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만사. 만장

민사평 만사(閔思平 輓詞) - 이제현

야촌(1) 2017. 11. 6. 19:47

급암만사(及菴挽詞) -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지혜로운 이 돌아가시자 길 가는 이들조차 놀라니 / 喆人淪喪路人驚
유림들이 눈물 쏟는 일 괴상히 여기지 마라 / 休怪儒林涕泗傾


병에 걸림은 단지 시로 인해 빌미가 되었고 / 感疾只因詩作祟
회포를 풀 때는 오히려 술로 명분을 삼았지 / 放懷猶以酒爲名


위씨의 경전을 전해 줄 아들이 없어 탄식하지만 / 韋經授受嗟無子
사마천의 《사기》를 전할 외손이 있어 다행스럽네. / 遷史流傳賴有甥


스스로 부끄러워라, 차생에서 십 년 연장인 내가 / 自愧平生十年長
도리어 동각을 찾아가 명정을 들게 된 일이 / 却尋東閣擧銘旌

 

여러 어른들의 시는 난리 때 다 유실되고 오직 이 편을 구전하는 데서 얻었기에 여기에 기록한다.

-----------------------------------------------------------------------------------------------------------------------------------

 

[주01] 위씨(韋氏)의 경전 : 한(漢)나라 승상 위현(韋賢)의 아들 위현성(韋玄成)은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경전을 열심히 공부하여 재상이 되었다. 당시 추로(鄒魯)의 속담에 “아들에게 바구니에 가득한 황금을 물려주는 것이 경전 하나를 물려주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었다. 위씨의 경전은 특히 역학을 가리키므로 여기에서는 급암이 《주역》에 깊은 조예를 지녔다는 사실을 뜻한다.

 

[주02] 사마천(司馬遷)의 …… 다행스럽네 : 사마천의 《사기》가 그의 외손자 양운(楊惲)에 의해 세상에 전해진 것처럼 급암의 역사에 관한 저술이 외손자 김구용(金九容)에 의해 세상에 전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원문의 ‘생(甥)’은 외손자라는 뜻이다.

 

[주03] 동각(東閣) : 한 무제(漢武帝) 때 공손홍(公孫弘)이 승상이 되고 나서 객관(客館)을 짓고 객관의 동쪽으로 난 작은 문〔東閤〕을 열어 놓고 현사(賢士)들을 맞아들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재상이 사저에 지어 놓고 현사를 초빙하는 건물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익재가 급암의 초청을 받고 가서 놀던 곳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