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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야촌(1) 2015. 7. 8. 22:17

"與 무조건적 복종 靑 2중대 민낯".. 수직적 당청관계 가속

한국일보 | 양정대 | 입력 2015.07.08. 20:00 | 수정 2015.07.08. 20:42

 

계파 떠나 '劉 도려내기' 순응

 

내부서도 "삼권분립 붕괴" 자책

靑 일방적 우위 국정 독주 가능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누리당은 '유승민 파동'을 겪으면서 적잖은 내상을 입게 됐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 불참에 이어 또 다시 '청와대 2중대'를 자처했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박계의 반발 여진이 있더라도 향후 수직적 당청관계가 더욱 가속활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劉 축출' 요구에 순응… "집권여당이 靑 2중대냐"

 

새누리당은 유 원내대표 사퇴 파동으로 국회 과반의석을 점한 집권여당으로서의 체면이 심각하게 손상됐다. 무엇보다 개개인이 국민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스스로의 권능을 무너뜨렸다.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위해 자신들이 선택한 원내대표에게 "잘못한 게 없지만 정치적 책임을 져달라"며 내쫓은 형국이란 점에서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청와대 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듣게 된 직접적인 책임은 유 원내대표 축출에 앞장선 친박계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유 원내대표 비토를 공식화한 뒤 친박계는 일사분란하게 '홍위병'을 자임했다. 

 

한 수도권 중도파 의원은 "박 대통령과 정치적 역정을 함께 해온 사람들이라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마치 군신관계처럼 무조건적인 복종을 미덕으로 삼는 듯한 모습은 후진적인 우리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수적으로 친박계를 압도한다고 인식돼온 비박계의 행태도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유 원내대표를 옹호하는 듯하면서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8일 오전에만 해도 '유승민 의원총회'를 앞두고 세 결집을 도모하겠다는 모임이 성원조차 채우지 못하는가 하면 유 원내대표와 정치적 운명공동체를 자처했던 원내부대표단조차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박 대통령의 '유승민 도려내기'에 순응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비박계 재선인 김용태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은 박 대통령이 비판한 대로 삼권분립 위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삼권분립의 붕괴"라고 자책했다. 

 

한 영남권 친박계 의원도 "우리 입장에선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솔직히 마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며 "민주주의 기본 전제조차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따갑게 다가온다"고 고개를 숙였다.

 

수직적 黨靑관계 가속화… 朴, 불통ㆍ독단 이미지도 커져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앞으로 상당 기간 청와대 일방우위의 당청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비주류 투 톱'을 형성한 뒤 당청관계에도 조심스럽게 변화 조짐이 감지돼 왔지만, 유 원내대표가 빠진 상황에서 김 대표가 청와대에 할 말을 하는 당청관계를 추진해낼 공산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이는 역설적으로 박 대통령의 불통ㆍ독단 이미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유승민 사태'를 겪으면서 박 대통령에게는 '계파 수장'의 이미지가 덧씌워졌고, 유 원내대표를 향한 국무회의에서의 격정 토로로 국정운영에 개인감정을 앞세운다는 지적도 받았다. 

 

수도권 중진의원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몰라도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는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