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
근대문화유산 제213호(등록문화재)로 지난 1995년 11월 11일 지정된 정읍 진산동 영모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문간채에 민화 그림이 그대로 남아있어 보존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2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 예원예술대학교 개교 10주년 국제학술심포지엄 ‘그림, 응목회심(應目會心)하며 만나다’에서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전경미교수는 이같이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하고 보존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선
또, 순수회화와 실용회화 모두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도 국내에서는 정읍 영모재가 유일하다.
따라서 전교수는 2011년 3월 개보수를 위해 정읍 영모재의 솟을대문을 해체 보수시 원형을 보존해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개보수를 위해 벽화 전체가 뜯겨질 예정으로,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자칫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진산동 영모재는 1915년에 건립, 근대기 재실 건축으로 대문간채와 재각이 ‘二(이)자형’으로 배치된 건물로, 김덕홍의 효행을 기념하는 명정판이 대문간채에 걸려 있다. 특히 대문간채는 관리인이 거주하는 고직사 기능이 통합된 복합 평면으로 근대기 건축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민화가 아직도 남아 있는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토끼
대문간채의 경우, 연화도, 호작도, 기학선인도 등 벽화가 사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
호작은 민중의 힘, 모란은 부귀, 봉황은 관직 등용을 상징하는 뜻으로 자주 그려졌는데, 민화적인 요소가 재각의 대문간채에 그려진 예는 현재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게 전교수의 주장이다.
본채에도 조선시대 사대부가들이 즐긴 산수화가 벽면 전체에 벽화로 장식돼 있다.
이는 행랑채의 민화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솟을대문에 그려져 있는 민화 벽화들에는 다양한 희노애락과 기복을 기원했던 민중들의 소박한 소망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해태
솟을대문 좌우 벽면과 홍살문 목조 기둥에 그려진 그림들은 화조도에 자주 등장하는 학과 봉황, 백로, 기러기, 원앙, 참새, 현무, 잉어, 오리, 풍속화, 신선도, 문자도(文字圖), 민화 산수화, 화훼도(花卉圖), 소과도(蔬果圖), 어해도(魚蟹圖) 등의 다양한 민화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행랑채의 그림과 동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본채 벽화들이 현재까지도 일부는 남아는 있지만 본채 내부의 그림은 도려낸 흔적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남아있는 그림 또한 예전 그림 위에 필력이 떨어지는 그림이 덧씌워져 있어 그 가치를 반감시키고 있다.
본채 방 내부에는 수묵화로 그려졌던 흔적은 있지만 제대로 된 그림이 한 점도 없다.
벽면에는 초서체로쓴 한시들과 인쇄본 그림들의 일부가 남아 있어 원본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영모재를 새롭게 개축한 시기는 솟을대문 상량문에 표기된 개국 524년 을묘년(乙卯, 1915년). 당시 평창은 아버지 덕홍(德洪)에게 효자정문이 내려지자 기존 죽산안씨(竹山安氏) 사당의 작은 대문을 헐고 현재의 높은 홍살문 솟을대문으로 짓고 대문 전체를 벽화로 장식했던 것이다. 때문에 솟을대문에 그려진 민화들은 1915년 대대적으로 실시됐던 재증축 이후 에 그려졌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무
본채 추녀 끝을 받치고 있는 활주 또한 이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활주 밑에는 독특한 문양에 새겨져 눈길을 끌고 있다. 행랑채 솟을대문 앞에 그려진 음양 문양과 본채 활주 밑 팔괘는 두 문양이 상호 작용을 하고 있는 듯 매우 이채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솟을대문 안쪽 중앙의 보에 그려진 두 마리의 학 위에 올라 앉아 피리를 불고 있는 두 신선과 이 문의 중앙의 넓은 벽면에 그려진 봉황, 호랑이, 현무, 해태도 등과 이 문의 바깥쪽 두 기둥 위의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 등 모두 쌍으로 그려져 있는 그림들은 문화적 가치가 더해지면서 경이로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만큼 원형 보존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출처 : 이종근의 한국문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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