誰博一身閑(리명수박일신한) / 功名으로 누가 一身의 閑暇함을 넓힐까.
令人最憶安和路(령인최억안화로) / 사람이 安樂과 和合의 길에서 가장 記憶할 일은
竹杖芒鞋自往還(죽장망혜자왕환) / 竹杖 짚고 짚신 신고 스스로 往來하는 것이라네.

[30]多景樓陪權一齋用古人韻同賦(다경루배권일재용고인운동부)

(多景樓에서 權一齋를 모시고 옛사람의 韻을 써서 함께 짓다)
楊子津南古潤州(양자진남고윤주) / 揚子江 나루 南쪽은 그 옛날 潤州
幾番觀樂幾番愁(기번관악기번수) / 歡樂은 몇 番이고 시름은 얼마였던가.
佞臣謀國魚貪餌(녕신모국어탐이) / 고기가 미끼를 貪하듯 나라일 貪하는 阿諂 하는 臣下
點吏憂民鳥養羞(점리우민조양수) / 새가 모이를 貯藏하듯 百姓 을 괴롭히네.
風鐸夜喧潮入浦(풍탁야훤조입포) / 바람에 風磬 소리나고 밀물이 浦口에 드니
煙蓑暝立雨侵樓(연사명립우침루) / 도롱이 걸치고 어두운 안개속에 서니 비가 다락에 휘뿌린다.
中流擊楫非吾事(중류격즙비오사) / 中流에 돛대를 치는 것은 내 일 아니니
閑望天涯范蠡舟(한망천애범려주) / 하늘 가 范蠡의 배를 閑暇히 바라보노라.

[31]多景樓雪後(다경루설후 : 눈그친 다경루)
樓高正喜雪漫空(누고정희설만공) / 樓臺가 높아 正말 기쁘니 눈보라는 空中을 날고
晴後奇觀更不同(청후기관갱부동) / 눈 갠 뒤 奇離한 景致는 견줄 것이 없어라.
萬里天圍銀色界(만리천위은색계) / 萬 里 먼 하늘은 銀빛으로 에워싸였고
六朝山擁水精宮(육조산옹수정궁) / 六朝 時代 山川은 水精宮으로 變하였구나.
光搖醉眼滄溟日(광요취안창명일) / 햇살이 흔들림에 醉한 눈 아찔해지고
淸透詩腸草木風(청투시장초목풍) / 草木에 바람 일고 맑은 날씨는 詩想을 떠올리게도 하네.
却笑區區何事業(각소구구하사업) / 도리어 우스운 것이 떠도는 이 몸 무슨 일로
十年揮汗九街中( 십년휘한구가중) / 十 年 동안을 繁華한 거리에서 땀을 흘렸던가.

[32]端午(단오)
旅食京華十過春(여식경화십과춘) / 서울에 와 旅食하며 열 番의 봄 지났는데
西來又作問津人(서래우작문진인) / 西쪽으로 와서 또 나그네 身世가 되었구나.
半生已被功名誤(반생이피공명오) / 半生은 이미 功名의 그릇됨을 입어
久客偏驚節物新(구객편경절물신) / 오랜 他鄕 生活의 나그네로 새 季節에 놀란다.
萍梗羈蹤靑海月(평경기종청해월) / 浮萍草 같은 나그네는 푸른 바다 달빛 아래서
松楸歸夢泰封塵(송추귀몽태봉진) / 故鄕에 돌아갈 꿈은 泰封 먼 고장이로다.
旗亭且飮菖蒲酒(기정차음창포주) / 酒幕을 찾아들어 菖蒲酒를 마시노니
未用醒吟學楚臣(미용성음학초신) / 술 안 먹고는 屈原을 배우고 읊조리지 않는다.

[33]達尊杏花韻(달존행화운). 1
      達尊의 살구꽃 詩 韻으로 짓다.


一株仙杏鳳城西(일주선행봉성서) / 鳳城 西쪽의 한 그루 살구나무
占斷春光傍柳堤(점단춘광방류제) / 봄빛을 獨차지하며 버드나무 뚝 곁에 있네.
翳翳紫煙迷遠近(예예자연미원근) / 자욱한 紫色 안개는 遠近에 어려있고
離離紅日照高低(리리홍일조고저) / 燦爛한 붉은 해는 높고 낮은 곳을 비추네.
暗香帶露添蜂蜜(암향대로첨봉밀) / 그윽한 香氣는 이슬 머금어 벌꿀을 보태고
亂點隨風着燕泥(란점수풍착연니) / 떨어진 꽃송이 바람에 날려 제비집에 붙었네.
忽憶錦波亭下路(홀억금파정하로) / 문득 생각나거니, 錦波亭 아랫길
滿身淸影醉扶携(만신청영취부휴) / 몸에 가득한 꽃 그림자 속에 醉하여 붙잡았다네.

[34]達尊杏花韻. 2
淡蕩春光小卷西(담탕춘광소권서) / 따스한 봄날의 작은 마을 西쪽
倚墻無語俯長堤(의장무어부장제) / 담을 依支해 말 없이 긴 뚝을 굽어본다
蔕裝絳蠟風吹拆(체장강랍풍취탁) / 붉은 蠟으로 丹粧된 꼭지를 바람이 불어 꺾고
花蔟丹砂雨壓低(화족단사우압저) / 丹砂로 뭉친 꽃을 비가 나직이 눌렀구나.
驚墮佳人金捍撥(경타가인금한발) / 예쁜 女人은 金捍撥에 놀라 떨어지고
巧黏游騎錦障泥(교점유기금장니) / 여기저지 다니는 말의 錦障泥에 工巧히 묻네.
綠陰靑子空惆悵(록음청자공추창) / 綠陰에 푸른 열매 열면 속절없이 슬퍼지니
滿意尋芳莫解携(만의심방막해휴) / 꽃놀이 실컷하며 헤어지지 말자꾸나.

[35]達尊杏花韻. 3
御溝南畔畫橋西(어구남반화교서) / 宮闕 개울 南쪽 둔덕의 畵橋 西쪽
記得偸閑步綠堤(기득투한보록제) / 閑暇한 時間 찾아 푸른 뚝을 거닐었다.
出屋數枝春雨過(출옥수지춘우과) / 집 밖에 내민 몇 나뭇가지 봄비 지난 뒤
繞城千樹夕陽低(요성천수석양저) / 城을 두른 千 그루 나무에 夕陽이 나직하다.
玳筵錯落啼紅燭(대연착락제홍촉) / 玳瑁 자리에 잘못 녹아 떨어져 우는 붉은 촛불
鳳詔淋漓濕紫泥(봉조림리습자니) / 임금님 詔書에 흥건히 붉은 진흙 젖은 듯하도다.
欲折長條賞天巧(욕절장조상천교) / 긴 가지를 꺾어 天然의 아름다움 보려 하나
却愁零落不堪携(각수령락불감휴) / 도리어 꽃이 떨어져 손에 잡지 못할까 근심스럽다.

[36]唐 肅宗陵(당 숙종릉)

      唐나라 肅宗의 무덤.


飛龍起靈武(비룡기영무) / 靈武에서 皇帝의 자리에 올라
上皇蜀中歸(상황촉중귀) / 上皇帝는 巴蜀으로 돌아왔도다.
能以天下養(능이천하양) / 天下로써 父母를 奉養하여
四海知孝慈(사해지효자) / 온 나라가 그 孝誠을 알았도다.
同輿白衣客(동여백의객) / 수레를 같이한 白衣 손님과 함께
發策良得宣(발책량득선) / 참으로 좋은 政策 펴 施行했도다.
小兒亂紀綱(소아난기강) / 李輔國이 紀綱을 紊亂하게 하여
西內日凄悕(서내일처희) / 太極宮은 날로 凄慘해져갔다.
可憐高將軍(가련고장군) / 가여워라, 高 將軍이여
投荒髮如絲(투황발여사) / 荒地(황지)에 귀양가 白髮이 되었구려.
爲問北來者(위문북래자) / 묻노니 北녘에서 온 사람이여
尙父果是誰(상부과시수) / 太公望 같은 훌륭한 臣下가 누구인가?

[37]洞庭秋月(동정추월 : 洞庭湖의 秋月)
三更月彩澄銀漢(삼경월채징은한) / 三更에 달 밝고 銀河水 맑은데
萬頃秋光泛素濤(만경추광범소도) / 萬 이랑의 가을빛이 흰 물결에 떠 있구나.
湖上誰家吹鐵笛(호상수가취철적) / 湖水가 뉘집에서 쇠피리를 부는고
碧天無際雁行高(벽천무제안행고) / 푸른 하늘 끝없는데 기러기떼 높이 나네.

[38]冬至(동지)
昔從燕城向松京(석종연성향송경) / 옛날 燕城에서 松京으로 向해 가는데
道邊高樹聞蜩鳴(도변고수문조명) / 길가 큰 나무숲에 매미소리 搖亂했네.
火雲燒天口生土(화운소천구생토) / 불같은 더위에 목이 말라서
空歌滄浪思濯纓(공가창랑사탁영) / 滄浪歌 부르며 갓끈 씻기를 생각했네.
豈料地中陰巳萌(기료지중음사맹) / 땅속의 陰氣 움직임 어찌 생각이나 했을까
轉頭一葉驚秋聲(전두일엽경추성) / 머리를 돌려보나 나뭇잎은 가을 소리를 傳하네.
拙婦功裘猶未獻(졸부공구유미헌) / 게으른 婦女 갖옷 한 벌 아직 만들지도 못했는데
履霜竟致氷崢嶸(이상경치빙쟁영) / 서리 내리고 얼음도 꽁꽁 얼었다네.
今從松京向燕城(금종송경향연성) / 오늘은 松京에서 燕城으로 가는데
往來七見月虧盈(왕래칠견월휴영) / 오가기 일곱 달이나 걸렸네.
律調黃鐘斗揷子(율조황종두삽자) / 十二律로는 黃鐘이요 北斗는 子方이라
短晷南至一陽生(단귀남지일양생) / 一陽이 생기는 南至日이 오늘이네.
最憶吾家弟與兄(최억오가제여형) / 第一 먼저 우리 집 兄과 아우 생각나서
齊奴豆粥咄嗟烹(제노두죽돌차팽) / 여러 종을 시켜서 팥粥 끓이게 하네.
舞綵高堂獻壽觥(무채고당헌수굉) / 父母님 앞에서 彩色 옷 입고 獻壽하면
人間此樂難爲名(인간차락난위) / 世上에 이런 즐거움 이름 짓기 어렵다네.
願予劫劫欲何營(원여겁겁욕하영) / 못생겨 燥急하게 무엇인가 해보려
此日悠悠獨遠行(차일유유독원행) / 이 좋은 冬짓날에 먼 길을 걷고 있네.
安坐無由報知己(안좌무유보지기) / 便하게 앉아서는 알릴 方法 없어
簡書況復催歸程(간서황복최귀정) / 簡書는 돌아오라 재촉이 甚하다네.
群邪詘兮賢彙征(군사굴혜현휘정) / 奸邪한 者들 쫓겨나 어진이 登用되고
衆陰消兮世文明(중음소혜세문명) / 뭇 小人輩들 사라지니 世上이 밝아지네.
早晩春風遍四瀛(조만춘풍편사영) / 早晩間 봄바람 四海에 가득하면
坐看萬物自生成(좌간만물자생성) / 萬物이 절로 자람을 앉아서 볼 것이네.

[39]登鵠嶺(등곡령)
煙生渴咽汗如流(연생갈인한여유) / 煙氣는 마른 목구멍에서 생겨나고 땀은 물 흐르듯
十步眞成八九休(십보진성팔구휴) / 열 걸음 걸으면 여덟 아홉 番을 쉬어야하네.
莫怪後來當面過(막괴후래당면과) / 뒤에서 오는 者가 앞질러도 異常하게 여기지 말고
徐行終亦到山頭(서행종역도산두) / 천천히 가도 끝내 꼭대기까지 이를 것이네.

[40]登峨眉山(등아미산 : 中國의 山, 3099m)
蒼雲浮地面(창운부지면) / 검푸른 구름이 땅위에 떠 있고
白日轉山腰(백일전산요) / 밝은 해는 山허리를 둘러 간다.
萬像歸無極(만상귀무극) / 萬像은 끝없이 돌아가니
長空自寂寥(장공자적요) / 虛空은 스스로 고요하기만 하다.

[41]馬上(마상). 1
驅馬上丘原(구마상구원) / 말을 몰아 언덕에 오르니
黃塵滿征鞍(황진만정안) / 누런 흙먼지 鞍裝에 가득찬다.
嘉禾槁已盡(가화고이진) / 豊盛한 벼가 다 말라가고
杲杲升朝暾(고고승조돈) / 환하게 떠오르는 아침 햇살.
豈爲去鄕國(기위거향국) / 어찌 故鄕 떠나게 되어
悲歌行路難(비가행로난) / 行路難의 노래를 슬피 불러야 하는가.
願言得甘霪(원언득감음) / 願하노니, 단비를 얻어
維以慰黎元(유이위여원) / 모든 百姓을 慰勞했으면 좋겠구나.

[42]馬上. 2
隻輪載家具(척륜재가구) / 한 隻 수레에 家具를 싣고
夫婦相挽推(부부상만추) / 夫婦가 서로 밀고 당기며 가는구나.
行行日數里(행행일수리) / 하루에 몇 里 씩 가고 또 가며
就食南州來(취식남주래) / 먹을 것 찾아 南쪽으로 오는구나.
民生苦與樂(민생고여락) / 百姓의 苦痛과 즐거움은
造物已按排(조물이안배) / 造物主가 이미 安配한 것이다.
顧予是何者(고여시하자) / 날 돌아보건대, 난 어떠한 사람이기에
對之獨傷懷(대지독상회) / 이들만 보면 나는 왜 마음이 傷하는가.

[43]馬上. 3
日午汗如濯(일오한여탁) / 正午인데도 빨래하듯 땀이 흘러
小立溪聲中(소립계성중) / 暫時 머물러 개울물 소리 듣는다.
飛塵欃馬過(비진참마과) / 먼지를 말아 말이 지나가니
氣若烈火烘(기약열화홍) / 熱氣는 타오르는 불꽃 같구나.
鳴蜩悅美蔭(명조열미음) / 우는 매미 짙은 그늘 즐기고
倦鳥思深叢(권조사심총) / 倦怠로운 새는 깊은 숲을 생각한다.
何時紫霞洞(하시자하동) / 어느 때나 紫霞洞에 가
欹枕聽松風(기침청송풍) / 베개에 기대고 솔바람 소리 들으리오.

[44]馬上. 4
傴僂驛中卒(구루역중졸) / 우체 兵卒인 곱사둥이
顚倒身上袍(전도신상포) / 道袍자락이 위로 덮어진다.
移床拂簟席(이상불점석) / 寢床을 옮기려 자리를 걷고
巵酒慰我勞(치주위아로) / 한 盞 술로 나의 勞苦를 慰勞한다.
致君媿無術(치군괴무술) / 임금에게 바칠 計策 없음이 부끄럽고
旅食驚二毛(여식경이모) / 나그네 處地에 半白의 머리칼
區區欲何爲(구구욕하위) / 區區하게 무엇을 하리오
亦來煩爾曹(역래번이조) / 이 걸음이 또 그대들을 괴롭히는구나.

[45]孟宗冬筍(맹종동순)

      孟宗의 겨울 竹筍.


雪中新筍宅邊生(설중신순댁변생) / 눈 속에 새 竹筍 집가에 돋아
摘去高堂慰母情(적거고당위모정) / 竹筍을 따와서 어머니를 慰勞하네
但使子孫能盡孝(단사자손능진효) / 子孫들 孝行 다하게 한다면
乾坤感應自分明(건곤감응자분명) / 하늘과 땅 感應이 절로 分明하리.

[46]孟津記事(맹진기사)

       孟津에서 본 일을 적다.


驅車轔轔到河洲(구거린린도하주) / 덜덜 수레 달려 河洲 가에 이르니
沙深水落不可舟(사심수락불가주) / 모래 깊고 물이 줄어 배 탈 수 없도다.
西山白日落欲盡(서산백일락욕진) / 西山에 걸린 해도 다 넘어가
黑祲漫空天爲愁(흑침만공천위수) / 검은 氣運 空中에 가득하여 하늘도 근심한다.
怱驚疾雷如堆墻(총경질뢰여퇴장) / 문득 우뢰 소리에 담이 무너질 듯
裂缺亂掣金蛇光(렬결란체김사광) / 번쩍 번개가 잇달아 일어나는구나.
馳雲攫霧送飛雨(치운확무송비우) / 치닫는 구름 안개 따라 소낙비 쏟아지고
萬騎銀槍來洛陽(만기은창래락양) / 많은 말들과 銀빛 槍이 洛陽에 몰아친다.
大風知從何許來(대풍지종하허래) / 쏜살같은 회오리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지
擺弄乾坤勢莫廻(파롱건곤세막회) / 온 天地가 뒤흔들리는 것을 돌이킬 수 없도다.
揚沙振瓦豈足道(양사진와기족도) / 모래 날리고 기왓장 흔들림 어찌 다 말하나
欲捲孟津生劫灰(욕권맹진생겁회) / 孟津이 휘말려 잿더미로 變하려 하는구나.
腐儒閉門對孤燈(부유폐문대고등)/ 못난 선비 門을 닫고 燈불 켜고 앉으니
駭汗洽背心氷兢(해한흡배심빙긍) / 놀라서 난 땀이 등을 적시고 마음은 덜덜 떨린다.
天公高居鬼神惡(천공고거귀신악) / 하늘은 높이 있고 鬼神도 싫어하니
怳惚怪事從誰徵(황홀괴사종수징) / 갑작스런 이 怪變을 누구에게 물어볼꺼나.
呼童吹燈且安眠(호동취등차안면) / 아이 불러 燈불 끄고 잠이나 자야지
禍福豈不懸蒼天(화복기불현창천) / 世上 禍福이 어찌 하늘에 달려있지 않으리오.
夜深萬竅收怒號(야심만규수노호) / 밤이 깊자 온갖 바람 다 怒함과 소리침을 거두어
星月炯炯流淸躔(성월형형류청전) / 달빛은 말고도 깨끗하고 별들도 반짝이는구나.

[47]澠池(민지)

      민지에서.....

      오늘날의 하남성(河南省의양현(宜陽縣서쪽에 있는 못.

 

强秦若翼虎(강진약익호) / 强한 秦나라는 날개 달린 범 같고
懦趙眞首鼠(나조진수서) / 弱한 趙나라는 正말 앞뒤 살피는 쥐 같도다.
特會非同盟(특회비동맹) / 特別히 모인 것 同盟 爲한 것 아니라
安危在此擧(안위재차거) / 安危殆는 이 番 일에 달렸도다.
藺卿膽如斗(인경담여두) / 藺 政丞은 肝膽이 큰 말과 같아
杖劍立左右(장검입좌우) / 큰 칼 잡고 左右에 서있으니
叱咤生風雷(질타생풍뢰) / 한 番 꾸짖음에 바람과 우뢰 이는구나
萬乘自擊缶(만승자격부) / 萬乘의 秦王이 스스로 장구를 치는구나.
桓桓百萬兵(환환백만병) / 勇猛스러운 百萬 軍士들
一言有重輕(일언유중경) / 말 한 마디에 輕重이 달려있도다.
廉頗伏高義(염파복고의) / 廉頗도 높은 義에 承服하고
犬子慕遺名(견자모유명) / 司馬相如도 後世에 그 이름 思慕하였도다.
駕言池上遊(가언지상유) / 내가 이 못 위에 와서 노니
去我今幾秋(거아금기추) / 우리 時代에서 이제 몇 해 前이던가.
餘威起毛髮(여위기모발) / 남은 危嚴이 머리털 일어서게 하니
萬木寒颼颼(만목한수수) / 온갖 草木들 바람소리 차워지도다.

 

[48]眉州(미주)에서

미주(眉州) : 송나라 때 쓰촨성(四川省)의 성도 남쪽 메이산(眉山) 현을 중심으로 설치되었던 주이다.

 

우리 아버지는 삼형제인데 모두 문필로 우리나라에 유명하였다. 백부와 계부는 잇달아 작고하시고 오직 아버지만이 병 없이 살아계시는데 지금 연세가 칠십이 넘으셨다. 만약 이 중원(中原)에 오셔서 어진 사대부와 더불어 사림(詞林)에 드나들었다면 소가 부자(蘇家父子)에게는 비할 수 없다 하더라도 또한 한 시대에 이름을 떨칠 수 있었을 것인데, 수륙(水陸)의 천리 거리에 난리가 십년 동안 계속하자, 환경에 따라 분수를 지키면서 외물(外物)을 사모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에 아는 자가 없다.

 

眉山僻在天一方(미산벽재천일방) / 미산(眉山)이 궁벽하게 하늘 한 모퉁이에 있는데

滿城草木秋荒涼(만성초목추황량) / 온 성에 우거진 초목 가을바람에 쓸쓸하구나.

過客停驂必相問(과객정참필상문) / 지나가는 나그네 말을 멈추고 꼭 묻게 됨은

道傍爲有三蘇堂(도방위유삼소당) / 길가에 삼소당이 있기 때문이라오.

三蘇鬱鬱應時出(삼소울울응시출) / 훌륭한 삼소가 때를 맞추어 태어나니

一門秀氣森開張(일문수기삼개장) / 한 문호의 좋은 기운 활짝 열렸네.

渥洼獨步老騏驥(악와독보노기기) / 어른은 악와의 천리마처럼 독보로 되었고

丹穴雙飛雛鳳凰(단혈쌍비추봉황) / 두 아들은 단혈에 봉황처럼 쌍으로 날았네.

聯翩共入金門下(련편공입금문하) / 잇달아 날리면서 금문에 들어가니

四海不敢言文章(사해부감언문장) / 천하에 문장들 감히 입을 벌릴 수 없었네

邇來悠悠二百載(이래유유이백재) / 지금까지 이백 년을 내려오도록

名與日月爭輝光(명여일월쟁휘광) / 높은 이름 일월과 함께 빛을 다투네

君不見鷄林三李亦人傑(군부견계림삼이역인걸) / 그대는 못 보았나 계림의 삼리도 인걸로서

翰墨壇中皆授鉞(한묵단중개수월) / 한묵단에서 모두 도끼를 받았다오.

韓洎繩樞笑無用(한계승추소무용) / 한계의 승추는 쓸데없음을 웃었고

王家珠樹譽成癖(왕가주수예성벽) / 왕가의 주수는 아들 자랑 벽이 되었네.

機雲不入洛中來(기운부입낙중래) / 기운처럼 낙중으로 들어오지 않아

皎皎滄洲委明月(교교창주위명월) / 아름다운 명월주(明月珠)가 바다에 빠졌네.

兩雄已矣不須論(양웅이의부수론) / 두 분은 그만 작고하여 말할 수 없고

家有吾師今白髮(가유오사금백발) / 집에 계신 아버지도 지금 백발이라오

 

[49]朴淵(朴淵瀑布,박연폭포)
時春山氣佳(시춘산기가) / 때는 봄이라 山氣運 아름답기도 한데
谷鳥如喚客(곡조여환객) / 골짝의 새들은 사람을 부르는 듯.
幽尋協宿想(유심협숙상) / 깊숙한 곳 찾으니 옛 想像과 맞는데
勝賞欣新獲(승상흔신획) / 좋은 景致 구경하니 새로운 所得 기쁘다오.
沈沈古雙湫(침침고쌍추) / 깊고 깊은 오래된 두 줄기 못
欲近悚心魄(욕근송심백) / 다가서니 心身이 두려워지네.
神物襲重泉(신물습중천) / 龍은 깊은 못을 차지하고
飛湍下千尺(비단하천척) / 날아 떨어지는 물줄기 千 尺이나 되는구나.
泓澄瀉雲天(홍징사운천) / 깊고 맑음은 구름 속 하늘에서 쏟아지고
蕩漾動林石(탕양동림석) / 그 물결 출렁임이 숲과 돌이 움직이는 듯하다.
義責甘施鞭(의책감시편) / 義로운 꾸짖음은 채찍을 달게 받고
冥期契聞笛(명기계문적) / 깊은 約束 피리소리 듣는 것 같구나.
交感由情衷(교감유정충) / 이 交感 衷情에서 나왔으니
奚云幽明隔(해운유명격) / 어찌 이 世上과 저 世上이 다르다 하리오.
采采巖中花(채채암중화) / 바위 사이에 핀 꽃 꺾고 꺾어
持以侑泂酌(지이유형작) / 이것으로 술盞을 勸하노라.
嘉澤戒屯膏(가택계둔고) / 아름다운 惠澤 아끼지 말아다오
吾民藝麰麥(오민예모맥) / 우리 百姓 보리를 심었노라.

[50]方舟向蛾嵋山(방주향아미산)
      배를 타고 아미산(蛾嵋山)을 向하여....


錦江江上白雲秋(금강강상백운추 ) / 緋緞 같은 江 물, 하늘엔 흰 구름 떠도는 가을
唱撤鱺駒下酒樓(창철려구하주루) / 이랴, 소리 높여 말 몰아 술집으로 간다.
一片紅旗風閃閃(일편홍기풍섬섬) / 한 조각 붉은 깃발 바람에 펄럭 펄럭
數聲柔櫓水悠悠(수성유로수유유) / 물결은 고요한데 노 젓는 소리.
雨催寒犢歸漁店(우최한독귀어점) / 비 내려 추워진 나귀를 타고 漁物店에 들어오니
波送輕鷗近客舟(파송경구근객주) / 물결은 갈매기를 쫓고 뱃전으로 몰려오네.
孰謂書生多不遇(숙위서생다불우) / 누가 말하랴, 書生은
每因王事飽淸遊(매인왕사포청유) / 王事에 얽매여 充分히 잘 놀지 못한다고.

[51]白溝(백구)

      중국 하북성에잇는 백구강을 말한다.


誰將督亢餌强隣(수장독항이강린) / 누가 督亢 땅을 가져다 强한 이웃에 주어
空費金繒歲結親(공비금증세결친) / 和親을 맺어 해마다 空然히 金과 緋緞을 對備했던가.
尺水區區遏南牧(척수구구알남목) / 한 자쯤 되는 물을 限界로 하여 南쪽으로 牧畜함을 막으려 하였으니
可能臥榻不容人(가능와탑불용인) / 누운 塔 곁에 다른 사람을 容納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인가.

[52]范蠡(범려)
論功豈啻破强吳(논공기시파강오) / 功을 論하면 어찌 다만 强한 吳나라를 쳐부순 것뿐이리오
最在扁舟泛五湖(최재편주범오호) / 가장 큰 것은 五湖에 조각배를 띄운 데 있도다.
不解載將西子去(불해재장서자거) / 西施를 배에 싣고 떠날 줄을 몰랐더라면
起宮還有一姑蘇(기궁환유일고소) / 越나라 宮殿에도 또 하나의 姑蘇臺가 있었을 것이다.

[53]病中呈愚谷(병중정우곡)
      병중(病中)에 우곡(愚谷)에게 드림.


讀書嗟聽瑩(독서차청형) / 글을 읽으도 들리지 않으니 한탄(寒)스럽고,
聞道愧支離(문도괴지리) / 道를 들으려니 지리(支離)함이 너무 부끄럽구나.
豈繫蒼生望(기계창생망) / 어찌 창생(蒼生)들의 희망(希望)이 달렸는데
謬蒙明主知(류몽명주지)/ 그릇 밝은 임금이 알아줌만을 받겠는가.
病諳年去速(병암년거속) / 病이 깊으니 歲月이 몹시 빠르고
閑厭日斜遲(한염일사지) / 閑暇하니 하루해가 몹시도 지루하구나.
臥念平生事(와념평생사) / 누워서 平生 일을 곰곰이 생각하니
多爲識者嗤(다위식자치) / 허다(許多)히 식자(識者)들의 웃음거리 되는 일이 많도다.

[54]鳳州龍湫(봉주용추)

      봉주(鳳州)의 용추(龍湫)에서....

   ※용추(龍湫) :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있는 깊은 웅덩이.


山前翠石雙扉啓(산전취석쌍비계) / 山앞 푸른 돌, 두 石門 열렸는데
石底澄潭萬丈深(석저징담만장심) / 돌밑 맑은 못이 萬길이나 깊도다.
明浸日光紛閃閃(명침일광분섬섬) / 밝은 햇살은 눈부시게 반짝거리고
冷涵林影淨沈沈(랭함림영정침침) / 서늘한 숲그림자 잠겨 맑고도 침침(沈沈)하다.
斯民政要滋湯旱(사민정요자탕한) / 이 百姓들 湯임금 가뭄에 비를 바라니
彼相誰堪作說霖(피상수감작설림) / 어느 政丞이 부열(傅悅)의 장마비를 내릴 만한가.
出沒魚兒休察見(출몰어아휴찰견) / 드나드는 작은 물고기들아 살펴보지 말라
龍應先遣試人心(룡응선견시인심) / 아마도 龍이 널 보내 사람 마음 試驗하리라.

[55]比干墓(비간묘). 1
周王封墓禮殷臣(주왕봉묘례은신) / 周王이 무덤을 封築하여 殷나라 臣下를 예로 待接한 것은
爲惜忠言見殺身(위석충언견살신) / 忠誠된 말 하다가 몸을 죽인 것을 아까워하였기 때문이거니
何事華陽歸馬後(하사화양귀마후) / 무슨 일로 華陽에 말을 돌려보낸 뒤에도
蒲輪不謝採薇人(포륜불사채미인) / 蒲車 보내어 고사리 캐던 사람 請하지 않았나.

[56]比干墓(비간묘). 2
從來忿欲蔽良知(종래분욕폐량지) / 元來 忿함과 欲心은 사람의 좋은 智慧를 가리니
日暮令人有逆施(일모령인유역시) / 날이 저물어 사람에게 거꾸로 베풀게 하는구나.
哿矣親祠比干墓(가의친사비간묘) / 比干의 무덤에 直接 祭祀지낸 일은 좋았는데
胡然却仆魏徵碑(호연각부위징비) / 어찌하여 魏徵의 碑는 넘어뜨리고 말았던가.

[57]邠州(빈주에서 : 지금의 섬서성 彬縣을 말함)
行穿山窈窕(행천산요조) / 山길을 찾아드니 山은 고요하고
俯見樹扶疏(부견수부소) / 내려다보니, 우거진 樹木이 櫛比하다.
地僻宜澗飮(지벽의간음) / 地域이 窮僻하나 개울물 마시기 좋고
民醇多穴居(민순다혈거) / 百姓들 純朴하니 洞窟에서 많이 산다.
麥黃仍水碓(맥황잉수대) / 보리 여물자 물방아로 돌리고 (碓. 방아 대)
桑綠已繅車(상록이소거) / 뽕잎 푸르니 고치 켜는 수레가 쓰인다.
看取田園樂(간취전원락) / 農村의 風景이야 마냥 즐거우니
周家積累餘(주가적루여) / 周 나라의 끼친 恩德이 쌓인 것이로다.

[58]思歸(사귀)

익재(益齋) 선생께서 조국을 위하여 이국 땅에서 분주하게 내왕하는 사이에 읊은  칠언율시이다. 충선왕이 원나라에 머물 때 참소를 받고 토번(吐蕃: 오늘날의 중국 티베트)으로 귀양가게 되자 동행하면서 고향생각을 읊었다. 《익재난고》 권1에 실려져 있다. 

1. 2구에서는 《논어》에서 사해가 모두 형제라고 하여 남과 잘 지내면 형제와 다름없다고 하였지만, 자신은 마치 물 위에 떠다니는 조각배와 같다고 자신의 떠돌이 신세를 한탄하였다.

3. 4구에서는 이 같은 심정이 바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져서 "기러기 소리만 들어도 고향생각에 젖는다."고 하여, 감각적 수법으로 자신의 짙은 향수를 효과적으로 나타내었다.

5. 6구에서는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고국과는 반대방향인 촉지방으로 향하는 안타까움을 읊었다. 배를 타고 양자강(揚子江)을 거슬러올라가 청신(清神)이라는 고을을 지나서 백제성(白帝城) 근처에 이르렀다. 그런데 백제성은 옛날 촉나라 황제가 천하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곳이라, 자기 임금이 겪는 수난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제현으로

     

이곳의 궁상맞은 가을비나 떨어지는 해는 시인의 참담한 마음을 더욱 고조시키는 대상인 것이다.

7. 8구에서는 원나라에서 유행하는 우유식품인 양락(羊酪)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고향에서 먹던 순채국을 잊지 못한다고 하여, 순채국이 생각나서 벼슬을 버리고 돌아갔다는 군평(君平)처럼, 자신도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자신의 강렬한 소망을 담았다.

 

扁舟漂泊若爲情(편주표박약위정) / 조각배로 떠도는 마음 서글프니
四海誰云盡弟兄(사해수운진제형) / 四海가 다 兄弟라고 누가 말했나.
一聽征鴻思遠信(일청정홍사원신) / 떠나는 기러기 소리 故鄕 消息 그립고
每看歸鳥嘆勞生(매간귀조탄로생) / 돌아가는 새를 보면 受苦로운 身世 가엾도다.
窮秋雨鎖靑神樹(궁추우쇄청신수) / 늦가을 靑神 땅의 나무에 가을 비 자욱하고
落日雲橫白帝城(낙일운횡백제성) / 지는 해에 白帝城은 구름이 비껴있구나.
認得蓴羹勝羊酪(인득순갱승양락) / 순나물 국이 羊 젖보다 나음을 알았으니
行藏不用問君平(행장불용문군평) / 가고 물러남을 占장이 君平에 물은들 所用없어라.

[59]沙里花(사리화)
黃雀何方來去飛(황작하방래거비) / 참새야 어디서 오가며 날고 있는야.
一年農事不曾知(일년종사부증지) / 一 年農事를 아랑곳하지 않고
鰥翁獨自耕耘了(환옹독자겨운료) / 늙은 홀아비가 혼자 밭을 갈고 김맸는데
耗盡田中禾黍爲(모진전중화서위) / 밭의 벼와 기장을 모두 없애다니.

[60]四皓歸漢(사호귀한 : 四皓가 漢나라로 돌아오다)
見說抶蘇李且仁(견설질소이차인) / 抶蘇는 孝道하고 마음이 어질었거늘
胡令二世禍生民(호령이세화생민) / 어찌 二世로 하여금 災殃이 百姓에게 미치게 하였는가.
逋翁不爲卑辭屈(포옹불위비사굴) / 逋翁은 卑辭에 屈服하지 않았나니
未忍劉家又似秦(미인유가우사진) ~ 劉氏의 집이 秦나라와 같이 됨을 차마 보지 못함이니라.

[61]山舍朝炊(산사조취)
山下誰家遠似村(산하수가원사촌) / 山 아래 외딴 집은 누구의 집일까?
屋頭煙帶大平痕(옥두연대대평흔) / 지붕 위에 오르는 煙氣 마치 太平聖代 같구려.
時門一犬吠籬落(시문일견폐리락) / 가끔씩 울타리 넘어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
乞火有人來扣門(걸화유인래구문) / 불씨 얻으러 오는 이웃이 門을 두드리네.

[62]山中雪夜(산중설야)

      산사의 눈오는 밤.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 얇은 이불 寒氣일고 절의 燈불은 어두운데
沙彌一夜不鳴鐘(사미일야불명종) / 沙彌僧은 밤새 鐘을 울릴 생각을 않네.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 客이 일찍 門을 열면 火를 내겠지만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 庵子앞 눈쌓인 소나무를 보아야겠네 그려.

[63]西京別曲(서경별곡)
縱然巖石落珠璣(종연암석락주기) / 비록 구슬 바위에 떨어진다해도
纓縷固應無斷時(영루고응무단시) / 決코 구슬끈은 끊어질 때가 없으리.
與郎千載相別離(여낭천재상별리) / 임과 千 年을 서로 離別하더라도
一點丹心何改移(일점단심하개이) / 내 한 點 붉은 마음 어찌 變하오리.

[64]西江風雪(서강풍설)

      서강의 눈보라.


雪壓江邊屋(설압강변옥) / 눈이 江邊의 집을 누르고
風鳴浦口穡(풍명포구색) / 바람은 浦口의 돛을 울리네.
草閣掛南窓(초각괘남창) / 亭子에 올라 南窓을 여니
雲海杳茫茫(운해묘망망) / 바다엔 구름 끼어 아득도하네.
斫膾銀絲細(작회은사세) / 銀실 같은 膾를 썰어 놓고
開樽綠蟻香(개준녹의향) / 술단지 기울여 한 盞 마시며
高歌禮成江(고가예성강) / 禮成江 굽어 보며 노래 부르니
腸斷賀頭綱(장단하두강) / 하두강(賀頭綱 : 당나라의 상인 이름)의 애肝腸만 끊어지는 듯.
※賀頭綱은 禮成江 一帶에서 장사하던 中國商人으로 바둑을 잘 두었다. 내기 바둑을 두어 미모(美貌)의 夫人을 얻어 돌아

  가던中 風浪을 만나 파선(破船) 직전(直前)에 이르자 夫人 때문에 하늘이 노(怒)했다는 風水의 말을 듣고 풀어주니, 이내

 潛潛해 졌다는 故事에서 연유한 것이다.

 

[65]西京留守慶宰臣寄凍魚(서경류수경재신기동어)
(西京留守 慶宰臣이 언 고기를 부쳐오다)
朝天石下玉鱗魚(조천석하옥린어) / 朝天石 아래 玉 비늘 고기를
千里飛來入我廬(천리비래입아려) / 먼 千 리길에서 우리집에 보내왔구나.
一見忽驚淸到骨(일견홀경청도골) / 한 番 보자마자 맑은 氣運 뼈에 通하니
只緣腹有令公書(지연복유령공서) / 뱃속에 公의 便紙가 있어서겠지요.

[66]西都留別邢通憲(서도류별형통헌)
(西都에서 邢通憲과 離別하며)
露侵征袖曉寒多(로침정수효한다) / 찬 이슬 소매에 들고 새벽 추위 찬데
酒盡離觴塞月斜(주진리상색월사) / 술자리 끝나자 달도 기우는구나.
誰料北窓螢雪客(수료북창형설객) / 누가 생각했으랴, 北窓에서 글 읽은 자네
每年鞍馬走風沙(매년안마주풍사) ~ 해마다 邊方 바람 부는 모랫밭에 말달릴 줄을.

[67]書天壽僧院(서천수승원 : 天壽僧院에 적다)
待客客未到(대객객미도) / 기다려도 손님은 오지 않고
尋僧僧亦無(심승승역무) / 스님을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惟餘林外鳥(유여림외조) / 다만 숲 밖의 山새 있어
款曲勸提壺(관곡권제호) / 懇曲히 술 가져오라 勸하고 있다.

[68]雪(설 : 눈)
朔風卷地暗河津(삭풍권지암하진) / 北風이 땅에 몰아치고 江나루는 어둑해지고
塞雲作雪愁行人(새운작설수행인) / 邊方의 구름이 갑자기 눈으로 내려 길가는 나그네를 愁心케 한다.
兩儀洪荒盪元氣(양의홍황탕원기) / 크고 넓은 天地에 元氣가 들 끊는 듯하고
萬物陸離含古春(만물육리함고춘) / 萬物이 눈부시어 太古의 봄날인 듯하도다.
初疑倒瀉銀河空(초의도사은하공) / 처음에는 銀河水가 空中에서 쏟아지는 것으로 알고
轉恐壓折靑山峯(전공압절청산봉) / 나중에는 山봉우리가 무너지는 걸로 두려워했었네.
天女霓衣戲鸞鳳(천여예의희난봉) / 하늘의 仙女가 무지개 옷 입고 鸞鳳타고 오는 듯
海仙貝闕翻魚龍(해선패궐번어용) / 바다 神仙이 貝闕에서 變幻術을 부리는 듯도 하였다.
馬蹄凌競鞭不動(마제능경편부동) / 말굽 벌벌 떨리어 채찍질해도 움직이지 않고
身上氈裘百斤重(신상전구백근중) / 몸에 입은 털옷 무거워 百 斤이나 되는 듯하였다.
令人却憶孟襄陽(령인각억맹양양) / 사람들은 옛날의 孟襄陽을 떠올리게 한다하니
驢背呤詩忍飢凍(려배령시인기동) / 춥고 배고픔을 참으며 나귀 등에 앉아서 詩를 읊는다.
逆旅主人眞可人(역여주인진가인) / 旅館 主人은 참으로 좋은 사람이니
爲我一發浮蛆甕(위아일발부저옹) / 나를 爲해 한 番 술이나 가득 부어주게나.
誰能興盡到門廻(수능흥진도문회) / 그 누가 興이 다했다고 그냥 돌아간다고 할 수 있으리오.
席暖且與程奴共(석난차여정노공) / 자리가 따뜻하니 종과 함께 마셔야지.
君不見吳中朱生畫稱絶(군불견오중주생화칭절) / 그대 보지 못했는가? 吳나라 땅의 그림이 뛰어난 朱生이
短幅曾掃燕山雪(단폭증소연산설) / 일찍이 내게 그려주었던 이 '燕山曉雪圖'를 말일세.
河橋老柳不棲鳩(하교노유불서구) / 河橋의 늙은 버들에는 까마귀도 깃들지 않고
小店閉門煙火滅(소점폐문연화멸) / 작은 旅館 門이 닫히고 저녁煙氣마저 끊어졌는데
客子驅車欲安適(객자구차욕안적) / 나그네는 수레를 몰아 어디로 가려는가.
應被名韁牽鼻裂(응피명강견비열) / 功名의 굴레에 매여서 코가 찢기도록 끌려가는 것이리니
豈知瓦油衣下黑甛鄕(기지와유의하흑첨향) / 어찌 알리오, 이불을 두르고 黑甛鄕으로 들어가면
一天歲月無炎涼(일천세월무염량) / 온 하늘에 永遠한 歲月에 더위도 추위도 없다는 것을.
畫中之境今自蹈(화중지경금자도) / 그림 속의 境地를 只今 밟고 있으니
畫中之意不可忘(화중지의불가망) / 그림 속의 뜻을 나는 속속들이 잊을 수가 없구나.
白頭更有相逢日(백두갱유상봉일) / 늙어서 다시 서로 만나는 날이 있으면
握手披圖感嘆長(악수피도감탄장) / 握手 하면서 이 그림 펴놓고 限없이 感嘆할 것이라네.

[69]雪用前韻(설용전운)
      눈이 내려 앞 사람의 韻을 빌어 짓다.


去年此日揚子津(거년차일양자진) / 지난해 오늘 나는 揚子江 나루에서
雪華濛濛愁殺人(설화몽몽수살인) / 펄펄 몰아치는 눈보라에 온갖 걱정 다하였었지.
浮玉山前駐歸楫(부옥산전주귀즙) / 부옥산(浮玉山) 앞에서 돌아가던 배 멈추고
百錢徑買金陵春(백전경매금능춘) / 많은 돈 다 털어서 술을 마셔버렸다네.
酒酣豪氣薄雲空(주감호기박운공) / 술에 취한 호기는 하늘에 닿아
走尋北固登翠峯(주심북고등취봉) / 북고산으로 달려가 푸른 산봉우리를 찾았다네.
海天上下同一色(해천상하동일색) / 바다와 하늘은 아래 위가 한 빛이고
日月東西迷六龍(일월동서미육용) / 낮과 밤 東쪽 西쪽 어느 곳에도 六龍을 못 찾았다네.
長風掉鞅欲驚動(장풍도앙욕경동) / 긴 바람이 말안장(鞍裝)을 흔드니 말이 놀라 움직이려하고
萬木含枚若持重(만목함매약지중) / 온갖 나무들은 재갈을 물린 듯 무겁기만 하였다네.
冥搜興逸太素前(명수흥일태소전) / 太古를 생각하며 고요히 즐거움을 찾다가
援筆題詩愁硯凍(원필제시수연동) / 붓 잡고 詩 쓰려니 벼루가 얼어버렸네.
擁褐南窓夜色明(옹갈남창야색명) / 베옷 입고 南쪽 窓에 앉으니 밤빛이 밝았고
半輸霽月暉鐵甕(반수제월휘철옹) / 갠 밤하늘에는 반달이 鐵甕城에 비쳤었지.
神淸宛在廣寒宮((신청완재광한궁) / 깨끗한 精神 便安히 廣寒宮에 있는 듯하나
勝賞只恨無人共(승상지한무인공) / 좋은 구경 같이 할 사람 없어 恨스럽기 그지없네.
今年此日太愁絶(금년차일태수절) / 今年 이날에는 너무도 쓸쓸하여
匹馬關河三尺雪(필마관하삼척설) / 눈 쌓인 關河에서 匹馬로 석 자 눈 속을 달리는구나.
室韋草木冷蕭條(실위초목냉소조) / 室韋의 草木은 날씨가 차가워 쓸쓸하고
碣石雲煙杳明滅(갈석운연묘명멸) / 碣石山은 구름과 안개로 아득히 보였다 말았다 하네.
向夕前程問幾何(향석전정문기하) / 이 저녁에 더 가야 할 길 얼마나 남았는지
酸風如刀面欲裂(산풍여도면욕열) / 추운 바람은 칼날 같아 얼굴은 찢어지는 듯하여라.
君不見百年身在夢魂場(군불견백년신재몽혼장)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人生 百 年이 한바탕 꿈이어서
一年年去增悲澸(일년년거증비담) / 해가 갈수록 슬픔만 더하는 것을.
亦知銷金帳下淺斟低唱有餘樂(역지소금장하천짐저창유여락) / 저 銷金帳 아래에서 술잔치 베풀어 노래하는 것이 人生의 즐거움인 것 또한 알고.....
亦知淮西夜半提軍縛賊功難忘(역지회서야반제군박적공난망) / 淮西에서 깊은 밤에 軍士를 이끌고 敵을 포박(捕縛)한 功도 잊기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日高閉門臥不起(일고폐문와불기) / 그러나 해가 높이 오르도록 門을 닫고 누워 일어나지 않았던
最有袁安興味長(최유원안흥미장) / 袁安에서의 興趣가 가장 좋았다네.

[70]雪後約竹軒訪李柯亭山齋(설후약죽헌방리가정산재)
(눈 내린 뒤 竹軒과 約束하여 李柯亭의 山齋를 訪問하다)
柯亭人境兩淸幽(가정인경양청유) / 柯亭은 人品과 境地가 맑고도 그윽하니
像想山陰雪後遊(상상산음설후유) / 눈 내린 뒤에 山陰에서 노는 것을 想像했다네.
若使同行有詩友(약사동행유시우) / 萬一 同行에 詩 짓는 親舊가 있었다면
子猷未必便回舟(자유미필편회주) / 子猷 王羲之는 굳이 배를 돌리지 않았으리라.

[71]瀟湘夜雨(소상야우 : 瀟湘江의 비오는 밤)
楓葉蘆花水國秋(풍엽노화수국추) / 丹楓들고 갈대꽃 핀 水國의 가을에
一江風雨灑扁舟(일강풍우쇄편주) / 江바람이 비를 몰아 작은 배에 뿌리네.
驚迴楚客三更夢(경회초객삼경몽) / 놀라 돌아오니 고달픈 나그네의 한밤中 꿈을
分與湘妃萬古愁(분여상비만고수) / 아황[娥皇: 중국 고대(古代) () 임금 장녀]과 女英이 萬古의 시름을 나누어주네.
※상비(湘妃) : 舜임금의 二妃인 娥皇과 女英은 舜이 창오(蒼梧)에서 죽자, 소상강(瀟湘江)을 건너지 못하고 슬피 울다가 마

 침내 이 물에 빠져 죽어 湘水의 神이 되었다는 傳說에 依한 것으로 湘君이라고도 한다.

[72]蕭何[소하 : 전한(前漢)의 재상(宰相)]
秦家圖籍漢山河(진가도적한산하) / 秦나라의 冊이 漢나라 山河를 保存함의
功比曹參百倍加(공비조참백배가) / 그 功은 曹參에게 比하여 百 倍나 낫네.
白首年來還見縶(백수년래환견집) / 白首 늙은이 되오 도리어 拘束되었으니
只應羞殺召平瓜(지응수살소평과) / 다만 召平瓜에게는 부끄러울 뿐이라네.

[73]松都八詠(송도팔영). 1
(鵠嶺春晴 : 곡령(鵠嶺)의 봄날은 맑아)
八仙宮住翠微峯(팔선궁주취미봉) / 여덟 神仙의 宮殿이 취미봉(翠微峯)에 있으니
縹緲煙霞幾萬重(표묘연하기만중) / 아득하다 구름과 안개가 몇萬 겹이나 되나.
一夜長風吹雨過(일야장풍취우과) / 하룻밤에 긴 바람 비 몰고 지나가니
海龍擎出玉芙蓉(해룡경출옥부용) / 바다 龍이 옥부용(玉芙蓉)을 받들어 오는구나.

[74]松都八詠. 2
南浦烟蓑(남포연사) : 南浦 안개 풀섶.
一灣蒲葦雨蕭蕭(일만포위우소소) / 한 굽이의 부들과 갈대에 우수수 비 내리면
隔岸人家更寂寥(격안인가갱적요) / 저 언덕의 人家는 더욱 寂寞하여라.
漁罷呼兒收綠網(어파호아수녹망) / 고기 잡이 마치고 아이들 불러 푸른 그물 거두어
剌船歸起晩來潮(자선귀기만래조) / 배 노 저어 늦게 몰려오는 潮水 타고 돌아온다.

[75]松都八詠. 3
龍山秋晩(룡산추만) : 龍山의 늦가을)
去年龍岫菊花時(거년룡수국화시) / 지난해 龍岫에 菊花 필적
與容携壺上翠微(여객휴호상취미) / 손님과 함께 술甁 가지고 山기슭에 올랐도다.
一逕松風吹帽落(일경송풍취모락) / 오솔길의 솔바람 帽子를 불어 떨어뜨리고
滿衣紅葉醉扶歸(만의홍엽취부귀) / 옷에 가득한 붉은 잎, 醉하여 붙잡고 돌아왔도다.

[76]松都八詠. 4
龍野尋春(용야심춘) :  龍野에서 봄을 찾다.
偶到溪邊藉碧蕪(우도계변자벽무) / 偶然히 시냇가 이르러 푸른 풀 깔고 앉으면
春禽好事勸提壺(춘금호사권제호) / 봄새는 일을 좋아해 술 가져오라 勸하네.
起來欲覓花開處(기래욕멱화개처) / 일어나 꽃 핀 곳을 찾으려 하니
度水幽香近却無(도수유향근각무) / 물 건너 그윽한 香氣 다가가면 도리어 없어지는구나.

[77]松都八詠. 5
西江月艇(서겅월정) : 西江 달빛 아래 배.
江寒夜靜得魚遲(강한야정득어지) / 江물은 차고 밤은 고요한데 고기 잡기 어려워
獨倚蓬窓捲釣絲(독의봉창권조사) / 혼자 蓬窓에 기대어 낚싯줄 거두노라.
滿目靑山一船月(만목청산일선월) / 눈에 가득 靑山이요 한 배 가득 달빛이라
風流未必載西施(풍류미필재서시) / 風流는 반드시 西施 같은 美人을 태울 必要는 없도다.

[78]松都八詠. 6
熊川禊飮(웅천계음) : 熊川에서 청명절연회(淸明節 宴會).
沙頭酒盡欲斜暉(사두주진욕사휘) / 모래벌에 술마시며 해는 지려 하는데
濯足淸流看鳥飛((탁족청류간조비) / 맑은 물에 발을 씻고 날아가는 새 바라본다.
此意自佳誰領取(차의자가수령취) / 이 속마음 스스로 빠져드는 興을 누가 알아주리
孔門吾與舞雩歸(공문오여무우귀) / 孔子님 弟子인 나는 舞雩에 놀다오는 것처럼 돌아가련다.

[79]松都八詠. 7
紫洞尋僧(자동심승) : 자동(紫洞)에서 스님을 찾다.
石泉激激風生腋(석천격격풍생액) / 돌샘물이 콸콸 솟고 바람은 옆구리에서 나오는데
松霧霏霏翠滴巾(송무비비취적건) / 소나무 안개 부슬부슬 푸름이 頭巾을 적시는구나.
未用山僧勤挽袖(미용산승근만수) / 山僧은 懇曲히 소매 끌며 挽留할 것이 없나니
野花啼鳥解留人(야화제조해류인) / 들꽃과 우는 새가 사람을 붙잡어 둘 줄을 아는구나.

[80]松都八詠. 8
靑郊送客(청교송객) : 靑郊에서 客을 보내며....
小溪深處柳飛綿(소계심처류비면) / 실개울 깊은 곳에 버드나무 버들 솜을 날리고
細雨晴時草似煙(세우청시초사연) / 보슬비 갠 때는 풀은 안개와 같구나.
客去客留俱不礙(객거객류구불애) / 손님이야 가거나 오거나 아무 상관(相關)없으니
一樽相對好山川(일준상대호산천) / 한 동이 술로 이 좋은 山川 마주 對한다.

[81]送李翰林還朝(송 이한림 환조)
朝廷으로 돌아가는 李翰林을 보내며...

 ※이 詩에서 李翰林이란 말은 고려시대 한림원(翰林院)의 관청에 재직한 이(李)씨 성을 가진 어느 관료(官僚)를 말한다.

早知毛骨異凡流(조지모골이범류) / 出衆한 그대 風骨을 일찍이 알았는데
刮目靑雲得意秋(괄목청운득의추) / 靑雲에 뜻을 얻은 때를 눈 닦고 보았었다.
三級風雷起蓬蓽(삼급풍뢰기봉필) / 三級 風雷가 한적(閑寂)한 선비의 집에서 나니
九天雨露洽松楸(구천우로흡송추) / 九天의 雨露가 祖上 무덤까지 적시었구나.
鴨江柳暗牽離思(압강류암견리사) / 鴨綠江 푸른 버들 어둑하여 離別을 끌지만
鼇禁花開待勝遊(오금화개대승유) / 禁垣에 꽃 피어 좋은 놀이를 기다릴 것이다.
樽酒論懷更何日(준주론회갱하일) / 술盞 들며 懷抱를 論할일 어느 날 다시 있으랴
白頭身事付蒼洲(백두신사부창주) / 白髮인 내 身世를 山水間에 부치려하노라.


[82]送 息影菴(송 식영암) : 식영암(息影菴)을 보내다.

식영암(息影菴)은 행촌(杏村) 이암(李嵒, 1297~1364) 선생을 말한다.


同道相從古亦稀(동도상종고역희) / 같은 길(道)로 相從하는 것은 예부터 드문 일인데
中年遠別忍霑衣(중년원별인점의) / 中年에 멀리 離別하니 눈물이 옷을 적시는구나.
空江目盡思無盡(공강목진사무진) / 아득한 江 限없이 바라보아도 생각은 끝이 없고
一片風帆去似飛(일편풍범거사비) / 한 조각 돛단배 떠나가는 날아가듯 빠르구나.

[83]宿臨安海會寺(숙림안해회사 : 臨安 海會寺에 묵으며)

  ※臨安 海會寺 : 중국 절강성(浙江省: 지금의 저장성) 임안현(臨安縣) 서쪽 30리에 위치한 사찰. 


梵宮臺殿遠嵯峨(범궁대전원차아) / 절의 殿閣이 멀리 높직이 솟아 있고
沙步移舟夜始過(사보이주야시과) / 모래톱에 배를 대고 밤에야 들렸도다.
峽月轉廊隨響屐(협월전랑수향극) / 산협(山峽 : 산골짜기)의 달은 複道로 돌아 나막신 소리 따르고
溪風入戶動鳴珂(계풍입호동명가) / 개울에 부는 바람 門에 들어 패옥(佩玉)을 울리는구나.
山因蘇子知名久(산인소자지명구) / 山은 東坡로 이름난지 오래고
樹自錢王閱事多(수자전왕열사다) / 전왕시절(錢王時節)부터 無數한 일 다 겪었도다.
陌上春歸花寂寂(맥상춘귀화적적) / 언덕 위에 봄 돌아와도 꽃은 寂寞하고
唯聞谷鳥和村歌(유문곡조화촌가) / 골짝의 새 우는 소리 시골 노래에 和答할 뿐이라.

※전왕(錢王) : 오월(吳越) 무숙왕(武肅王) 전류(錢鏐,852년-932년)를 말한다.

   오월국의 건국자로, 자는 구미(具美)이고, 어릴 때의 이름은 파류(婆留)였고, 절강성(浙江省) 임안(臨安) 사람이다.



[84]新安站(신암참)에서
西域桑門世所師(서역상문세소사) / 西域의 승려(僧侶)를 世上에서 스승으로 여기자
頭戴烈火語嗢咿(두대렬화어올이) / 머리에는 고깔 쓰고 說法하는 말은 요란(搖亂)했다.
逢逢打鼓雜鉢螺(봉봉타고잡발라) / 둥둥 북을 울리는데 가끔 바릿대 소리도 섞여들고
說有秘術能降魔(설유비술능항마) / 說法함에 마귀(魔鬼)를 몰아내는 秘法이 있다고도 한다.
有徒寔繁蟻慕膻(유도식번의모전) / 참으로 번잡(繁雜)한 무리들이 나타나 개미처럼 모여들어
餧肉嗽醪稱福田(위육수료칭복전) / 맛좋은 고기와 술을 가져와 福田이라 하는구나.
來承金帛去馳傳(래승금백거치전) / 올 때는 돈과 비단(緋緞)을 받아 갈 때는 말달려 傳하고
十十五五如奔電(십십오오여분전) / 열씩 다섯씩 짝을 지어 치달음이 번개 같도다.
新安站吏亦何辜(신안참이역하고) / 신안역참(新安驛站)에서 아전(衙前)에게 또한 무슨 罪가 있어
毒手一飽僵路隅(독수일포강로우) / 惡毒한 손에 한 番 먹혀 길모퉁이에 뻗어있을까.
風吹日灸蠅蜹集(풍취일구승예집) / 바람 불어와 햇볕은 따가운데 쇠파리 모여들어
妻子相看空雪泣(처자상간공설읍) / 아내와 子息은 마주보며 넋 잃고 눈물만 흘리는구나.

[85]楊安普 國公(양안보 국공) : 國公 楊安普
湖上華堂愜素聞(호상화당협소문) / 湖水 위에 華麗한 亭子 듣던 말과 같고
國公開宴樂吾君(국공개연락오군) / 國公이 잔치 열어 우리 임금 즐겁게 한다.
十千美酒鸕鶿杓(십천미주로자표) / 數 千 말이 넘는 술을 鸕鶿 盞으로 따르며
二八佳人翡翠裙(이팔가인비취군) / 二八靑春 佳人들 翡翠무늬 치마로 춤춘다.
菡萏香中聽過雨(함담향중청과우) / 蓮 香氣 속에서 지나가는 빗소리 들리고
菰蒲影際見行雲(고포영제견행운) ~ 줄 풀 속에 지나가는 구름이 보인다.
笙歌未歇輪啼鬧(생가미헐륜제료) / 피리소리 그치지 않고 수레소리 시끄러운데
漠漠西山日欲曛(막막서산일욕훈) / 멀고 먼 西山에 해가 지려 하는구나.

[86]楊花(양화 : 버들꽃, 버들개지)
似花非雪最顚狂(사화비설최전광) / 꽃도 눈도 아닌 것이 미친 듯 날리고
空濶風微轉渺茫(공활풍미전묘망) /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漸漸 아득하여라.
晴日欲迷深院落(청일욕미심원락) / 갠 날에 길 잃은 듯이 깊은 庭園에 뜰어져
春波不動小池塘(춘파부동소지당) / 자그마한 蓮못에 봄 물결도 일지 않는구나.
飄來鉛砌輕無影(표래연체경무영) / 섬돌에 飄然히 날아와도 그림자조차 없었고
吹入紗窓細有香(취입사창세유향) / 紗窓에 불어드니 香吹가 아련하다.
却憶東臯讀書處(각억동고독서처) / 그 옛날 東臯가 글 읽던 곳 생각나니
半隨紅雨撲空床(반수홍우박공상) / 半쯤은 비에 따라 비어있는 床을 때린다.

[87]漁磯晩釣(어기만조) : 낚시터에서 저녁까지 고기를 낚다
魚兒出沒弄微瀾(어아출몰농미란) / 물고기 왔다 갔다 작은 물결 놀리고
閒擲纖鉤柳影間(한척섬구유영간) / 가느다란 낚시 바늘 버들 그림자 사이로 던진다.
日暮欲歸衣半濕(일모욕귀의반습) / 해 져문 歸路엔 옷은 半이나 젖어 있고
綠烟和雨暗前山(녹연화우암전산) / 푸르던 앞山마져 안개비 속에 흐려라.

[88]漁村落照(어촌낙조) : 어촌의 저녁노을
落日看看銜遠岫(낙일간간 함원수) / 떨어지는 해는 次次 먼 山봉우리에 빠지는데
歸潮咽咽上寒汀(귀조인인상한정) / 몰려오는 潮水는 철썩철썩 찬물 가를 친다.
漁人去入蘆花雪(어인거입로화설) / 고기 잡는 사람들은 흰 갈대꽃 속으로 들어갔고
數點炊煙晩更靑(수점취연만경청) / 두어 點 밥 짓는 煙氣는 날이 저물어 더욱 푸르다.

[89]廬山三笑(려산삼소)

      여산에서 세번을 웃는다

  ※여산은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縣)에 있는 산이다.


䆁道於儒理本齊(석도어유리본제) / 佛敎와 道敎가 儒敎의 理致와 本來 같은데
强將分別自相迷(강장분별자상미) / 억지로 分別하여 스스로들 迷惑하도다.
三賢用意無人識(삼현용의무인식) / 세 사람의 뜻을 사람들은 아는 사람 없으니
一笑非關過虎溪(일소비관과호계) / 한 番의 웃음이 虎溪를 지나는 것과는 關係가 없도다.

[90]櫟翁稗說前序(역옹패설전서)
至正壬午(지정임오) / 正壬午에 이르러
夏雨連月(하우연월) / 여름비가 달을 이어 내리니
杜門無跫音(두문무공음) / 杜門不出하는데 뚜벅뚜벅 찾아오는 이의 발소리마저도 끊기고
悶不可袪(민불가거) / 無聊함을 달랠 길이 없어
持硯承簷溜(지연승첨류) / 硯滴을 들고 가서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다가
聯友朋往還折簡(연우붕왕환절간) / 親舊들끼리 주고 받은 접는 便紙를 엮어서
遇所記(우소기) / 記錄한 것을 만나는 대로
書諸紙背(서제지배) / 便紙 뒤에 쓰고
題其端曰(제기단왈) / 그 끝에다가 적기를
櫟翁稗說(역옹패설) /  “櫟翁稗說”이라 하였다.
夫櫟之從樂(부력지종락) / 그 櫟에 樂을 붙인 것은
聲也(성야) / 그 音 때문이다.
然以不材遠害(연이부재원해) / 그러나 그 櫟은 材木으로 쓰이지 않아 害를 멀리할 수 있어,
在木爲可樂(재목위가락) / 나무에 있어서는 즐거워할 만한 것이 되니
所以從樂也(소이종락야) / 그래서 樂을 붙인 것이다.
予嘗從大夫之後(여상종대부지후) / 나는 일찍이 大夫의 뒤를 쫓아
自免以養拙(자면이양졸) / 스스로 害를 免하여 拙朴함을 길렀으니
因號櫟翁(인호력옹) ~ 그래서 櫟翁이라 號한 것이며
庶幾其不材而能壽也(서기기불재이능수야)  그 櫟의 材木이 되지 않아서 長壽할 수 있음을 바라는 것이다.
稗之從卑(패지종비) / 稗에 卑를 붙인 것은
亦聲也(역성야) / 그 소리 때문이지만
以義觀之(이의관지) / 그 뜻으로 본다면
稗禾之卑者也(패화지비자야) / 穀食 種類로는 가장 卑俗한 것이다.
余少知讀書(여소지독서) / 나는 어려서 冊을 읽을 줄 알았고
壯而廢其學(장이폐기학) / 커서는 그 學問을 그만두었고
今老矣(금노의) / 이제는 늙어버렸으나
顧喜爲駁雜之文(고희위박잡지문) / 도리어 雜駁한 文章을 짓기를 좋아하여서
無實而可卑(무실이가비) / 內實이 없고 卑俗하니
猶之稗也(유지패야) / 稗와 비슷하다.
故名其所錄(고명기소록) / 그래서 그 記錄한 것을 이름하여
爲稗說云(위패설운) / ‘패설(稗說)’이라 하였다.

[91]櫟翁稗說後(역옹패설후)
客謂櫟翁曰(객위력옹왈) / 손이 櫟翁에게 이르기를
子之前所錄(자지전소록) / “자네가 앞에 記錄한 바는
述祖宗世系之遠(술조종세계지원) / 먼 祖宗의 系譜를 記述하고
名公卿言行(명공경언행) / 有名한 宰相의 言行도
頗亦載其間(파역재기간) / 자못 그 사이에 실었으나
而乃以滑稽之語(이내이활계지어) / 終末에는 골계(滑稽)의 이야기로
終焉(종언) / 끝마쳤고
後所錄其出入經史者無幾(후소록기출입경사자무기) / 뒤에 記錄한 바는 經書와 史書에 出入함은 얼마 되지 않고
餘皆雕篆章句而已(여개조전장구이이) / 나머지는 모두 章句를 分析하였을 따름이니
何其無特操耶(하기무특조야) / 어찌하여 그 獨特한 風操가 없는가.
豈端士壯夫所宜爲也(기단사장부소의위야) / 端雅한 선비와 점잖은 사람은 마땅히 할 바 아니다.” 한다.
答曰(답왈) / 나는 答하기를
坎坎擊鼓列於風(감감격고렬어풍) / “둥둥 북치는 북소리를 ‘風’에 羅列하고
屢舞婆娑編于雅(루무파사편우아) / 婆娑춤을 추는 것을 ‘雅’에 編入하였는데
矧此錄也(신차록야) ~ 하물며 이 記錄은
本以驅除閑悶(본이구제한민) / 本來 閑暇로울 때의 煩悶을 없애기 爲하여
信筆而爲之者(신필이위지자) / 붓끝에 맡겨 한 것이니
何怪夫其有戲論也(하괴부기유희론야) / 그 戲論있는 것이 무엇이 怪異하단 말인가.
夫子以博奕者(부자이박혁자) / 夫子는 바둑과 將棋도
爲賢於無所用心(위현어무소용심) / 마음을 쓰는 바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 하였는데
雕篆章句(조전장구) / 章句를 分析 論難함이
比諸博奕(비제박혁) / 博奕에 比하여
不猶愈乎(불유유호) / 오히려 낫지 않은가.
且不如是(차불여시) / 또 이와 같지 않았다면
不名爲稗說也(불명위패설야) / 稗說이라 이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였다.

[92]鷰尋玉京(연심옥경) : 제비가 옥경을 찾아오다
翩翩隻燕訪空閨(편편척연방공규) / 훨훨 날아가는 한 雙 제비가 빈 안房을 찾으니
應感佳人惜別詩(응감가인석별시) / 아리따운 사람의 아쉬운 離別의 詩에 感動되었음이라.
相對知心不知語(상대지심불지어) / 서로 對해 마음은 아나 말을 못했을 것이니
一庭風雨落花時(일정풍우락화시) ~ 한 뜰의 비바람에 꽃 떨어질 時節이로다.

[93]五冠山(오관산) : 五冠山 아래 살면서...
木頭雕作小唐鷄(목두조작소당계) / 나무 머리에 작은 唐나라 닭을 새겨
筋子拈來壁上棲(근자념래벽상서) / 젓가락으로 집어내어 壁 횃대에 놓자
此鳥膠膠報時節(차조교교보시절) / 이 닭이 "꼬끼요" 울어 時間을 알리면
慈顔如似日平西(자안여사일평서) / 어머님 얼굴이 西쪽으로 넘어가는 해처럼 환해 지실까.

[94]王祥碑(왕상비) : 王祥의 碑石.
有扁路傍石(유편로방석) / 길가에 세워진 우뚝한 碑石
上有王祥字(상유왕상자) / 王祥이란 글字가 새겨져 있네.
臥氷得泉魚(와빙득천어) / 얼음에 드러누워 잉어를 求해다가
饋母此其地(궤모차기지) / 어머니를 供饋하던 데가 여기로구나. (饋. 먹일 궤)
嗟我事宦遊(차아사환유) / 아 나는 只今 벼슬살이만 하면서
連年負慈侍(연년부자시) / 여러 해 동안 어머님을 못 모셨네.
區區望雲心(구구망운심) / 故鄕 떠나 어머니 생각하였던 일 가끔 있건만
甘旨遠難致(감지원난치) / 맛있는 飮食 멀어서 드릴 수 없네.
何當報剪鬟(하당보전환) / 머리털 끊어 待接하던 父母 恩惠 어떻게 갚을지
僅足同齧臂(근족동설비) / 겨우 팔뚝 깨물어 出世를 盟誓한 것과 같을 뿐이다.
載讀孝子碑(재독효자비) / 이 孝子의 碑文을 비로소 읽어보니
茫然放淸淚(망연방청루) / 茫然히 눈에서 맑은 눈물만 쏟아지는구나.

[95]劉敬(유경)
欲將漢主嫁昆夷(욕장한주가곤이) / 漢나라 公主를 昆과 夷로 媤집보내려 했으니
想見當初計畫時(상견당초계화시) / 그 當時의 事情을 비로소 알겠노라.
千載名妃心語口(천재명비심어구) / 千 年 歲月 匈奴로 媤집간 明 나라 公主는 마음속의 말
奉春君豈是男兒(봉춘군기시남아) ~ 奉春君 劉敬이여, 네가 어찌 男子이란 말이냐.

[96]劉向劉歆(유향유흠) : 劉向과 劉歆.
丹心耿耿帝曾知(단심경경제증지) / 一片丹心 빛남을 임금이 알아주어
梓柱生根勢莫移(재주생근세막이) / 가래나무 뿌리 나서 勢力이 確固하다네.
地下可能無駭汗(지하가능무해한) / 地下에서 어찌 놀라 땀을 흘리지 않겠는가
國師公是酒家兒(국사공시주가아) / 國師公 劉歆이 바로 그 집의 아들이라네.

[97]陸賈(육가 : 중국 전한의 학자요 정치가)
將相同心業再昌(장상동심업재창) / 將軍과 宰相이 마음을 모아 王業을 再昌하고
漢家聲敎到南荒(한가성교도남황) / 漢 나라 敎化가 南蠻地域까지 뻗쳤네.
擊鮮樂飮眞良計(격선낙음진량계) / 고기 잡아 즐긴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었으나
枉費機關爲辟陽(왕비기관위벽양) / 벽양후(辟陽侯) 심이기(審食其)를 爲한 機關의 費用은 잘못이었네.

[98]栗谷人家(율곡인가)

      밤나무골의 人家에서...


歲暮天寒雪欲飛(세모천한설욕비) / 세밑에 날씨는 춥고 눈이 날리려 하니
旋收鷄狗掩柴扉(선수계구엄시비) / 닭과 개 모아 가두고 사립門 닫았네.
馬蒭奴飯猶能辦(마추노반유능판) / 말 먹이에다 종의 밥까지 이미 準備했으니
勸客明朝且莫歸(권객명조차막귀) / 來日 아침에도 길 떠나지 말라며 자꾸 붙잡네.

[99]二陵早發(이릉조발)

      두 陵을 아침에 떠나며...


夢破郵亭耿曉燈(몽파우정경효등) / 우정(郵亭)에서 꿈 깨니 새벽 燈불 가물거리고
欲乘鞍馬覺凌兢(욕승안마각릉긍) / 말 鞍裝에 오르려니 추위가 스산하구나.
雲迷柱史燒丹竈(운미주사소단조) / 老子가 丹藥을 사르던 터에 구름만 피어오르고
雪壓文王避雨陵(설압문왕피우릉) / 文王이 비 避한 陵에 눈이 펑펑 내리는구나.
觸事誰知胸磈磊(촉사수지흉외뢰) / 世上일에 가슴에 웅어리 짐을 누가 알리오
吟詩只得髮鬅鬙(음시지득발붕승) / 詩 읊으니 머리털만 자꾸 헝클어질 뿐이로다.
塵巾折角裘穿縫(진건절각구천봉) / 頭巾의 뿔이 꺾이고 갖옷도 떨어졌으니
羞向龍門見李膺(수향룡문견리응) / 이 꼴로 龍門에 가서 李膺을 보기 부끄러워라.


[100]長巖(장암)
拘拘有雀爾奚爲(구구유작이해위) / 잡혀있는 어린 새야 너는 무엇 하다가 잡혔느냐
觸着網羅黃口兒(촉착망라황구아) / 그물에 걸려있는 어린 새야
眼孔元來在何許(안공원래재하허) / 둥그런 눈 어디다 두었느냐
可憐觸網雀兒癡(가련촉망작아치) / 그물에 걸린 어린 새가 너무도 가엽구나.
長巖 ~: 樂志와 李齊賢의 漢譯詩에 노래를 지은 由來가 傳해 오는 高麗 歌謠의 하나.

[101]張良(장량)
五世君恩未足酬(오세군은미족수) / 五代를 섬긴 임금 恩惠를 充分히 갚지 못해
誓將心力快秦讎(서장심력쾌진수) / 마음 속으로 秦나라 怨讐 갚으려 盟誓하였네.
韓王又作彭城土(한왕우작팽성토) / 韓王 또한 彭城의 흙이 되었고
借箸何辭轉一籌(차저하사전일주) / 젓가락 빌려 說明한 計策을 어찌 辭讓하겠는가.

[102]鄭瓜亭(정과정)


憶君無日不霑衣(억군무일불점의) / 매일같이 님 생각에 옷깃이 젖어
政似春山蜀子規(정사춘산촉자규) / 바로 春山의 접동새 같다오.
爲是爲非人莫問(위시위비인막문) / 옳고 그름을 사람들아 묻지를 마소
只應殘月曉星知(지응잔월효성지) / 다만 새벽 달과 새벽 별만은 應當 알리라.
(鄭瓜亭은 內侍郞中 정서(鄭敍)의 1作, 自號가 瓜亭, 그가 거문고 타며 부르는 노래를 作者가 詩를 지어 풀이함)

[103]田橫(전횡)


隨何有口來黥布(수하유구래경포) / 隨何는 말才주 있어 黥布를 說得하여 오게 했지만
魏豹無心聽酈生(위표무심청력생) / 魏豹는 酈生의 說得을 받아들인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네.
壯士難敎甘一辱(장사난교감일욕) / 壯士에겐 조금의 屈辱도 받게 해서는 안되나니
漢皇爭得見田橫(한황쟁득견전횡) / 漢나라 皇帝는 後患이 두려워 억지로 田橫을 보려 했다네.

[104]諸葛孔明祠堂(제갈공명사당)


群雄蠭起事紛拏(군웅봉기사분나) / 英雄들 蜂起하여 일마다 어수선하니
獨把經綸臥草廬(독파경륜와초려) / 홀로 經綸 안고 草家집에 누웠었다.
許國義高三顧後(허국의고삼고후) / 三顧 後에 높은 義理 나라에 許諾하고
出師謨遠七擒餘(출사모원칠금여) / 七縱七擒 뒤에 出師의 策略이 遠大하였다.
木牛流馬誰能了(목우류마수능료) / 木牛와 流馬로 僞裝하는 才주 누가 알며
羽扇綸巾我自如(우선륜건아자여) / 새털 부채와 실로 짠 頭巾으로 自若하였다.
千載忠誠懸日月(천재충성현일월) / 千古의 忠誠 해와 달처럼 하늘에 달려
廻頭魏晉但丘墟(회두위진단구허) / 돌아보건데, 魏나라와 晉나라야 廢虛 뿐이로다.

[105]題手卷(제수권) : 두루마리에 쓰다. 1


豊干老去不參禪(풍간로거불참선) / 승려(僧侶) 풍간(豊干)은 늙어가며 참선(參禪)도 않고
寒拾從來只掣顚(한습종래지체전) / 僧侶 寒山과 拾得은 이마만 잡고 있단다.
白額將軍亦何者(백액장군역하자) / 白額將軍 호랑이는 무엇 하는 者인지
忍飢共打一場眠(인기공타일장면) / 굶주림 참고서 함께 낮잠만 잔단다.

[106]題手卷. 2


顔色雖非滿鏡春(안색수비만경춘) / 顔色에는 비록 봄빛 시들었으나
歌聲尙足動梁塵(가성상족동량진) / 노래 소리는 아직도 大들보를 울린다.
感君一贈同心結(감군일증동심결) / 그대 사랑의 贈票 同心結 줌에 監激하여
不爲千金更媚人(불위천금경미인) / 千金을 준다 해도 다른 사람 생각도 않으리라.

[107]濟危寶(제위보) : 濟危寶에서....


​浣紗溪上傍垂楊(완사계상방수양) / 빨래터 시냇가의 垂楊 버드나무 곁에서
執手論心白馬郞(집수논심백마랑) / 白馬 타고 온 도련님과 손잡고 情답게 얘기했네.
縱有連簷三月雨(종유연첨삼월우) / 비록 처마 끝에 석 달 동안 봄비가 繼續 내린다 해도
指頭何忍洗餘香(지두하인세여향) / 손끝에 남은 그 香氣를 차마 어찌 씻으랴?

[108]題長安逆旅(제장안역려) : 長安 旅館에 題하여. 1


倦客重遊秦樹老(권객중유진수로) / 지친 나그네 다시 오니 秦나라 나무도 늙고
佳人一去隴雲賖(가인일거롱운사) / 고운 임 가신 뒤에 隴西의 구름만 멀구나.
愁聽杜叟三年笛(수청두수삼년적) / 杜甫의 三年 피리 소리를 시름겨워 들으며
悵望張侯萬里槎(창망장후만리사) / 張侯의 萬 里 뗏목을 구슬피 바라보는구나.
夢裏家山空蕙帳(몽리가산공혜장) / 꿈속의 내 故鄕은 蕙草 帳幕을 비웠으리
酒闌簷雨落燈花(주란첨우락등화) / 술자리 끝나자 落숫물 燈불에 떨어지는구나.
宦情已似秋雲薄(환정이사추운박) / 벼슬하는 마음은 가을구름처럼 엷어져
胸次猶餘一寸霞(흉차유여일촌하) / 가슴 속에는 한 치쯤의 붉은 노을 남아 있도다.

[109]題長安逆旅. 2


海上箕封禮義鄕(해상기봉례의향) / 바다 건너 箕子나라 禮義의 고장
曾修職貢荷龍光(증수직공하룡광) / 진작 職分의 貢物을 바쳐 皇帝 恩惠 입었도다.
河山萬世同盟國(하산만세동맹국) / 山河 萬世의 同盟의 나라이니
雨露三朝異姓王(우로삼조이성왕) / 皇帝의 德化 입은 세 王朝의 다른 姓氏 王이로다.
貝錦誰將委豺虎(패금수장위시호) / 누가 貝錦을 잡아 늑대와 호랑이에게 넘겨줄까
干戈無奈到參商(간과무내도참상) / 서로의 不和가 參商에 이르렀으니 어찌할까
扶持自有宗祧力(부지자유종조력) / 宗廟의 神靈이 道와 扶持하여
會見松都業更昌(회견송도업경창) / 松都의 王業이 다시 繁昌해짐을 볼 수 있으리라.

[110]題長安逆旅. 3


早信忠誠可動天(조신충성가동천) / 일찍이 忠誠이면 하늘도 움직일 줄 믿어 왔는데
孰云仁聖竟容奸(숙운인성경용간) / 聖君이 끝내 奸邪함 容納할 줄 누가 알았으리오.
鷄竿曙色開暘谷(계간서색개양곡) / 닭의 홰의 새벽은 東쪽 골짝에 환히 열리고
鳳闕春光到雪山(봉궐춘광도설산) / 鳳闕의 봄빛은 雪山에까지 이르렀구나.
讖雨池蛙喧欲鬪(참우지와훤욕투) / 비를 알리는 蓮못 개구리들 搖亂하게 싸울려하는데
唳雲臯鶴倦思還(려운고학권사환) / 높은 곳에서 우는 鶴은 지쳐서 돌아가려하는구나.
區區吳薛何爲者(구구오설하위자) / 區區한 吳와 薛은 무엇하는 者들이기에
自鼓嚨胡徹帝關(자고롱호철제관) / 스스로 모르는 오랑캐에 북을 쳐서 皇帝까지 알게했나.

[111]趙三藏李稼亭神馬歌次韻(조삼장리가정신마가차운)
       조삼장(趙三藏)과 이가정(李稼亭 : 이곡)의 新馬歌에 次韻하여....


拂郞神馬來皇都(불랑신마래황도) / 拂郞國의 神馬가 皇都에 왔는데
矯矯軒軒何所似(교교헌헌하소사) / 굳세고 헌칠한 氣像 어디에 비길까.
長風破浪雲雷奔(장풍파랑운뢰분) / 거센 바람 물결 깨며 우뢰가 달리고
海底烏龍欻飛起(해저오룡훌비기) / 바닷속의 烏龍이란 개가 忽然히 날아
龍耶馬耶不可知(용야마야불가지) / 龍인지 말인지 알 수 없도다.
骨法誰問寒風子(골법수문한풍자) / 그 누가 骨法을 調鍊師 寒風子에개 물어
世無玉山禾(세무옥산화) / 神仙의 벼가 世上에는 없는데
肯爲一飢垂兩耳(긍위일기수량이) / 한 番 굶었다고 두 귀가 축 늘어지겠는가.
蹴裂交河氷(축렬교하빙) / 交河 江을 밟아 깨어졌는데
肯爲一困甘遭箠(긍위일곤감조추) / 한 番 困하다고 채찍질을 받겠는가.
九重況得蒙主恩(구중황득몽주은) / 더구나 宮闕에서 임금 恩惠 받았는데
三倍何論曾利市(삼배하론증리시) / 세 배의 값인들 利益을 말하겠는가.
照夜白師子花(조야백사자화) / 西域 名馬 照夜白과 唐나라 郭子의 名馬 師子花
故應齷齪難與比(고응악착난여비) / 이보다 矮小하여 比較가 되지 않는도다.
腐儒並世空聞名(부유병세공문명) / 썩은 선비는 空然히 그 이름만 날려
自恨年來返田里(자한연래반전리) / 시골에 와 있음을 恨歎하고 있도다.
寫眞儻有曹將軍(사진당유조장군) / 肖像畵가 唐나라 曹 將軍이 있지만
作讚那無杜子美(작찬나무두자미) / 讚詞를 지을 杜子美가 없도다.
願觀弄影玉輅前(원관롱영옥로전) / 玉輅 앞에 노니는 모습 보고 싶으니
安得親奉明堂祀(안득친봉명당사) / 어떻게 하면 明堂祭祀 參禮할 수 있을까.

[112]曹參(조참,?~BC190)


病瘡餘痛九州同(병창여통구주동) / 病들고 傷處 입음 九州가 매한가지
兪扁何施藥砭功(유편하시약폄공) / 名醫인 兪拊와 扁鵲인들 어떻게 治療할 수 있을까.
不作歌呼終日醉(불작가호종일취) / 노래 부르고 終日토록 醉하지 않았다면
膠西枉見白頭翁(교서왕견백두옹) / 膠西에서 白頭翁 쓸데없이 본 것이리라.

[113]中菴居士贈詩(중암거사증시) : 中菴居士에게 주는 詩). 1


道門終古隱然開(도문종고은연개) / 道의 門은 옛날부터 隱然히 열렸으니
脚踏何論士與臺(각답하논사여대) / 實踐에 어찌 선비와 下人을 따지리오.
彼佛曾敎丹化鐵(피불증교단화철) / 저 부처는 丹砂가 쇠로 變하는 것 말하였다만
吾儒奚憚海持杯(오유해탄해지배) / 우리 儒奚는 어찌 큰 술盞을 싫어하리오.
信標衣鉢非言得(신표의발비언득) / 믿음은 衣鉢로 標하니 말로 얻을 수 없고
樂在簞瓢豈利回(낙재단표기리회) / 즐거움은 瓢주박에 있으니 어찌 名利를 찾으랴.
許我洗心參五葉(허아세심삼오엽) / 나에게 깨끗한 마음 五葉 參禪 勸하니
希公着眼處三才(희공착안처삼재) / 나는 公이 三才에 處함을 着眼하시기를 바랍니다.

[114]中菴居士贈詩. 2


大地炎塵撥不開(대지염진발불개) / 大地의 뜨거운 먼지 없앨길 없는데
淸涼獨占竹邊臺(청량독점죽변대) / 대숲에 있는 樓臺는 시원하기도 하여라
門無車馬腰無印(문무차마요무인) / 門 앞에는 車馬 없고 허리에 印綬도 없지만
家有絃歌手有杯(가유현가수유배) / 집에 거문고 있고 손에는 술盞 있도다.
霖雨應須一龍起(림우응수일용기) / 장마에 龍 한 마리 일어남을 기다리겠지만
丘山未信萬牛回(구산미신만우회) / 山林의 뜻 萬 匹의 소로도 돌리지 못했도다.
請看鶴壽峯前地(청간학수봉전지) / 鶴壽峯 앞에 있는 마을을 보시라
也着三韓老秀才(야착삼한노수재) / 또한 三韓의 늙은 秀才 살고 있을 것이오.

[115]中菴居士贈詩. 3


糞掃堆中心眼開(분소퇴중심안개) / 쌓인 쓰레기 속에서도 眼目이 열리면
到頭渾是九蓮臺(도두혼시구련대) / 이르는 곳마다 모두가 蓮花臺로다.
驪鱗觸處難求寶(려린촉처난구보) / 검은 龍이 비늘 찌르니 如意珠 求하기 어렵고
蛇足添來或失杯(사족첨래혹실배) / 蛇足을 덧붙이면 술盞을 빼앗기도 한다네.
萬物秋凋還夏茂(만물추조환하무) / 萬物은 가을에 시들었다가 여름에 다시 茂盛하고
三光西沒却東回(삼광서몰각동회) / 三光은 西쪽으로 넘어갔다 다시 東쪽으로 돌아온다.
分明此理誰拈破(분명차리수념파) / 分明한 이런 理致 그 누군들 알았으리오.
四海除公有辨才(사해제공유변재) / 온 世上에 公 外에는 아는 사람 있었을까.

[116]中菴居士贈詩. 4


呑吐江山口闔開(탄토강산구합개) / 江山 氣運 呼吸하여 입을 다물고 벌려
肯敎塵壒礙靈臺(긍교진애애영대) / 흙먼지가 靈臺를 막히게 하려나.
眞功牛入庖丁刃(진공우입포정인) / 참 工夫는 庖丁의 칼날에 소가 들어간 듯하고
妄想蛇逃樂廣杯(망상사도악광배) / 妄想은 樂廣의 술盞에 뱀이 없어지듯 한다.
樂國公能許同往(악국공능허동왕) / 公은 極樂世界로 함께 가기를 勸하니
寶山吾亦免空回(보산오역면공회) / 나도 寶山에서 헛되이 돌아오지 않으리라.
有心潤色無文印(유심윤색무문인) / 潤色에 마음을 두면 文章의 印이 없어지고
未信金仙不要才(미신금선불요재) / 부처를 믿지 않으면 才주가 所用없다고 한다.

[117]中菴居士贈詩. 5


明主當時理具開(명주당시리구개) / 賢明한 君主가 있던 當時는 잘 다스려져
看公闊步上金臺(간공활보상금대) / 公은 闊步하며 金臺에 올랐었도다.
笑談漢已重九鼎(소담한이중구정) / 談笑하니 漢 나라는 이미 九鼎처럼 重하였고
襟袍魯宜如一杯(금포로의여일배) / 넓은 度量은 나라가 술盞처럼 작게 보였도다.
鍊石只言天可補(련석지언천가보) / 돌을 달구니 하늘은 氣運 다 하고
揮戈豈料日難回(휘과기료일난회) / 槍을 휘두르니 어찌 太陽을 돌리기 어려우리오.
蒼生莫誤東山興(창생막오동산흥) / 蒼生들은 東山의 興趣를 그르치지 말라
際會誰非將相才(제회수비장상재) / 때 만나면 누군들 將相의 才주 아니겠는가.

[118]中菴居士贈詩. 6


一掬天慳天爲開(일국천간천위개) / 秘藏된 한 곳을 하늘이 열어주니
更將詩眼着亭臺(갱장시안착정대) / 다시금 亭子와 樓臺에 詩眼을 부친다.
尋僧散步雲隨杖(심승산보운수장) / 스님 찾아 散步하니 구름은 지팡이 따르고
對客高談月入杯(대객고담월입배) / 손을 對하여 高談 나누니 달은 술盞에 든다.
積翠低簷相媚嫵(적취저첨상미무) / 푸른 山氣運 처마에 싸여 더욱 아름답고
落紅浮水故縈回(락홍부수고영회)  떨어진 꽃 물에 떠 짐짓 돌고 있도다.
園林鍾鼓眞淸勝(원림종고진청승) / 동산 숲에 風樂소리 참으로 좋으니
題詠須憑吏部才(제영수빙이부재) / 文章은 吏部 韓愈의 才주에 비길 수 있도다.

[119]中菴居士贈詩. 7


舊讀詩書心孔開(구독시서심공개) / 오래 詩書를 읽어 마음 열고
不窺閒館與崇臺(불규한관여숭대) / 閒館과 樓臺를 엿보지 않았도다.
向來亦陋蕭曹筆(향래역루소조필) / 終來에도 蕭曹의 刀筆도 鄙陋하게 여겼는데
此去却耽嵇阮杯(차거각탐혜완배) / 요즘에는 嵇阮의 술을 즐깁니다.
如涉太山超海過(여섭태산초해과) / 마치 太山을 끼고 바다를 뛰어 건너려 하여
欲行千里及門回(욕행천리급문회) / 千 里를 가려면서 門앞에서만 맴돕니다.
二毛已負鑽堅志(이모이부찬견지) / 半白의 나이에 稻苗를 찾으려는 마음 저버리고
深愧雕虫不是才(심괴조충불시재) / 才주 아닌 자질구레한 文章 짓는 일 부끄럽도다.

[120]中菴居士贈詩. 8


苔鎖閑扉日懶開(태쇄한비일라개) / 굳게 잠긴 사립門 날마다 열기도 싫은데
紅塵況擬走章臺(홍진황의주장대) / 하물며 紅塵 속의 繁華街에 달려갈까.
玉川腹裏五千券(옥천복리오천권) / 玉川의 뱃속엔 五千 券의 冊 들어 있고
李白手中三百杯(이백수중삼백배) / 李白의 手中에는 三百 盞의 술 있다 하네.
歲月頻驚隙駒過(세월빈경극구과) / 달리는 말처럼 빠른 歲月에 자주 놀라고
行藏頗愧磨驢回(행장파괴마려회) / 맷돌 나귀 도는 것처럼 맴도는 내 行藏 부끄럽네.
東門幸有宜瓜地(동문행유의과지) / 東門에는 多幸히도 오이 심을 땅이 있으니
遮莫乾坤生我才(차막건곤생아재) / 天地는 이처럼 나에게 才주를 만들어 주었다네.

[121]中庵掌試後賀宴席上(중암장시후하연석상)


중암(中庵)이 시관(試官)을 맡아본 後 연회(宴會)에서....
國老提衡古未多(국로제형고미다) / 國家 元老가 전형(銓衡)한 일은 옛날에도 드물었는데
群雄入彀世爭誇(군웅입구세쟁과) / 많은 英雄들 合格하니 사람들 자랑거리로다.
天開萬古煙霞洞(천개만고연하동) / 萬古의 煙霞洞을 하늘이 열었고
春滿一庭桃李花(춘만일정도리화) / 庭園의 桃李꽃에 봄이 가득하도다.
羯鼓打翻銀漢月(갈고타번은한월) / 갈고(羯鼓) 장고(長鼓)는 銀河水의 달을 춤추게 하고
鳳簫吹散赤城霞(봉소취산적성하) / 붕소(鳳簫) 소리 赤城山의 노을을 흩어 버린다.
年年此樂何窮已(년년차락하궁이) / 해마다 이 즐거움 어느 때 다하리오
餘慶方鍾積善家(여경방종적선가) / 적선(積善)한 집에 많은 慶事 모여든다오.

[122]至治癸亥四月二十日發京師上王時在西蕃將往拜(지치계해사월이십일발경사상왕시재서번장왕배)

서번(西蕃)에 계시는 임금님 뵈려 서울을 떠나며....
主恩曾未答丘山(주은증미답구산) / 泰山 같은 임금님 恩惠 報答하지 못했으니
萬里驅馳敢道難(만리구치감도난) / 萬 里를 달려가는 것이 어이 어렵다 하오리까.
彈劍不爲兒女別(탄검불위아녀별) / 칼을 두드리며 兒女와 離別을 차마 하지 못하고
引杯聊盡故人歡(인배료진고인환) / 盞을 들어서 에오라지 親舊의 情을 실컷 받으련다.
五雲廻首籠金闕(오운회수롱금궐) / 돌아보면 五色구름은 大闕을 뒤덮고
片月多情照玉關(편월다정조옥관) / 多情한 조각달은 玉關을 비추리라.
唯念慈親鬢如雪(유념자친빈여설) / 오직 생각하노니 白髮의 우리 어머님
數行淸淚洒征鞍(수행청루쇄정안) / 두어 줄기 맑은 눈물이 말 鞍裝 위에 떨어지는구나.

[123]陳勝(진승)


甕牖繩樞去故園(옹유승추거고원) / 깨진 항아리로 窓門 만들고 새끼로 지도리 매는 가난한 故鄕 떠나
魚書狐火起中原(어서호화기중원) / 陳勝과 吳廣은 어서 狐火 거짓 計略 꾸며서 中原에서 일어났네.
只應燕雀譏鴻鵠(지응연작기홍곡) / 다만 應當 제비와 참새같은 人物이 기러기와 고니 같은 人物을 속이고
一去都忘壟上言(일거도망롱상언) / 한 番 떠나간 뒤에는 모두 밭두둑에서 親舊와의 約束도 잊고 말았네.

[124]陳平(진평)


呂氏應非項氏儔(여씨응비항씨주) / 呂氏는 애當初 항우(項羽)의 짝이 안 될 터인데
何緣到此獨深憂(하연도차독심우) / 어이하여 이렇게 홀로 근심하였을까.
絳侯椎樸王陵戇(강후추박왕릉당) / 絳侯 周勃은 미련하고 王陵운 어리석은데
更欠高皇用我謀(경흠고황용아모) / 게다가 高皇처럼 나의 計策를 써줄 이도 없구나.

[125]處容(처용)


新羅昔日處容翁(신라석일처용옹) / 그 옛날 新羅의 處容翁은
見說來從碧海中(견설래종벽해중) / 넓고 푸른 바다 건너 왔다네.
貝齒赬脣歌月夜(패치정순가월야) / 조개같은 齒牙에 붉은 입술로 달밤에 노래하니
鳶肩紫袖舞春風(연견자수무춘풍) / 자주(紫朱)빛 소매에 솔개처럼 치솟은 어깨로 봄바람에 춤추네.

[126]焦山(초산)


裵老開浮玉(배노개부옥) / 裵氏 老人이 부옥산(浮玉山) 열어서
胸襟讓一焦(흉금양일초) / 깨끗한 마음으로 일초(一焦)에게 讓步한 것이라네.
海呑吳地盡(해탄오지진) / 바다는 吳 나라 땅을 삼킨 듯하고
山控楚天遙(산공초천요) / 山은 楚 나라 하늘 위로 높이 솟았구나.
蜃氣窓間日(신기창간일) / 신기루(蜃氣樓)는 땅 사이로 햇살 따라 비치고
鷗聲砌下潮(구성체하조) / 갈매기 소리 조수(潮水) 따라 섬돌 밑에 들어온다.
欲歸還倚杖(욕귀환의장) / 돌아가려다가 다시 지팡이에 몸 依支하고
松竹晩蕭蕭(송죽만소소) / 날 저물자 소나무와 대나무에 바람이 쓸쓸하다.

[127]招崔壽翁(초최수옹)

        최수옹을 초대하며....

琴書一茅屋(금서일모옥) / 한 草家집에 거문고와 冊 있으니
高臥樂幽獨(고와락유독) / 높이 누우니 즐거움이 홀로 그윽하다.
故人來不來(고인래불래) / 親舊는 오는지 않오는지 몰라도
東鄰酒新熱(동린주신열) / 東녘 이웃에 새로이 술 익어간다.

[128]蜀道(촉도)

      촉도(蜀道)에서...

      중국 쓰촨 성으로 통하는 매우 험한 길이다. 쓰촨 성은 1912년부터 1949년까지 존재했던 중화민국의 성이었다.

 

此山從古有(차산종고유) / 이 山은 옛날부터 있었으니
此道幾時開(차도기시개) / 이 길은 어느 때에 열렸을까.
不借夸媧手(불차과왜수) / 夸媧의 솜씨 빌리지 않아
誰分混沌肧(분혼돈배) / 한 덩어리로 뭉친 것을 누가 나뉘라.
天形旂尾擲(천형기미척) / 하늘은 旗 끝에서 조금 보이고
岡勢劍鋩摧(강세검망최) / 山勢는 칼날처럼 날카롭도다.
霧送千林雨(무송천림우) / 안개는 온 숲에 비를 보내고
江奔萬里雷(강분만리뢰) / 江 소리는 萬 里 밖에 雷霆이 울리는 듯.
班班穿薈鬱(반반천회울) / 이리저리 우거진 숲을 뚫고 들어
矗矗上崔嵬(촉촉상최외) / 뾰족뾰족한 봉우리로 오르는구나.
下馬行難並(하마행난병) / 말에서 내려도 나란히 걷기 어렵고
逢人走却廻(봉인주각회) / 사람이 맞닥치면 되돌아가야 하다니.
驚猿空躑躅(경원공척촉) / 놀라는 원숭이 부질없이 머뭇거리고
去鳥但徘徊(거조단배회) / 날아가던 새도 빙빙 돌기만 하는구나.
才喜晨光啓(재희신광계) / 아침 햇살 겨우 비치는 듯하다가
俄愁暮色催(아수모색최) / 갑자기 깜깜하게 저물어 오는구나.
金牛疑妄矣(금우의망의) / 金牛의 故事도 虛望한 듯하니
流馬笑艱哉(유마소간재) / 流馬도 運行하기 어려웠겠구나.
寄謝題橋客(기사제교객) / 다리에 쓴 손님에게 말하노니
何須約重來(하수약중래) / 어찌 반드시 다시 오려고 約束할까.

[129]促織(촉직 : 귀뚜라미)


促織復促織(촉직복촉직) / 베 짜라 재촉하고 또 베 짜라 재촉하는데
哀鳴何惻惻(애명하측측) / 슬피 우는 것이 어찌 그리도 불쌍해 보이는지.
終夕弄機杼(종석롱기저) / 밤새도록 베틀의 북을 놀려대어도
平明無寸縷(평명무촌루) / 아침에는 한 치의 베도 없구나.
嫠婦才聞淚似泉(리부재문누사천) / 과부(寡婦)들 이 소리 듣고 눈물이 샘솟듯 하고
征夫一聽凋朱顔(정부일청조주안) / 出征한 軍士들도 한番 들고 붉어진 얼굴에 주름살 낀다네.
春風融暖花着子(춘풍융난화착자) / 봄바람 따뜻하면 꽃은 열매 맺고
夏景舒長燕成壘(하경서장연성루) / 여름철 기나긴 날 제비도 집을 짓는데
胡爲不自謀(호위부자모) / 어찌하여 너 自身 생각지 않다가
知秋直待霜淸露冷方(지추직대상청로랭방) / 찬 이슬과 된서리가 내려야만 가을을 깨닫느냐.
促織爾何愚(촉직이하우) / 귀뚜라미야 너는 어찌 그렇게 어리석은가
須臾日月豈肯爲爾留(수유일월기긍위이유) / 잠(暫)깐인들 歲月이 어찌 너를 爲해서 머물까.

[130]則天陵(측천릉) : 則天의 무덤.


久客萬事慵(구객만사용) / 오랜 나그네 生活 萬事가 귀찮아
好古意未歇(호고의미헐) / 옛것을 좋아하는 마음 잊지 못한다.
停驂問遺民(정참문유민) / 가던 말 멈추고 百姓에게 말 물으니
枉道尋斷碣(왕도심단갈) / 길을 돌아 끊어진 碑石을 찾았도다.
關輔古帝畿(관보고제기) / 關輔는 옛 帝王들의 서울이었는데
壯觀不湮沒(장관불인몰) / 좋은 景觀 湮沒되지 않았도다.
千年阿婆陵(천년아파릉) / 千 年 묵은 阿婆陵
百里見城闕(백리견성궐) / 百 里 밖 城과 大闕이 보인다.
根連隴坂長(근연롱판장) / 뿌리는 저 긴 隴坂에 連結되고
氣壓秦川闊(기압진천활) / 氣勢는 秦川의 廣闊함도 눌렀도다.
麒麟與獅子(기린여사자) / 麒麟과 獅子가
左右勢馳突(좌우세치돌) / 左右로 달리려 부딪힌다.
侍臣羅簪纓(시신나잠영) / 簪纓으로 裝飾한 侍臣들 둘러 있고
猛士列鈇鉞(맹사열부월) / 鈇鉞을 잡은 猛士들 벌여있도다.
當時竭財力(당시갈재력) / 當時 財力을 다 써버려
慮欲固扃鐍(려욕고경휼) / 나라 굳게 지키려고 하였도다.
興廢理難逃(흥폐리난도) / 興亡의 理致 避할 수 없으니
久爲狐兎窟(구위호토굴) / 오랫동안 짐승들의 巢窟이 되었도다.
憶昔陰乘陽(억석음승양) / 예부터 陰이 陽을 이기면
四海憂禍烈(사해우화열) / 四海에 근심과 禍亂이 甚하도다.
牝鳴殷家素(빈명은가소) / 암탉이 울자 殷나라 衰했는가
燕琢漢嗣絶(연탁한사절) / 제비가 쪼아먹어 한 나라 王統 끊어졌다.
文皇順天心(문황순천심) / 文皇은 天心을 順應하여
百戰啓王室(백전계왕실) / 數많은 戰爭 끝에 王業을 얻었도다.
居然攘神器(거연양신기) / 하루 아침에 帝位를 簒脫하였으니
背念黃裳吉(배념황상길) / 어찌 황상(黃裳)의 吉함을 생각했을까.
丁寧雙陸夢(정녕쌍륙몽) / 雙陸의 꿈 丁寧
黯慘虞淵日(암참우연일) / 淵의 태양(太陽) 암참(黯慘)
尙賴得忠賢(상뢰득충현) / 그러나 多行히 忠賢을 얻을수 있나
終能返故物(종능반고물) / 끝내 王業을 되찾았구나.
歐公信名儒(구공신명유) / 歐公은 참으로 훌륭한 선비였으나
筆削未免失(필삭미면실) / 필삭(筆削)에 失手를 免치 못하였도다.
那將周餘分(나장주여분) / 어찌하여 周 나라의 여분(餘分)을 가져다가
續我唐日月(속아당일월) / 唐 나라의 日月을 잇는단 말인가.
區區女媧石(구구여왜석) / 區區한 여왜씨(女媧氏)의 돌로써
豈補靑天缺(기보청천결) / 어찌 靑天의 결함(缺陷)을 기울 수 있겠는가
擬作擿瑕編(의작적하편) / 적하편(擿瑕編)을 지으려 하였으나
才疏愧王勃(재소괴왕발) / 王勃 같은 才주 없음이 부끄럽도다.

[131]七夕(칠석) : 칠석날


脈脈相望邂逅難(맥맥상망해후난) / 限없이 바라봐도 만나기 어렵더니
天敎此夕一團欒(천교차석일단란) / 하늘은 이 저녁 한 차례 만나게 한다.
鵲橋已恨秋波遠(작교이한추파원) / 오작교(烏鵲橋)에서는 이미 가을 물결 먼 것을 怨望하고
鴛枕那堪夜漏殘(원침나감야루잔) / 원앙금침(鴛鴦 衾枕)에서 밤 가는 것을 어이 견딜까.
人世可能無聚散(인세가능무취산) / 世上에도 만나면 헤어지는 일 어쩔 수 없는데
神仙也自有悲歡(신선야자유비환) / 神仙 또한 그들의 슬픔과 기쁨 있었구나.
猶勝羿婦偸靈藥(유승예부투영약) / 아무렴 항아(姮娥)가 不死藥 훔쳐먹다 (羿. 사람이름 예)
萬古羈棲守廣寒(만고기서수광한) / 萬古동안을 광한궁(廣寒宮)에서 외롭게 사는 것보다 낫겠지.

[132]涿郡(탁군)


美壤每每接大行(미양매매접대행) / 아름다운 땅은 늘 大行에 닿아 있어
東秦右臂北燕吭(동진우비북연항) / 東쪽은 진(秦)나라의 오른 팔이요 北쪽은 연(燕)나라의 목이도다.
劉郞却愛蠶叢國(류랑각애잠총국) / 유총각(劉總角)은 도리어 잠총국(蠶叢國)을 사랑하여서
故里虛生羽葆桑(고리허생우보상) / 故鄕의 羽葆의 뽕나무가 헛되이 났었던가.

[133]八月十七日放舟向峩眉山(팔월십칠일방주향아미산)

八월 十七日 배 놓아 아미산(峩眉山)을 向하다.
錦江江上白雲秋(금강강상백운추) / 錦江 江 가에 흰 구름 가을인데
唱徹驪駒下酒樓(창철려구하주루) / 離別曲인 驪駒曲 부르고서 酒樓에서 내려온다.
一片紅旂風閃閃(일편홍기풍섬섬) / 한 조각 붉은 旗는 바람에 .펄럭펄럭
數聲柔櫓水悠悠(수성유로수유유) / 몇 마디 노젓는 소리는 江물에 넘실거린다.
雨催寒犢歸漁店(우최한독귀어점) / 비에 몰린 송아지 漁店으로 돌아가고
波送輕鷗近客舟(파송경구근객주) / 물결에 밀린 갈매기는 客船에 다가오는구나.
孰謂書生多不偶(숙위서생다불우) / 書生이 不偶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每因王事飽淸遊(매인왕사포청유) / 매양 王事로 싫도록 놀며 다니는구나.

[134]夏侯嬰(하후영)

?~B.C.172) 중국 전한(前漢) 고조(高祖) 때의 공신이다.
劍下淮陰爲大將(검하회음위대장) / 劍下의 淮陰 韓信은 大將이 되고
車中季布作名臣(차중계포작명신) / 車中에 季布는 漢나라의 名臣이 되었도다.
滕公鑑識眞難及(등공감식진난급) / 藤公의 識見은 따라가기 어렵지만
最是高皇善用人(최시고황선용인) / 高皇이 사람 採用 가장 잘했네.
攀龍附鳳豈無人(반룡부봉기무인) / 龍을 잡고 鳳凰새에 붙을 사람이 없을까마는
驂乘初終只一臣(참승초종지일신) / 始終一貫 驂乘한 사람 끝내 오직 한 사람이었으니
擁樹兩兒誠不忍(옹수량아성불인) / 孝惠와 魯元 두 아이를 保護함은 차마 못하는 誠義인데
帝心應念放麑仁(제심응념방예인) / 高帝는 應當 사슴을 놓아주는 孟孫의 어진 마음 생각했을거야.

[135]漢武帝望思臺(한무제망사대)


漢皇好奇士(한황호기사) / 漢나라 皇帝는 奇異한 선비를 좋아하여
江充來犬臺(강충래견대) / 江充이 犬臺宮으로 오게 되었다.
舌端寄毒螫(설단기독석) / 혀 끝에는 毒한 벌레 붙어 살고
肚裏藏禍胎(두리장화태) / 뱃속에는 災殃의 胎를 간직하였다.
狺狺吠舊主(은은폐구주) / 으르렁거리며 옛 主人을 짖어대니
全趙飛驚灰(전조비경회) / 온 趙나라가 놀라 재가 되어 날았도다.
茂陵自英武(무릉자영무) / 茂陵은 스스로 才주있고 勇猛하여
將相多賢才(장상다현재) / 將帥와 政丞中에 어진 人才 많았도다.
胡爲不絜矩(호위불혈구) / 어찌하여 미루어 생각 못 하고
利祿崇奸回(리록숭간회) / 奸慝한 者에게 利益과 俸祿을 주었던가.
天倫化豺虎(천륜화시호) / 天倫이 승냥이나 범으로 變하여
戾園空草萊(려원공초래) / 太子의 무듬인 戾園에 부질없이 풀만 우거졌도다.

[136]韓信(한신)

出跨淮陰志頗奇(출과회음지파기) / 淮陰에서 사타구니 밑을 기어나간 그 뜻 記錄하였고
赤知王業匪人爲(적지왕업비인위) / 王業은 사람마다 되는 것이 아님을 또한 알았다네.
欲令螻蟻翻溟渤(욕령루의번명발) / 개미에게 넓은 바다를 뒤집게 하려 했으니
晩計何殊乳臭兒(만계하수유취아) / 萬年計劃 젖먹는 아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137]函谷關(함곡관)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신안현(新安縣) 동쪽에 있는 관문임
形勝平看十二齊(형승평간십이제) / 形勝은 열두 齊를 내려다 보는데
下臨無路上無梯(하림무로상무제) / 밑으로는 길이 없고 길 위에는 사다리도 없다.
土囊約住黃河北(토낭약주황하북) / 흙 주머니로 黃河의 北쪽을 막았고
地軸句連白日西(지축구련백일서) / 地軸은 白日의 西쪽에 맞닿았구나.
天意已歸三尺劍(천의이귀삼척검) / 하늘의 뜻은 이미 한고조에게 돌아갔지만
人心豈特一丸泥(인심기특일환니) / 人心이야 어이 한 덩이 진흙 뿐이리오
秋禾滿畝風塵靜(추화만무풍진정) / 가을 穀食 이랑에 가득하고 風塵은 고요하니
穏跨征鞍聽午鷄(온과정안청오계) / 鞍裝에 便히 걸터앉아 낮 닭 울음소리 듣는다.

[138]項羽(항우)
書劍應難敵萬人(서검응난적만인) / 冊과 칼로는 많은 사람 對敵하기 어려워
須知大勇在安民(수지대용재안민) / 모름지기 큰 勇猛은 百姓을 便히 하는데 있음을 알았네.
韓生奪得東歸志(한생탈득동귀지) / 東으로 돌아갈 뜻을 韓生이 빼앗더라면
天意寧終假一秦(천의녕종가일진) / 하늘의 뜻이 어찌 秦 나라를 남겨두려 하겠는가.

[139]和李明叔雲錦樓 四詠(화이명숙운금루사영) 1.

          荷洲香月(하주향월)


微波澹澹月溶溶(미파담담월용용) / 가는 물결 잔잔하고 달빛은 넘쳐흐르는데
十頃荷花一道風(십경하화일도풍) / 열 이랑의 蓮꽃에 한 줄기의 바람이 부는구나.
記得臨平山下宿(기득림평산하숙) / 臨平山 아래에서 묵은 일을 記憶하니
酒醒身在畫船中(주성신재화선중) / 술이 깨자 내 몸은 畵船 속에 있었구나.

[140]和李明叔雲錦樓四詠 2.

        송학취운(松壑翠雲 : 솔 골짝 푸른 구름)


一林黃葉遠無聲(일림황엽원무성) / 온 숲의 누른 잎은 멀어서 소리도 없고
萬壑蒼雲漲欲平(만학창운창욕평) / 골짝마다 푸른 구름은 넘쳐서 平平해지려 한다.
捲上山頭吹不散(권상산두취불산) / 山꼭대기로 불어올라 흩어지지 않으니
料應晩雨未全晴(요응만우미전청) / 應當 저녁비가 完全히 개지 않은 때문이겠지.

[141]和李明叔雲錦樓 四詠 3.

        어기만조(漁磯晩釣 : ​어촌물가 늦은 낚시)


魚兒岀沒弄微瀾(어아출몰롱미란) / 물고기 새끼 몰려나와 잔물결을 희롱(戱弄)하고
閑擲纖鉤柳影閒(한척섬구류영한) / 한가(閑暇)로이 가는 낚시 버들 그림자 사이에 던진다.
日暮欲歸衣半濕(일모욕귀의반습) / 저물어 돌아가려니 옷이 半쯤 젖었고
綠煙和雨暗前山(녹연화우암전산) / 푸른 안개 비와 섞여 앞山을 어둡게 하는구나.

[142]和李明叔雲錦樓 四詠 4.

       산사조취(山舍朝炊 : 산촌의 아침 굴뚝연기)


山下誰家遠似村(산하수가원사촌) / 山 밑엔 누구 집인가 멀리 마을이 있는 듯
屋頭煙帶大平㾗(옥두연대대평흔) / 지붕으로 오르는 煙氣는 太平歲月 氣運 서리었다.
時聞一犬吠籬落(시문일견폐리락) / 때때로 울타리에 개 짖는 소리 들리니
乞火有人來扣門(걸화유인래구문) / 불을 빌리려 와서 門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는가보다.

[143]和贈李外郞元弼(화증리외랑원필)
        외랑(外郞) 이원필(李元弼)에게 화답(和答)하여 주다.


男子平生志四方(남자평생지사방) / 男子의 平生 뜻은 四方 天地에 두어야지
不應羞澁爲空囊(불응수삽위공낭) / 돈 없는 빈 주머니라고 부끄러울 게 없도다.
靈均去楚唯飱菊(영균거초유손국) / 屈平은 楚나라 떠나서 菊花만 먹었고
魯叟過陳也絶糧(노수과진야절량) / 魯叟도 陳나라 지날 때, 食糧이 떨어졌도다.
搔首只緣詩作崇(소수지연시작숭) / 머리가 빠진 것은 詩가 原因이 되어서니
揚眉更覺酒能狂(양미갱각주능광) / 눈썹을 펴니 술이 사람 미치게 함 알았도다.
愧非指廩周公瑾(괴비지름주공근) / 穀食 倉庫 보여준 周瑜가 못됨 부끄러우니
傾蓋相從亦不妨(경개상종역불방) / 陽傘 기울이며 親히 지냄도 妨害되지 않겠지.

[144]黃土店聞上見譖不能自明. 1(황토점문상견참불능자명.1)
        黃土店에서 上王이 참소(讒訴)를 當하고 解明하지 못함을 듣고....


世事悠悠不忍聞(세사유유불인문) / 아득한 世上일을 차마 다 듣지 못하니
荒橋立馬忽忘言(황교립마홀망언) / 황폐(荒廢)한 다리 위에 말 세우니 말조차 막히는구나.
幾時白日明心曲(기시백일명심곡) / 어느 때라야 靑天白日처럼 이 마음을 밝히리
是處靑山隔淚痕(시처청산격루흔) / 이곳 靑山에 떨어져 혼자 눈물을 뿌린다.
燒棧子房寧負信(소잔자방녕부신) / 좁은 사다리길 불사른 張良이 어찌 믿음 저버리리오
翳桑靈輒早知恩(예상령첩조지은) / 예상(翳桑)의 령첩(靈輒)은 진작 恩惠 알았다는데
傷心無術身生翼(상심무술신생익) / 傷한 마음에 몸에 날개 돋는 才주도 없으니
飛到雲霄一叫閽(비도운소일규혼) / 구름 낀 하늘 훨훨 날아, 大闕門에 외치지 못해 恨이다.

[145]黃土店聞上見譖不能自明. 2(황토점문상견참불능자명.2)

        황토점에서 상왕이 참소를 당하고 해명하지 못함을 듣고....


咄咄書空但坐愁(돌돌서공단좌수) / 쓱쓱 空中에 글을 쓰며 시름겨워 앉았노라니
式微何處是菟裘(식미하처시토구) / 苦生하시는 우리 임금님 어디 가 쉬실까.
十年艱險魚千里(십년간험어천리) / 十 年 동안 겪은 苦生 千 里 먼 곳 오른 물고기
萬古升沈貉一兵(만고승침맥일병) / 萬古의 興亡盛衰 歷史는 한 언덕의 담비로다.
白日西飛魂正斷(백일서비혼정단) / 해는 西쪽으로 달려가니 넋이 끊어지고
碧江東注淚先流(벽강동주루선류) / 江물은 東으로 흘러가니 눈물 먼저 흘러내린다.
滿門簪履無鷄狗(만문잠리무계구) / 數많은 門客들 中에 닭소리 개 盜賊도 없는가
飽德如吾死合羞(포덕여오사합수) / 恩德 입은 나같은 者는 죽어도 面目이 없도다.

[146]黃土店聞上見譖不能自明. 3
寸腸氷炭亂交加(촌장빙탄란교가) / 조그마한 창자 속에 얼음과 숯이 들볶는 듯
一望燕山九起嗟(일망연산구기차) / 燕山을 한 番 바라보니 아홉番 탄식(歎息)이 인다.
誰謂鱣鯨困螻蟻(수위전경곤루의) / 생각이나 했으리 고래가 개미에게 시달릴 줄을
可憐蟣蝨訴蝦蟆(가련기슬소하마) / 可憐하다, 이와 서캐가 개구리 中傷하는구나.
才微杜漸顔宜赭(재미두점안의자) / 才주가 적어 미리 막지 못하니 얼굴이 붉을 만하고
責重扶顚髮易華(책중부전발역화) / 전복된 것 바로잡을 무거운 책임에 머리가 희어진다.
萬古金縢遺冊在(만고금등유책재) / 萬古 金縢에 끼친 글이 嚴然히 있으니
未容群叔誤周家(미용군숙오주가) / 여러 叔父님 남긴 말, 周나라 王室 그르치지 못하리라.

[147]淮陰漂母墳. 1(회음표모분. 1)
        회음(淮陰)의 빨래하는 女人의 무덤에서....
重士憐窮義自深(중사련궁의자심) / 선비를 重히 여기고 궁민(窮民)을 가엾이 여겨야 義가 깊거늘
豈將一飯望千金(기장일반망천금) / 어찌 한 그릇 밥으로 千 金을 바랐겠는가.
歸來却責南昌長(귀래각책남창장) / 돌아와서는 도리어 南昌의 정장(艇長)을 꾸짖었으니
未必王孫識母心(미필왕손식모심) / 王孫이 반드시 표모(漂母 : 빨래하는 노파)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148]淮陰漂母墳. 2(회음표모분. 2)
婦人猶解識英雄(부인유해식영웅) / 婦人은 그래도 英雄을 알아
一見殷勤慰困窮(일견은근위곤궁) / 한番 보자 은근(殷勤)히 곤궁(困窮)함을 위로(慰勞)했다.
自棄爪牙資敵國(자기조아자적국) / 스스로 어금니와 발톱을 버려 敵國에 주었거니
項王無賴目重瞳(항왕무뢰목중동) / 項王은 쓸데없이 두 눈동자(瞳子) 가졌었구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