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시평> TK(대구·경북) 지역의 정치와 선거는 쉽고도 어렵다.
의회신문 l 2016년 03월 07일 (월) 12:09:52
글>의회신문 김길홍 회장
【의회신문=김길홍 회장】대구·경북 선거구의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을 둘러싸고 탈도 많고 말도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새누리당 정권을 지지하는 중심지역이 바로 대구 경북이라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 대통령도 역시 지지기반이 대구·경북이다. 역대 대통령 다섯분을 도와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한 핵심 참모들도 TK 출신이 다수로 집계된다.
5 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들이 집권하는 시기에 이곳에서 치루어진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이 언제나 승리했다. 이곳에서 여당후보가 적어도 국회의원 공천을 받으면 당선을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연스럽게 공천경쟁은 옛날부터 뜨겁고 치열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드러 내놓고 싸움은 벌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권력의 최정상에 위치한 대통령의 의중과 반응을 살펴가면서 집권당 공천을 결정했다. 권력 내부의 정부여당 실력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공천의 불협회음과 갈등이 바깥으로 크게 새나오지 않았다. 공천과 관련한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이 서로 의견 조율과 후보조정을 진행하고 타협과 양보의 리더십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분쟁과 잡음을 현명하게 수습했다.
종전의 집권여당은 공천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총선에서 연전연승한 기록을 세웠다. 해당지역 주민의 여론을 감안하고 국민의 지지를 유도하는 물갈이 개혁 공천도 선보인 상식과 순리의 공천을 실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4.13 공천에서 새누리당은 콩가루 집안 같은 분란과 말썽이 터져나왔다. 2015년 말부터 올 총선 직전까지 TK 공천 싸움이 지루하게 계속된다. 여당후보는 아무나 내세우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오만과 독선의 공천전쟁은 필연코 TK의 민심이반(民心離反)을 불러 올 위기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고 자처하는 진박(眞朴)의 대표주자가 개소식에 나타나 지지를 호소해도 진박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진박플레이"를 외면한 지역여론이 그런 역풍을 일으킨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의 민심과 여론을 좌우하는 올곧은 선비정신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
가난하지만 평생을 벼슬하지 않고 학문에만 전념해온 유아독존(唯我獨尊)의 선비 기질이 아직 살아있다.
이 유별난 자존심을 건드리면 저항과 반대의 바람이 불어 닥친다. TK유권자들은 의원을 선택하는 사람은 지역주민이지 소위 실세가 아니라는 원칙에서 결코 양보하지 않을 태세가 엿보인다. 공천과정에서 권력을 가진 진박등이 좌지우지하는 새누리당의 권력지향적 추태(醜態)에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 지역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대구·경북지역은 일본에 항거하여 의병운동을 일으키고 독립투쟁에 목숨바친 의로운 선비들과 지역 주민들의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제일 많다. 자유당 독재와 군사정권의 반대투쟁에 앞장선 민주투사들도 적지 않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특유의 선비사상과 정신문화의 전통은 대구·경북이 발상지이다. 동학교주 최재우는 경주 태생이다.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은 도산서원에서 수많은 유학자와 문하생들을 올바른 선비의 몸가짐을 가르쳤다. 대구·경북 전지역에 이들 사림(士林)의 후손들이 자리잡고 충의(忠義)의 선비정신을 연면히 계승하고 있다.
주군(主君)에 충성하는 유가(儒家)의 보수성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대의(大義)와 순리에 어긋나면 불의를 좌시하지 않았다. 반대와 저항으로 돌아서는 강직한 선비기질을 발휘해온 것이 이곳의 일반적 정치정서라고 하겠다.
대대로 대구·경북에서 살아왔고 선비정신을 조상으로부터 배워온 토박이 TK 출신이라면 지금과 같은 진박논쟁을 유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적어도 지역의 반감(反感)과 진박(眞朴)들의 부진(不振)을 육감으로라도 감지할 능력을 가졌을 것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그런 유능한 참모가 없다.
김영삼 대통령 때 실시된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TK에서 예상외의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대구에서 제3당인 자민련에게 졌으며, 경북북부지역에서 도지사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야당했던 YS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대구경북 출신의 노태우·전두환 전직대통령을 구속까지 감행한 배신의 정치에 대한 단죄와 경고의 지역정서가 반영돤 결과로 해석됐다. 또한 이지역은 역대 각종 선거에서 100퍼센트에 가까운 몰표를 몰아준 호남지역 선거와 달리 개표하면 항상 20~30%가 야당을 지지했다.
골수야당세가 언제나 있어 왔다. 여기에 바람만 불면 눈덩이처럼 선거판을 완전히 뒤엎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닥친다.
이같은 대구·경북지역의 전통적 지역정서와 유권자의 오기(傲氣)가 죽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역대 선거 결과와 교훈을 상기한다면 현재의 새누리당은 결코 오만하거나 방심할 일은 아니다. TK의 정치와 선거는 쉽고도 어려운 만큼 결코 방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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