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書. 간찰. 시(詩)

[한시]육신사를 배알하다 - 이중협(李重協)

야촌(1) 2021. 9. 5. 15:14

창절서원소장 판각한시 8편중제5편<육신사를 배알하다 - 이중협李重協

 

 

창절서원 소장 판각 한시 8편 중 제5편<육신사를 배알하다> 이중협(李重協)


嘗讀遜國記(상독손국기) / 일찍이 손국기遜國記를 읽을 때,
不禁廢卷淚(불금폐권루) / 나도 모르게 책을 덮고 눈물 흘렸네.


蒼黃亦苦心(창황역고심) / 창황한 겨를에도 적잖이 고심했으리.
闔族無噍類(합족무초류) / 일족 중에 살아남는 자 없을 테니.


哀哉六先生(애재육선생) / 서글프도다! 여섯 선생께서,
臣節終自遂(신절종자수) / 끝내 신하의 절의를 이루었네.


豈不識天命(기불식천명) / 어찌 천명의 추이 몰랐겠는가 마는.
盖欲扶人義(개욕부인의) / 그저 사람의 도리를 지키려 했을 뿐.


八賢同其趣(팔현동기취) / 여덟 현인이 그 뜻을 함께한 덕에,
三綱賴不墜(삼강뢰불추) / 삼강이 실추되지 않은 게지.


無死卽必死(무사즉필사) / 죽임을 당하지 않아도 필시 죽었을 터.
歿身其逃棄(몰신기도기) / 어찌 죽는 날까지 의리를 저버리겠는가!


慷慨嚴戶長(강개엄호장) / 강개함에 북받친 엄호장은.
居年辦大事(거년판대사) / 당시 중대한 사안을 이루었네.


寒瓊閉空山(한경폐공산) / 서늘한 옥체는 텅 빈 산에 있다 한들.
靈氣終難閟(령기종난비) / 신령한 기운을 끝내 가리기 어렵지.


睠玆俎豆所(권자조두소) / 제향 올리는 이곳을 돌아보니.
密邇園陵邃(밀이원능수) / 호젓한 능침과 정말 가깝구나.


雲旗日趨朝(운기일추조) / 구름 깃발은 날마다 조회에 나아가고.
松柏鬱交翠(송백울교취) / 울창한 송백은 푸른빛을 교차하네.


願採首陽薇(원채수양미) / 공경히 초려(蕉荔)로 바치고 싶구나.
作詩起後來(작시기후래) / 시편 지어 후인의 마음을 흥기시키면.


民衷帝回畀(민충제회비) / 하늘께서 백성의 충정을 되돌려주시리.

丁巳季春 李重協(정사계춘 이중협) / 정사년(丁巳年 1737, 영조 13) 3월에 이중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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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이중협(李重協, 1681~ ? ) : 본관은 경주(慶州)이고, 자는 화중(和仲)이다. 1713년(숙종 39) 증광문과에 갑과 2등으로 급제한 뒤, 대사간과 공조참판, 도승지 등을 역임했다. 1736년(영조 12) 강원도관찰사에 제수되었는데, 본 작품은 이듬해 3월 지은 것이다.

 

[용어풀이]


손국기(遜國記) : 명나라 주목결(朱睦㮮)이 찬술한 편년체 사서(史書)로 본래의 서명은 『혁제일사 革除逸史』이다. 건문제(建文帝, 惠帝)의 즉위부터 숙부인 성조(成祖)의 황위찬탈가지 당대 정치의 시말을 기술하였다. 단 ‘국가를 손위하는 기록[遜國記]’, ‘제거된 나라의 누락된 역사[혁제일사 革除逸史]’라는 서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황위 찬탈의 시말과 충신들의 사적 등에 관한 야사를 중심적으로 수록하였다.

 

‘혁제(革除)’는 성조 즉위 후에 건문 연간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Tm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중협(李重協)이 읽은 손국기가 단종의 손위 과정과 사육신의 충절을 기술한, 남효온의<육신전 六臣傳>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문헌에 수록된 인물의 성격과 역사적 정황이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손국기’라는 서명을 차용했을 수도 있다.


살아남는 자[噍類] : 초류(噍類)는 살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한서』「고제기상 高帝紀上」에 “항우(項羽)는 사람됨이 사납고 잔악했는데 일찍이 양성(襄城)을 공격했을 때 양성에 살아남은 자가 없었고 지나는 곳마다 잔멸되지 않음이 없었다.” 가 보인다.


초려(蕉荔) : 춘추제향에 제수로 올리는 파초(芭蕉)와 여지(荔枝)의 통칭이다.


[참고`인용`출처 문헌]
『역주장릉지속편 장릉지보유』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편찬 2011년
『창절서원지』사단법인 영월창절서원 2016년. 사진인용
『영월군부읍지선생안』, 『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시스템』, 『한자사전』 네이버, 다음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