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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경찰단체 '경우회'도 집회 알바 의혹

야촌(1) 2016. 4. 28. 22:00

[단독] 퇴직 경찰단체 '경우회'도 집회 알바 의혹

 

내부 문서 입수.. 지난해 12월 민중총궐기 대응에 1395명 동원

국민일보 | 김판 권준협 기자 | 입력 2016.04.28. 17:32

 

재향경우회가 조직적으로 ‘집회 알바’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우회 등 보수단체는 지난해 12월 19일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가 개최한 ‘3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광장, 동화면세점 앞 등에서 ‘국회의 오만과 불법파업 등 규탄 국민대회’를 열었다.

 

28일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경우회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집회에는 경우회원과 외부단체 사람 1395명이 동원됐다. 경우회는 이들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줄 예산도 책정했다. 다만 ‘집회 장소에서 3시간을 보내면 2만원을 준다’는 조건을 붙였다. 사실상 ‘알바비’인 셈이다.

 

 

 ↑국민일보 DB

경우회는 ‘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단체다. 경우회법 5조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경우회 내부 정관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그런데도 다양한 보수단체 집회에 참여하면서 ‘집회 알바’까지 고용한 것이다. ‘정치 참여’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앞서 경우회는 탈북난민인권연합 등 탈북단체를 통해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모두 17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경우회가 무슨 돈으로 집회 참석자를 동원했는지 경찰청이 감사를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시간에 2만원’…사실상 ‘알바비’

 

지난해 12월의 경우회 집회엔 1500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은 5000여명)이 참석했다. 경우회 내부 문건에 따르면 경우회는 집회를 준비하면서 교통비 명목으로 2086만원을 책정했다. 예산 편성 시 교통비 지급대상으로 잡은 인원은 1395명이다. 지역 및 단체명, 소속 등으로 구분해 지급할 교통비 액수를 기재했다. 다만 일부 지역이나 단체는 금액란이 비어 있다.

 

1395명 가운데 130명은 경우회 소속이 아닌 외부단체 회원이다. 해병대전우전국총연맹에서 50명이 참석했다. 나머지 80명은 미수회, 영보회 등으로 불리는 단체 소속이었다. 경우회 측은 “이들은 친목단체”라고 설명했다.

 

경우회는 “회원들에게 교통비 정도는 지급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문건에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3시간) 2만원’이라는 산출기준이 함께 명시돼 있다. 집회 장소에서 적어도 3시간을 있어야만 2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교통비가 아니라 사실상 ‘알바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다 경우회는 내부적으로 ‘동원’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참석자를 관리했다. 이 집회를 5일 앞두고 경우회 지역회 사무국장단은 경우회 본부에 ‘국민대회 동원에 대한 건의’라는 공문을 보냈다. 사무국장단은 “혹한에 행사가 2시간 이상 초과하면 모두 귀가하겠다는 여론”이라며 “대부분 고령인 회원들의 건강을 고려해 집회 시간을 2시간 이내로 단축해 달라”고 건의했다.

 

‘정치활동 금지’ 위반 논란 가열

 

경우회는 그동안 보수단체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활발하게 집회 주최 등의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31일 어버이연합이 주최한 ‘2015 남북보수연합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어버이연합 창립기념일에는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경우회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어버이연합 창립기념일에 경우회가 100만원을 기부금 형식으로 지원했다. 경우회 자체 예산이라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보수단체 집회 주최나 ‘집회 알바’ 동원 등은 경우회법에서 금지하는 정치활동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경우회 관계자는 “정치 활동이 아니라 경우회법에 있는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를 위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경우회법 1조엔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상부상조하는 협동정신을 북돋움으로써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자유의 수호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우회의 집회 동원 의혹에 대해 “집회 참석자에게 소정의 비용을 지급했다는 것만 가지고 경우회를 지도·감독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청이 경우회를 감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덕효 무궁화클럽 경찰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경우회의 여러 의혹에 대해 경찰청장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퇴직 경찰관에 대한 전관예우일 뿐이다. 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밝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판 권준협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