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斗煥과 盧泰愚의 합창-"떠나가는 김삿갓“
「죽장에 삿갓 쓰고 떠나가는 全 삿갓
全 삿갓은 떠나고 盧 삿갓이 들어온다.」
[기고문] 김성익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 l 2008. 02. 20
며칠 전 全斗煥 전 대통령이 후임자이자 육사 동기생인 盧泰愚 前 대통령을 두 차례 문병하였다고 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 두 사람은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백담사에서 1년 여 칩거 생활을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엔 두 사람이 군사변란 혐의 등으로 구속되어 옥살이를 같이 했다.
여생을 많이 남겨 두지 않은 두 사람이 권력의 갑옷을 벗은 상태에서 만났으니 만감이 교차하였을 것이다.
둘이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1987년, 회식 자리에서 합창을 한 적이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공수 9여단가를 작곡하고 재임 시절 노래를 취입한 테이프를 선물로 돌린 적도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노래솜씨에 격조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대통령 홍보 비서관으로서 史料 담당이었던 김성식 씨의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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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17일 대통령은 저녁 7시20분부터 9시30분까지 安家(안가)에서 盧泰愚 민정당 대표위원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 모임에는 安武赫 안기부장, 李春九 민정당사무총장, 李致浩·玄敬大 의원, 朴英秀 비서실장, 安
賢泰 경호실장, 金潤煥정무1. 李鍾律 공보수석비서관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대통령: 統治權(통치권)을 내 임기 중에 안정적으로 끌고나가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야.
군부 지지가 없으면 정권 유지가 안돼. 민중혁명이 성공되게 할 수는 없어. 학생 몇 명 움직이는 것을 가지고
민중혁명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지. 지금 우리가 여론에 밀리고 하니 더러 심장이 약해지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은데 나는 나쁜 짓을 뭐 많이 했기에 겁이 나는 게 있느냐고 생각해요.
세상이 뒤집어질 무슨 일이 있겠어. 우리가 정치를 하는 데 있어 과거에 하던 식, 군대를 동원하고 비상계엄을 선포
하는 그런 걸 반복해서는 안 되지 않겠어.
내가 한 번 더 집권을 하겠다면 그런 방법도 있겠지.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게 내 소망이고 여러분의 뜻이기도 한데
국민이 전적으로 그 뜻을 오해하고 있어. 그 동안 정부와 여당이 껍데기만 만졌지 속으로 파고들지 못했다는 거 반
성해야 됩니다.
저 사람들은 마치 모든 시민여론이 자기네를 지지하는 것처럼 조성하는데 우리는 당이나 정부가 그런 것도 생각 못
하고 항상 뒤통수만 얻어 맞고 있어. 현실이, 국민이 우리의 참뜻을 모르고 우리가 쓰러진 나라를 구해서 잘 해 놓은
것도 모르는 것 같아!.
민정당이 집권한 이후 7년사이에 많이 바뀌었어. 4·19세대는 벌써 늙은 세대고 그 밑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朴대통령은 폐쇄정책을 썼지만 나는 그 동안 개방정책을 써 왔어. 그렇게 하는 동안에 옛날 같은 전통적인 인내심이라든지 윗사람에 대한 존경심, 선배를 모시는 기풍이 없어지고 자유주의 사상이
팽배해 있어. 민정당이 공무원 아파트에서 표를 못 얻는 게 이렇게 젊은 층이 이유 없이 반발하기 때문이야.
12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그랬어.
12대 선거할 때 내가 정치규제를 6개월 전에 풀어주고 페어플레이하자고 했는데 당 지도부가 겁을 먹어서 안 된다
고, 한 달 전에 푸는 게 좋다고 했지 않나.
우리 국민이 얼마나 똑똑해. 그러니 민정당이 더티하게 보여서 12대 선거 때 고전한 게 사실이야.
대통령: 현재의 우리 민정당이 잘못했다는 소리가 아니야. 盧 대표 나쁘다고 하는 얘기도 아니고......
일반 국민들이 金泳三, 金大中을 찍어주려는 것도 아니야. 지식인층에서도 그 두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정국을 타개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정치 역량을 발휘해야 되고 그건 정당에서 해야 돼. 정부에서 하는 게 아니야.
우리가 지금 밀려가고 있는데 정부에서 할 것은 꽝 하는 것밖에 없어. 나는 카드를 다 썼어요. 이제 없어.
정부에서 뭘 연구하더라도 이제는 전부 盧 대표를 중심으로 해야 된다는 얘기야.
그래서 내가 안기부장을 오라고 한 것은 비서실과 긴밀히 협조해서 뭔가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그렇게 하려면 민의를 정확하게 알아야 되는데 盧대표도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기 때문에 잘 알겠지만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는 것 보다는 당이 해야 됩니다. 정보기관이란 제한된 사람만 만나지만 당은 광범위한 民意 수렴을 하지 않나.
그래서 이 政局을 당에서 정치적으로는 잠재워나가도록 해야 되고. 안기부에는 전문가 연구팀도 있지 않나.
우리가 이렇게 잘해놓고 당하고 있다는 게 내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나라 전체로 볼 때도 억울해요.
내가 무슨 소망이 있겠어!?.
내가 내놓는다니까, 일단 넘기고 대사 치르고 89년에 개헌 논의 하자고 하니까 89년에 가서 내가 한 번 더 하려고 직선 개헌을 한다고 오해할 수 있고. 내가 속을 뒤집어서 보여 주나.
대통령 : 이렇게 잘 해놓았는데 내가 나가려고 하면 마음 편하게 내보내줘야지.
축하는 못 해줘도 정치인이나 누구나 마음 편하게 해주어야지. 내가 나가겠다는데….
정권이라는 게 자식한테 넘겨주기는 쉬운가.
盧 대표가 친한 친구인 것만은 사실이지.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盧 대표가 나를 더 잘 알고 내가 盧 대표를 더 잘 알아. 그렇지만 잘 안다고 대통령을 시켜주는 게 아니야. 대통령 후보를 모시고 축하연을 하는데 내가 오늘 한 잔 먹을 거야. 경호한다고 지키고 있으니 여기서는 술 먹을 기회가 없어.
내가 술 마시면 실수를 잘 해. 내가 실수하면 盧 대표가 무서운 사람이라 뒤처리를 다 해.
盧대표는 절대 술에 안 취해. 절대 실수가 없어. 나는 대체로 술이 약해. 강단으로 마시는 거지.
나는 술을 맛으로가 아니라 기분으로 마셔요.
안기부장, 이제는 데모 보고 올리지 마라. 나는 청와대에 쳐들어 올 때까지는 꼼짝 안 한다.
천만 명이 나와도 상황을 보고하지 말고 대책을 보고해야 돼요.
이제는 盧泰愚대통령 후보라고 해야 돼.
盧후보라고만 하면 ‘늙은 老(노)’자로 들리기 쉬워서 내가 공보 수석한테 盧泰愚 대통령 후보라고 부르라고 그랬어.
金수석은 눈이 크고 키가 커서 겁이 많아. 맨날 나 보고 겁먹는 소리만 해. 너무 善(선)해.
나는 지금도 내 목숨 하나는 언제나 바칠 각오가 돼 있어. 병사도 나라를 위해서는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해야 돼.
나는 목숨을 버린 지 오래 돼.
盧泰愚대통령후보 각하, 한 잔 하시지요.
盧후보는 나를 비판한 일이 없어. 잘못을 비판할 용기가 있어야 돼.
李春九, 카메라 앞에선 좀 웃어야 돼.
나는 두려운 게 없어. 내 일신은 미리 바쳐 놓았어요.
나는 다만 죽기 전에 통일을 보는 게 소원이야.
임자한테 모든 권한을 넘겨주고 통일을 위해 뛸 거야.
盧대표 : 두려움이 없게 해 드리는 게 우리 모두의 책무입니다.
朴英秀 비서실장 : 盧대표, 각하를 잘 부탁합니다.
대통령 : 비서실장이 부탁해야겠지. 나라를 위해 우리 모두 동지로 뭉쳐야지 배신을 하면 되겠어.
내 일생 내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쳤어. 그게 오늘의 나를 만든 거야.
盧泰愚대통령 후보께서는 나보다 정말 훌륭한 분이다.
내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盧후보, 이 나라를 구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분이 盧대표시다.
우리나라는 전략 전술을 모르는 대통령이 나오면 안 돼요.
이제는 체제와 이념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이다.
내 死生觀(사생관)은 묻지 마라. 나한테는 죽는 것은 명예다.
비서실장이 사생관이 확립돼 있으면 비서관들의 동요가 없어요.
오늘은 좋은 날, 내 다음 대통령후보 모시고 한 잔 먹는 날 아니냐.
나보다 이 분이 더 권력이 세다.
나는 8개월 남았는데 무슨 권력이 있겠어.
죽장에 삿갓 쓰고 떠나가는 全삿갓(두 번 盧대표와 합창)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
떠나가는 全 삿갓 全 삿갓 /
全 삿갓은 떠나고 盧 삿갓이 들어오는 거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마는 /
눈물로 달래보는 /
구슬픈 이 밤 /
고요히 창문 열고 별빛을 보니 /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소리(박수)
‘사나이 가는 길 앞에’....내 십팔번이야.
대통령 : 盧후보가 퉁소 잘 불고 휘파람 잘 불고 다재다능한 분이야.
운동을 못 하나, 음악을 못 하나. 내가 운이 좋아 먼저 대통령을 했고 이 양반이 후보가 됐지만 이 사람이 나
보다 몇십번 앞선 사람이다. 이 사람을 무조건 존경하고 잘 모셔야 해. 목숨 걸고 나한테보다 백 배 더 잘 모
시라는거야.
노래 : 사나이 가는 길 앞에 웃음만이 있을소냐 /
결심하고 가는 길 가로막는 /
폭풍이 어이없으랴 /
푸르른 희망을 가슴에 움켜 안고 /
떠나온 정든 고향을 내 다시 돌아갈 때엔 /
열굽이 도는 길마다 꽃잎을 날려보리라.
내 십팔번이야.
盧후보 휘파람 한 번 불어주시오.
盧대표 : 순풍에 돛달고 /
몇 십 리를 돌려서 /
외로이 걸어가니 /
외로이 이 밤 처량해(노래).
安武赫 안기부장 :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한 곡 부르겠습니다.
대통령 : 돌아가셨는가.
安부장 : 모르겠습니다.(이북에서) 어떻게 되셨는지. 어머님 묘소가 없습니다.
(‘불러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노래).
대통령 : 그래 미안해. 이게 우리 비극이야.
(李致浩 의원 : 일송정 푸른 솔)
대통령 : (함께 부르고 나서) 제목은 선구자라는 거지(누군가 홈 스위트 홈을 부르고 全 대통령도 따라 불렀다)
경호실장 : 6월 12일에 각하께서 盧泰愚후보 각하라는 말씀을 처음 하셨습니다. 여당 대통령 후보로는 역사에 처
음 나오는 호칭이지요.
盧대표 : 역사에 처음이지요. 우리가 진짜 통일을 해야 됩니다. 통일은 내 소명입니다. 영광은 각하께 돌리고. 나도
젊을때 아이큐 143으로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헤르만 헷세 작품을 2주일 만에 외웠습니다.
그러나 凡人(범인)의 지혜를 모으는게 천재라고 생각 합니다.
미국 언론이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했는데 이 발전 추세를 우리가 받들어 나가야 합니다.
朴英秀 비서실장 : 후보님, 힘을 합칩시다. 각하 영광을 위하여.
盧대표 : 각하는 늘 민심의 한가운데에 계십니다. 그러면 내가 받듭니다.
정무 수석 : 잘 받들어 주십시오.
盧대표 : 우리는 이상한 길을 걷지 않습니다. 백성이 뭘 원하는가를 초점으로 가는 겁니다. 그게 각하 뜻입니다.
<기록자 김성익 비서관 해설 : 대통령이 전국적인 시위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일주일 전 민주당의 전당대
회에서 선출된 대통령후보 盧대표와 함께 축하주를 하는 자리였다. 적지 않은 대통령의 저녁모임에 참석했지만 이
때만큼 대통령이 자신의 감정과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全대통령은 이 모임의 서두에서 盧대표를 중심으로 한 시국의 정치적 수습방향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고 술잔을 권
한 다음부터 술기운이 돌기시작해서 차츰 酒醉(주취)에 빠져들어 갔다.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 것도 이 모
임에서 처음이었다.
대통령의 노래는 굵은 목소리와 기교를 부리지 않는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사나이 맹세’는 그의 애창곡으로 나중에 청와대에서 있었던 離任(이임)행사 때 유명 가수가 불러 일부 공개된 일이
있었다.
“盧대표는 나보다 훌륭한 분”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깊은 감회에 젖는 듯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全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대체적으로는 기복이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지만 때때로 감정에 북받치는 자세를
보였다. 술기운 때문이라고는 해도 어떤 자리에서든 항상 힘 있고 소신에 찬 자세를 보이던 것과는 다른 면모였다.
이 기록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全대통령이 정부여당이 밀리고 있다는 시국 인식아래 ‘민의를 정확하게 파악하
여 ‘페어플레이를 통한 정치적 해결방안을 비밀리에 만들라’고 지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점은 全대통령이 이미 직선제를 수용하기로 결심을 하고나서 盧대표를 설득하고 있는 단계로서 그런 태도 변
화를 다른 참석자들에 대한 保安(보안)을 의식, 완곡한 어법으로 표시한 것이다.
또한 목숨을 걸자는 비장한 각오를 군데군데 표시하고 있고 盧대표에 대한 예우에 신경을 쓰는 내용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리고 노래가사를 빌려 자신은 떠나고 盧대표가 들어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점이다.
全대통령이 ‘盧대표는 나의 잘못을 비판할 용기가 있어야 한 다’고 한 점,
盧대표가 ‘백성이 뭘 원하는지를 초점으로 가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한 점은 앞으로의 시국 타개 방향의 전개 과정에서 주목되
는 대목이다.
全대통령이 ‘盧대표는 나의 잘못을 비판할 용기가 있어야 한 다’고 한 점,
盧대표가 ‘백성이 뭘 원하는지를 초점으로 가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한 점은 앞으로의 시국 타개 방향의 전개 과
정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盧대표가 참석자들에게 백성이 원하는 바를 초점으로 하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한 것은 全대통령과
盧대표 사이에 참석자들이 그 내용을 모르는 어떤 얘기가 별도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것은 직선제 수용에 관한 얘기였다.
이 모임이 시작되기 전 全대통령은 盧대표위원과 따로 비밀리에 만나 얘기를 나눈 뒤 다른 참석자들보다 늦게 이
자리에 나타났다.
이 시점은 6·10사태에서 나타난 민의를 며칠 후에 발표되는 6·29선언을 통해 직선제 수용으로 풀어나가기로, 全
대통령과 盧대표 사이에서 깊은 논의를 통해 그 방향을 잡아가던 결단의 前夜(전야)이기도 했다.
당시 민의의 표출에 대한 집권층의 결론으로서 6·29라는 우리 정치사의 새로운 방향과 내용이 준비되고 있었던 순
간이고 이 자리의 두 주인공은 얼마 안 가 한 사람은 전직대통령으로, 또 한사람은 새로운 공화정을 책임지는 대통
령으로 각기 운명이 바뀌는 갈림길
특히 盧대표가 참석자들에게 백성이 원하는 바를 초점으로 하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한 것은 全대통령과 盧
대표 사이에 참석자들이 그 내용을 모르는 어떤 얘기가 별도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것은 직선제 수용에 관한 얘기였다. 이 모임이 시작되기 전 全대통령은 盧대표위원과 따로 비밀리에 만나 얘기를
나눈 뒤다른 참석자들보다 늦게 이 자리에 나타났다.
이 시점은 6·10사태에서 나타난 민의를 며칠 후에 발표되는 6·29선언을 통해 직선제 수용으로 풀어나가기로, 全
대통령과 盧대표 사이에서 깊은 논의를 통해 그 방향을 잡아가던 결단의 前夜(전야)이기도 했다.
당시 민의의 표출에 대한 집권층의 결론으로서 6·29라는 우리 정치사의 새로운 방향과 내용이 준비되고 있었던 순
간이고 이 자리의 두 주인공은 얼마 안 가 한 사람은 전직대통령으로, 또 한사람은 새로운 공화정을 책임지는 대통
령으로 각기 운명이 바뀌는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순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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