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3. 01, 06(일)
■ 기효신서절요(紀效新書節要) : 병서(兵書=병법에 관하여 쓴책)
명나라 척계광의 명저 기효신서의 요약
조선 후기 병법의 뿌리는 명나라 척계광(戚繼光ㆍ1528 ~ 1588) 장군이 지은 기효신서라는 책에서 출발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조선 후기에 간행된 수많은 군사 관련 서적들 중 대부분은 척계광의 기효신서와 어떤 형태로든 관계가 있다.
기효신서절요(紀效新書節要ㆍ사진)도 마찬가지다. 책 제목 중 ‘절요’라는 낱말은 요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기효신서절요는 명나라 명장인 척계광이 지은 유명한 병서 ‘기효신서’의 내용 중에서 요점만을 가려 뽑아 편찬한 병서라고 할 수 있다.
기효신서는 내용이 어렵고 회화체 문장과 중국 남부 지방 사투리가 섞여 있어 독해하기 힘든 책이라는 평이 많았다. 그 때문에 조선 후기 군인들은 기효신서 원본보다는 기효신서를 해설한 책을 보는 것을 더 선호했다. 기효신서절요도 그처럼 기효신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간한 책 중의 하나다.
기효신서와 관련된 조선의 해설서는 크게 네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병학지남이었다. 병학지남은 기효신서의 신호체계와 진형, 훈련과 전투 절차를 재해석해서 쓴 책이다. 기효신서의 훈련과 전투절차, 진형만을 중점으로 정리한 조련변진지법 혹은 조련도식이란 책도 존재했다.
기효신서에 수록된 무예, 다시 말해 군대용 무술만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책도 있었다. 1595년 6월에 편찬 작업이 진행 중이던 세도나 1598년 한교(1556~1627)가 집필한 무예제보, 1604년 경에 이미 완성돼 있던 권보 등이 대표적이다. 1612년에 한교가 쓴 연병지남처럼 척계광의 기효신서와 연병실기를 기반으로 수레를 이용한 차전(車戰)을 중점적으로 해설한 책도 있다.
기효신서절요의 경우 기효신서의 특정 부분만을 재해석하거나 요약한 책이 아니라, 기효신서 전체를 요약한 책이라는 점에서 위의 여타 해설서와는 차별성이 있다. 임진왜란이 진행 중이던 1595년 6월 훈련도감 도제조인 유성룡이 국왕에게 기효신서의 요약본인 기효신서촬요를 편찬하겠다는 보고를 한 사례가 이미 있다. 즉 이미 임진왜란 중에 기효신서 요약본의 편찬작업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순신 구명 상소를 올린 것으로 유명한 정탁(1526~1605)의 문집에는 기효신서절요의 서문이 들어 있다. 이 서문은 1602년에 쓰여진 것이므로 늦어도 이 무렵에는 기효신서절요가 완성됐음을 알 수 있다. 서문을 보면 기효신서를 조선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유성룡(1542~1607)이 주관하고, 한교(1556~1627)가 실무를 맡았다는 식으로 설명돼 있다.
하지만 서문에 기효신서절요의 직접적인 편찬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다만 유성룡 휘하에서 기효신서 도입의 실무 역할을 맡았던 이시발(1569~1626)이 경상도관찰사 시절 기효신서절요 간행 과정에 깊숙히 개입했고, 경상도 안동부에서 간행했다는 내용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즉 기효신서절요는 처음에는 유성룡의 지휘 아래 조정 차원의 공식 편찬 작업이 시작됐지만, 막상 책이 완성됐을 때는 중앙 조정이 아니라 지역 행정기관 차원에서 간행한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1593~1604년 사이에 기효신서와 관련된 수많은 해설서가 간행된 만큼, 기효신서 전체를 요약한 기효신서절요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 때문인지 수십 권 넘게 남아있는 병학지남에 비해 기효신서절요는 서울대학교 규장각, 전북대와 국민대학교 도서관 등에 단 3권만 남아있다. 병학지남과 비교해 기효신서절요는 상대적으로 적게 보급된 책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후기 무예와 병서를 연구하는 곽낙현 연구원은 “기효신서절요는 조선 후기 단병전술체계 개발에 시발점 역할을 한 책”이자 “새로운 군사기술을 습득하려 했던 조선의 적극적 자세를 보여주는 책”이라며 기효신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무엇보다 조선시대 기효신서 최초 도입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효신서절요는 역사적 가치가 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해 오는 기효신서절요에는 편찬 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이 전혀 없지만 무예제보나 연병지남의 저자인 한교가 편찬한 책이라고 추정하는 학자들이 많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반계 유형원의 저서의 목록 중에도 기효신서절요라는 책이 보이지만, 이것이 임진왜란 직후 편찬된 기효신서절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방일보]김병륜 기자 < lyue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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