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0주년 맞는 중국 용정실험소학교 '독립운동의 산실'
[연합뉴스 2006-08-21 17:12]
↑개교 100주년 맞는 '독립운동의 산실’
中룽징소학교, 대대적 경축행사 준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1906년 만주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신학문 민족교육기관 서전서숙(瑞甸書塾)의 후신인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실험소학교가 다음달 20일 100주년을 맞는다.
서전서숙은 이상설, 이동녕 등 독립운동가 5명이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만주로 망명해 간도(間島)에 있는 한민족에게 교육을 통한 독립사상을 고취시킬 목적으로 설립됐다.
중국 조선족 근대교육은 청나라 말기 중화민국 건립 초기의 동화교육과 일제 시기 식민지 교육으로 인해 단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이 학교의 설립을 효시로 그 맥이 이어졌다.
제28대 허옥선(53) 교장은 21일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학교는 초등교육을 비롯한 중등, 고등 교육에 이르기까지 민족교육 체계를 형성해왔다"며 "중국 조선족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조선족 공동체를 형성시키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허 교장은 "100주년 기념일인 오는 9월20일 각계 인사 및 졸업생 등을 초청해 경축행사를 대대적으로 열 계획"이라며 "현재 행사 준비가 한창"이라고 전했다.
행사는 기념식과 학생들의 문예공연, 졸업생 방문행사, 1995년 교정에 세운 서전서숙 기념비를 비롯해 동북해방전쟁기념비, 심련수 시인 기념비 등의 헌화도 마련된다. 행사는 룽징시 부시장 등이 준비위원이 돼 추진하고 있다.
룽징시 중심에 우뚝 선 이 학교는 3만여㎡ 부지에 본 교사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학생식당과 실험실, 왼쪽에 소년궁이 건립돼 있다. 운동장 한편에는 이상설 기념정자(2000년 준공)도 세워져 있다.
이 학교는 100년간 서전서숙을 시작으로 간도보통학교, 홍중우급학교, 3.13독립운동을 기념한 '3.1소학교' 등 무려 16차례나 교명(校名)이 바뀌었다. 이후 옌볜조선족자치주 정부는 모범학교, 시범학교, 실험학교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학교 경영에 나선 교장만도 초대 이상설 교장을 시작으로 현재 허 교장까지 28명이 거쳐갔다. 일제 강점기인 2-12대까지는 일본인이 교장을 맡았고 해방 후에는 조선족 교장이 줄곧 나왔다.
이 학교 출신은 중국과학원 강경산 씨를 비롯해 정치, 문화, 사회, 교육 등 중국 각계 분야는 물론 남북한에까지 3만여 명에 달한다. 1959년 이 학교를 졸업한 강씨는 달 탐사 무인우주선 '상아 1호'의 부총설계사였다.
연변대 최형목 부총장을 비롯해 연변인민병원 한학길 박사와 최란 박사, 자치주 정부와 룽징시 정부 등 동북 3성지역 정부 인사 등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허 교장은 "베이징대를 비롯한 중국 명문대학을 나온 졸업생들이 다수이며 대부분 중국 각계각층에서 조선족들의 위상을 높이며 후세들의 자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룽징실험소학교는 34개 학급에 학생 1천250명과 교사 124명이 있으며 컴퓨터실을 비롯해 무용실, 악기 연습실, 미술 활동실, 자연과학 실험실, 도서실, 의무실 등이 갖춰져 있다.
이 학교는 '교사의 질이 곧 학교의 생명선'이라는 슬로건을 정해 놓고 교사마다 자신이 맡은 과목을 브랜드로 창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연변대학(총장 김병민)은 지난 17일 이 학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중국 조선족 근대교육 백주년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는 중국 조선족 교육 발전을 위해 공헌한 국내외 100여 명의 학자 등이 참가해 조선족 근대교육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조선족 교육의 역사적 특징과 발전 등에 대해 토론했다. (끝)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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