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칼 럼

'연대'를 위하여 - 곽병찬 칼럼 <펌>

야촌(1) 2007. 1. 31. 15:43

엊그제는 천 아무, 어제는 염 아무, 내일은 강, 김 아무개 등이 뜬다고 한다.

새들도 뜨는 계절인데 그들 이라고 못 뜰까! 그 뒤를 따르는 장삼이사들의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세간에 어지럽다.

 

굼뜬 이들 몇몇이 무너지는 기둥을 부둥켜안고 있지만, 이미 깃발은 꺾였다. 불과 4년 만이라고 하지만, 실망하는 이도 별로 없다. 다만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한들 사방은 망망대해인데, 제각각 발버둥치는 모습이 착잡할 뿐이다.
 
3~4년에 한 번씩 나타나는 구경거리이니 새로울 건 없지만, 물난리, 불구경 즐기는 못 된 습관을 버리지 못해 그저 지켜본다.
 
 그렇다고 기득권 세력의 의회 쿠데타에 맞서 이들에게 힘을 몰아줬던 3년 전 지지자들의 원망을 외면할 수는 없다. 상대적 진보성과 민주성을 자처한 이들에게, 다수 국민은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 경제적 민주화까지 완성하도록 국정운영의 열쇠를 맡겼다.

그런데 벌써 침몰하고 있으니, 그 절망감이 어떨까. 민주진영의 총체적 위기를 걱정하는 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분명히 해 둘 게 있다.

          곽병찬 칼럼

당면한 위기는 여당의 붕괴로 말미암은 게 아니다. 위기의 진원은, 민주 정부를 탄생시켰던 사회적 연대가 약화되고 무너지고 있다는데 있다. 노동자와 농민, 양심적 지식인과 학생,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도시 빈민과 농어민의 연대는 두번이나 민주 정부를 탄생시켰다.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지평을 열도록 진보정당에 의회 발판까지 마련해 주었다. 희망은 연대였지,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가 아니었다. 연대는 약자들이 자신을 지키는 수단만이 아니다. 새로운 세상, 인간다운 세상을 여는 열쇠다. 

 

변혁치고 연대로 말미암지 않은게 어디 있을까. 스무해 전 ‘6월 항쟁’을 이끌어낸 것도 학생·지식인·노동자·농민·도시서민의 연대였다. 그들은 정치적 억압 속에서 일체감을 형성했고, 함께 행동했다. 보수 정치권과 자본이 약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법이란 없다. 

 

연대가 강고 할때 비로소 양보한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연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의 전면적인 공세와 이른바 민주정부의 무기력한 타협과 배반 속에서 구조조정과 해고는 일상화 됐고 비 정규직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도시민과 농어민, 전문직과 일반직의 격차는 날로 커졌다.

 

이런 격차는 동질감을 흔들어 버렸다. 수구 정치권·자본·언론은 이 틈을 비집고 충돌과 반목을 조장했다. 이제 연대의 기억은 아련하기만 하다. 위기가 연대의 균열에서 왔다면, 극복은 연대의 복원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그렇다고 80년대처럼 당위만 외쳐댄다고 복원되지 않는다. 

 

상대적 격차와 정서적 이질감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희생과 실천적 대안이 전제돼야만 한다.

 지난해 말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이 국회 연설에서 한 제안은 이런 맥락일 터이다. 

 

그는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의 일부를 양보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와 빈민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함으로써 연대의 기초를 다지자고 했다.

73년 전, 독일에서 히틀러가 집권한 것은 1차대전 패배 이후, 천정부지의 인플레와 피폐한 민생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연대가 붕괴된 탓이었다. 대중은 절망감 속에서 민주정부를 버리고, 파시즘을 택했다. 먼나라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정부의 잇따른 실패, 극단적인 양극화로 말미암은 절망감은 박정희를 무덤에서 일으켜세우고 있다. 그를 되살리려는 수구세력의 주문에 대중들도 빠져들고 있다. 민주·진보진영의 선택은 하나다. 연대뿐이다. 개발독재의 망령을 막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각 부문의 공공성을 강화해 복지사회를 구축할 유일한 길이다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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