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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 패륜정치 언제까지....

야촌(1) 2013. 7. 16. 23:55

"승자독식의 싹쓸이 정치구조…막가파식 막말·불복 불러"

세계일보 l  입력 2013.07.16 21:19:33, 수정 2013.07.16 21:19:33

 

 <후진·패륜적 정치 언제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역의 대통령”(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사초(史草·사관이 작성한 실록 편찬 초고)를 강제 열람한 박근혜 대통령은 연산군”(민주당 우원식 의원), “박 대통령은 귀태(鬼胎·세상에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손”(민주당 홍익표 의원), “북방한계선(NLL) 문서를 북한에 전달한 노 전 대통령은 이적 행위자”(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도를 넘은 막말 레이스나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 등 망자 (亡者) 물어뜯기와 같은 후진적·패륜적인 작금의 여야 공방을 질타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 갈등을 조장하고 정치 불신을 증폭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를 멍들게 하는 정치권 병폐를 막기 위해서는 승자 독식 구조와 문화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승자는 배려하고 패자는 승복하는 새로운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다.

 

 

 

◆승자독식·집단주의 정치문화 문제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승자독식의 정치문화는 막가파식 막말 대립의 원인이자 결과로 지목된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되는 것은 당연하나 한국과 같이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여당이 ‘정치판’을 싹쓸이하는 정치문화는 흔하지 않다. 정치인이 도박판 갬블러처럼 권력을 ‘따기’ 위해 올인하는 이유다.

 

국민대 목진휴 교수는 16일 “승자독식이다 보니 정치권력도 이기면 다 ‘먹는’ 경향이 있어 이긴 자와 진 자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긴 자는 아량이 있으면 좋은데, 이기면 다 먹었으니 너무 즐거워하고 진 자는 너무 처절하게 아프니 패배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패거리식 집단주의 정치문화도 병폐다.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현안에 대해 실사구시적인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이분법적 ‘진영논리’에 쏠리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경희대 임성호 교수는 “정치권이 집단주의적인 대결구도에 빠져 있고 서로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다 보니 극단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정부에 비해 현 정부에서 민주 대 비민주의 이분법적인 대결구도가 더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진영논리에 빠진 정치권은 국민 갈등을 치유하기보다는 조장하는 게 다반사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유권자의 이념적 간극보다 더 큰 이념 갈등을 정당이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당은 정책 어젠다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데 우리는 정치 엘리트끼리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승자의 따듯한 배려와 패자의 깨끗한 승복이 자리 잡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무조건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욕심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승자에 대한 패자의 도의적 자세와 같은 개념이 성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등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가 16일 새누리당 의원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진행

  되고 있다. 허정호 기자

 

◆“선동이 아닌 화합의 정치 지향해야”

 

일부 전문가는 극단적인 정치문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 사회의 완충지대라고 할 수 있는 중간층이 엷어지고 중도주의가 약화하면서 정치적 극단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미국도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정치문화를 자랑했으나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깊어지자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보수층이 막말 공세를 벌였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화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특히 정치권의 구태를 견제하는 유권자의 각성도 필요하다.

 

지난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나왔던 강지원 변호사는 “우리 정치권은 국민 화합이 아니라 서로 물고 뜯는 증오를 증폭하는 선동의 정치를 해왔다”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타자에게까지 상처를 주는 정치는 폐기해야하고 유권자는 그런 정치인을 표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여야 공방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죽은 사람 갖고 이야기할 텐가. 셧 더 마우스(Shut the mouth·입 닥치고)하고 정치권은 (국민을 위해) 생산적인 논의를 하라”고 촉구했다.

 

김재홍·유태영·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