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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65년만에 만난 아내에게 "여전히 예쁘네"

야촌(1) 2015. 10. 24. 20:13

 65년만에 만난 아내에게 "여전히 예쁘네"

24일 오후 5시30분 2차상봉단 첫 일정 단체상봉 종료

 

 

<이산상봉> 우리 마누라, 한 번 안아줘야지(금강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전규명(86)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아내 한음전(87) 할머니를 껴안아 주고 있다.

2015.10.24 superdoo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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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 입력 2015.10.24. 18:53

 

“아,

(옛날) 그대로 예쁘네… 

왜 결혼(재혼) 안했어?”

 

“왜 사진 하나 안찍어놓고 갔어. 애한테 아버지라고 보여줄게 아무 것도 없었”.....

65년만에 재회한 팔순의 노부부는 24일 단체상봉장에서 서로를 향한 애틋한 심정을 눈물로 주고받았다.

 

남측의 남편 전규명씨(86)는 북에 남아 있던 부인 한음전씨(87)를 이날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만나, 그동안 못해준 칭찬을 몰아서 하려는 듯 아내에게 “예쁘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휠체어에 앉은 채 상봉장에 먼저 들어서 남편을 기다린 한씨는 입구 쪽에서 눈을 돌리지 못한 채 간간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단체상봉 행사시작 직전인 오후 3시25분쯤 남편 전씨 역시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 왼쪽 옆에 자리했다.

 

노부부는 몇초간 서먹 서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 뒤 “나 전규명이오”하는 남편의 인사, “나는 한음전”이라는 부인의 답변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남편은 이윽고 “아, 그대로 예쁘네”라며 부인의 손을 꼭 잡았다. 부인도 맞잡았다.

 

부인은 남편과 헤어진 뒤 태어난 북측 아들 전완석씨(65)를 가리키며 “쟤가 당신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남편은 “내 아들이라고?”라며 잠깐 아들을 돌아보고는 이내 아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내가) 이쁜데 키가 작네. 이상하네, 그때는 키가 컸는데…”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노부부는 북측 가족사진을 꺼내 놓고 작고한 전씨의 모친과 친척에 대해 잠시 대화했다.

전씨는 남측에서 재가해 낳은 아들 만석씨(57)를 소개했다.

남편은 다시 부인의 뺨을 만지며 “어떡해, 이뻐서”라고 말했다.

 

“우리 아들(북측 아들) 모르겠느냐”는 질문에 전씨는 “모르겠다”는 답만 되뇌었다.

서로의 건강 얘기를 하던 북측 아내는 돌연 “당신 죽은 줄만 알고 살았어. 간 줄 알았어”라면서 큰 소리로 울음을 쏟아냈다. 남편이 달래며 “이렇게 만났잖아. 나 어때?”라고 묻자 아내는 “이뻐”라고 화답했다.

 

부부는 “이제 나는 죽어도 원이 없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당신 나간지 석달 만에 나은 애”라고 부인이 재차 아들을 소개하자, 전씨는 그제서야 북쪽 아들을 손짓해 불렀다.

 

“어머니 결혼(재혼)했느냐”는 아버지 물음에 아들은 “안했습니다. 저랑 어머니랑(둘이 살았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고왔는데, 왜 결혼을 안했느냐”는 남편의 질문이 야속했는지 북쪽의 아내는 크게 흐느꼈다.

 

남편의 어깨를 손으로 치기도 했다. 한씨는 흐느끼면서 “왜 사진 하나 안찍어 놓고 갔어. 사진 하나라도 찍어놓고 가지. 쟤(아들)한테 아버지라고 보여줄 게 아무 것도 없었어”라고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노 부부는 “이제 죽어도 원한이 없다”는 말을 거듭 했다.

2차상봉 첫째날인 24일 오후 5시30분 첫 일정인 단체상봉이 마무리됐다.

 

남북의 90가족(남측 254명, 북측 188명)은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2시간 동안의 만남에서 짧으나마 회포를 풀었다.

이날 7시30분부터는 다시 2시간 동안의 환영만찬에서 만남을 이어간다. 이어 25일 개별상봉·공동중식·단체상봉, 26일 작별상봉까지 총 6차례 12시간 혈육의 정을 나누게 된다.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ksj0810@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