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산 소씨 족보서(眉山蘇氏族譜序)
소씨 족보는 소씨 일족의 계보(系譜)이다. 소씨는 고양씨「황제(黃帝)의 손자고, 창의(昌意)의 아들이며, 우왕(禹王)의 할아버지라고도 하는 전욱(顓頊), 처음 고양에 도읍을 정하여 고양씨라 한다.」에서 나와 천하에 만연(蔓延: 널리 퍼지어 번짐)하였다.
당나라 신요(神堯=당나라 고조 이연) 초기에 장사(長史)를 지낸 소미도(蘇味道)가 미주자사(眉州刺史)로 벼슬하다 졸하였는데, 그의 아들 한 명이 미주에 남았다. 미주에 소씨가 있게 된 것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족보로서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친족관계가 다해서다. 친족관계가 다한다면 어째서 이르지 못하는가?
족보는 친족을 위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자식들에 관해서 기록하면서 손자는 쓰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세대를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내 아버지에서 시작하여 고조부에 이르기까지는 벼슬을 하고 하지 않은 것과 어느 집안에 장가든 것과 향년(享年)이 얼마이고, 어느 날에 졸하였는지 모두 기록하였지만,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쓰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가? 내가 나온 계보를 자세히 하기 위함이다.
내 아버지부터 고조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휘(諱)가 누구라 하면서도 다른 분은 곧 이름에 따르는 것은 왜인가? 내가 비롯된 계보를 존중하기 위함이다. 족보는 소씨 가문을 위해서 짓는 것이로되 오직 내가 나온 계보만을 자세히 하고 존중하는 것은 무슨 영문인가? 이 족보는 내가 만들기 때문이다.
오호라!
나의 보서를 보는 사람은 효도하고 우애를 지니려는 마음이 구름이 피어나듯 생겨날 것이다. 정은 친족에 발현되고, 친족관계는 상복에 나타난다. 상복은 최복(衰服=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의 상중에 입는 상복)에서 비롯하여 시마(緦麻: 종증조(從曾組)ㆍ삼종형제(三從兄弟)ㆍ중 증손(衆曾孫)ㆍ중 현손(衆玄孫)의 상사(喪事)에 석 달 동안 입는 복)에 이르고 나면 상복을 입지 않는 데에 다다른다.
복(服)이 없으면 곧 친족관계는 다하는 것이고, 친족관계가 다하면 정(情)도 다하게 된다. 情이 다하면 곧 기쁜 일에도 경하하지 않고, 우환에도 슬퍼하지 않게 되는데, 기쁜 일에 축하하지 않고 슬픈 일에 조문하지 않으면 곧 길거리 남이다.
내가 함께 같이하며 보는 길거리 남과 같은 사람도 아마 처음에는 형제였다. 형제는 그 처음에 한사람의 몸이었다. 슬프도다! 한사람의 몸이 분파되어 길거리 남에 이르니, 나의 족보가 만들어진 까닭이다.
그 뜻을 이르자면 “분파가 되면 길거리 남에 이르는 형국인데, 이 형편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다행히 길거리 남에 이르지 않고 있다면, 그들로 하여금 홀연히 잊어버리는데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다.
아! 나의 족보를 보는 사람은 효제지심(孝悌之心)이 구름이 힘 있게 피어나는 것처럼 생겨날 것이다. 시(詩)로써 이어 가로되 “내 아버지의 아들이 지금 나의 형이도다.
내 몸에 질병이 있으매, 형이 신음하고 편치 않지만 수 세기 이후에는 누군지도 알지 못하네. 그들이 죽거나 태어나도, 슬퍼하거나 기뻐하지도 않는다네. 형제의 정이란 것은 수족과 같은 것이니 과연 얼마나 되던가? 그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그들이 오로지 어떤 마음을 가져서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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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眉山蘇氏族譜序文
蘇 洵
蘇氏族譜, 譜蘇之族也。蘇氏出於高陽而蔓延於天下。唐神堯初, 長史味道, 刺眉州, 卒于官。一子留于眉, 眉之有蘇氏, 自此始。而譜不及者, 親盡也。親盡, 則曷爲不及 譜爲親作也。凡子得書, 而孫不得書者, 何也 著代也。自吾之父以至吾之高祖, 仕不仕, 娶某氏, 享年幾, 某日卒皆書, 而它不書者, 何也 祥吾之所自出。自吾之父以至吾之高祖, 皆曰 諱某, 而它則遂名之, 何也 尊吾之所自出也。譜爲蘇氏作而獨吾之所自出, 得詳與尊, 何也 譜吾作也。嗚呼! 觀吾之譜者, 孝悌之心, 可以油然而生矣。情見于親, 親見于服。服始于衰而至于緦麻而至于無服。無服, 則親盡: 親盡, 則情盡。情盡, 則喜不慶, 憂不弔 喜不慶, 憂不弔, 則塗人也。吾所與相視如塗人者, 其初兄弟也。兄弟其初, 一人之身也。悲夫! 一人之身分而至於塗人, 吾譜之所以作也。其意曰: “分而至於塗人者勢也, 勢吾無如之何也。幸其未至於塗人也, 使其無致於忽忘焉, 可也。嗚呼! 觀吾之譜者, 孝悌之心, 可以油然而生矣”。 系之以詩曰: “吾父之子, 今爲吾兄。吾疾在身, 兄呻不寧。數世之後, 不知何人。彼死而生, 不爲戚欣。兄弟之情, 如足如手, 其能幾何。彼不相能, 彼獨何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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