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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없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야촌(1) 2015. 6. 22. 22:48

정의당 당대표 선거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조성주 후보의 출마선언문이 화제다.

 

조 후보는 지난 15일 당 공식 홈페이지에 "미래를 준비하는 2세대 진보정치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출마선언문을 올렸다. 그는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싸우는 정당이 아니고,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싸우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정의당은 미래와 싸워야 한다, 

 

조성주라는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은 진보정치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는 가장 분명한 외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세대 진보정치' 구상을 위한 공약으로는 ▲정책 대안 구체화 ▲ 당 조직 역량 강화 ▲ 미래 인재 육성 등을 제시했다.

 

현재 정치발전소 공동대표인 조 후보는 민주노동당 연세대학교 학생위원장,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공동대표, 서울시 노동전문관 등을 지냈다.

 

다음은 조 후보의 출마선언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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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주 정의당 당 대표 후보 출마선언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출마의 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아버지는 인천에서 자동차 유리를 만드는 노동자였습니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도 월급은 단 돈 20만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삶은 우리사회의 노동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1987년 이후 아버지의 공장에도 노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아버지는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삶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노동조합이 교섭을 하고 매해 임금이 인상되면 그 혜택은 가족에게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저희 가족은 그때서야 작은 승용차도 장만하게 되었고, 단칸방에서 주택공사가 만든 13평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덕분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세대의 헌신으로 가능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와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청춘을 바쳤던 선배세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희생 없이 설명될 수 있는 삶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부모세대와 선배세대를 존경하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세상 밖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제가 성인이 되어 마주한 사회는 아버지세대가 살아냈고, 성취했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청년실업자로, 비정규직으로, 가난한 영세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제 동료와 후배들은 이제 노동조합은커녕, 자신들을 위한 조직 하나조차 갖기 힘듭니다. 이들은 선배세대가 이룬 민주주의의 바깥에서 철저히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과 함께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습니다.

 

진보정당 학생위원회는 제 활동의 시작이었습니다. 대학은 더 이상 지성의 전당도 민주화운동의 중추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장의 등록금과 생계를 걱정하는 친구들과 함께 싸우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또한 국회에서 노동정책을 만들며, 노동조합운동의 바깥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회용 티슈처럼 쓰고 버려지는 청년들의 절망과 분노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우리세대의 노동권을 위해 직접 싸우기로 마음먹고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을 결성한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탐욕과 불공정은 자영업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습니다. 한 달에 50만원도 채 벌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임금도 챙겨주지 못해 자책하는 젊은 편의점 사장들은 제 친구의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들과 함께한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서의 경험은 노동에 대한 제 시각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서울시라는 행정조직에서 일하며 진보정당의 선명한 주장에 뒤따르는 실행의 책임성과 집행과정의 세밀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제가 느끼고 깨달은 것은 하나입니다. 좋은 정당, 강한 진보정당이 없다면, 이 절박한 갈등, 눈물, 분노가 한낱 '민원'이나 시끄러운 '소요'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진보정치가 변화해야 합니다. 

 

한국정치의 변화를 제1야당의 혁신에 맡길 수 없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진보정당이 양당정치에 가하는 충격으로만 가능합니다. 이것은 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결론입니다. 지난 몇 년간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좋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 온 정의당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냈습니다.

 

'복지국가 선도정당', '비정규직 정당'이라는 정의당의 새로운 노선은 2세대 진보정치로의 과감한 도전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저의 새로운 목표와 소명입니다.

 

저의 출마는 조성주 개인이 아닌 진보정치 2세대 전체의 도전입니다.

 

정의당 대표에 출마하고자 합니다. 더할 수 없이 무거운 책임감이 요구되는 역할입니다. 또 존경하는 다른 후보님들에 비해서 경륜과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같은 앞선 세대의 경험이 아닙니다.

 

이미 그 경험은 충분합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노동운동 밖의 노동에 대한 경험과 대안 부족이야말로 지금 진보정치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가 아닙니까?

 

그런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때로는 절박함이 부끄러움을 잊게 만들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로부터 전환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다음 대에게는 진보정치, 아니 정치는 없을 것이며, 어쩌면 우리 사회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도전은 청년정치인 조성주, 한 개인의 도전이 아닙니다. 

저는 진보정치 2세대 전체와 함께 도전하고자 합니다.

 

2세대 진보정치는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대변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권위주의와 싸우던 '요새'에서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진출했고 원내 유일진보정당으로서의 자부심과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보수양당체제의 협소한 민주주의를 평범한 시민들을 위한 민주주의로 확장한 것은 1세대 진보정치의 정치적 성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루어낸 성과에 안주하고 서로 다투는 사이에 민주주의의 광장은 좁아졌고, 우리가 보호해야 할 시민들은 광장 밖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2세대 진보정치는 그 광장 밖의 사람들의 삶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고,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대변해야 합니다. 양당정치에 갇힌 한국 민주주의가 외면한 이들은 바로 공과금과 집세를 책상에 고이 놓아두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 세 모녀이고, 쌀과 김치가 있으면 부탁한다는 쪽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젊은 작가이며, 수십 번의 취업실패에 절망하며 외롭게 고시원에서 눈을 감아야 했던 청년입니다.

 

닫혀버린 한국 민주주의는 이들을 조용히 추방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들이고 자매들이며, 이웃입니다. 그들은 어머니이고 아버지이며 우리가 대변하고 함께 지켜야 했던 동료시민이었습니다. 2세대 진보정치가 이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면 이 비극적인 현실은 다음세대의 거의 전부가 맞이할 미래입니다.

 

2세대 진보정치는 당면의 조직들을 대변하는 것에서 멈출 수 없습니다. 때로는 설득하고 논쟁도 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봄날의 눈부신 아침 바다가 더 이상 모두에게 슬픔의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대안을 내놓고 싸워나가야 합니다. 두려움 없는 과감한 증세, 세대 간 평등을 실현하는 고용보험 개혁과 연금개혁, 과감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우리의 방향을 잡아갑시다.

 

가장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혁신이며 진보 재편의 목표입니다.

 

우리의 혁신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우리는 남들이 주목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통해 힘을 키워야 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만큼 주목하지 못하는 그 새로운 가치는 바로 당원입니다. 당의 힘은 당원에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숫자는 정당이 가진 힘의 결과이지 정당이 가진 힘의 원인은 아닙니다. 건국 이래 두 번째 규모인 130석을 가지고도 무능을 반복하는 저 제1야당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총선전략 역시 기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당을 먼저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 당을 대표해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제1의 총선전략이어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유능하고, 시민들에게 책임을 지며, 당원에게는 자부심을 주고, 일을 하고 싶어 사람들이 몰려드는 강하고 좋은 정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당비를 매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개편하여 안정적 당 재정구조를 확보하고, 당비에 대한 당원들의 자부심을 만들어야 합니다.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고 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당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조직부대표와 교육부대표를 신설하여 당원에 대한 교육과 조직을 당의 최우선 사업으로 배치하고, 시 도당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정의당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정당, 가장 힘 있는 정당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우리 당은 진보정치의 재편과 결집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거는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편의 조건은 과거가 될 수 없으며, 우리가 만들 미래가 재편의 조건이어야 합니다. 겸허히 제 진보진영과 대화에 나서 큰 규모의 결집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위기감이나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공학은 재편의 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은 10년 전 진보정치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그칠 수 없습니다. 진보재편은 더 큰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2세대 진보정치에 걸 맞는 새로운 과제를 과감히 수행하고, 좋은 정당이 되기 위해 조직력과 규율을 갖는 것이야말로 진보재편의 진정한 과제입니다.

 

당의 미래를 준비하고미래세대가 찾을 수 있는 정의당을 만듭시다.

 

세대교체는 진보정치의 당면한 요구이자 과제입니다. 진보정치의 다음세대 대표들을 우리 손으로 의식적으로 만들고,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미래의 리더십을 우리 손에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정당과 싸워도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 당에는 진보정치 1세대를 이끌어온 천호선,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같은 걸출한 리더 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당의 훌륭함은 단지 그분들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울 마포에는 오진아가 있고, 관악에는 이동영이 있습니다.

 

인천 부평에는 이소헌이 있고, 강화에는 박종현이 있습니다. 경기 고양에는 김혜련이 있고 박시동이 있습니다. 대구 수성에는 김성년이 있고, 전남 영광에는 이보라미가 있으며, 광주에는 강은미가 있고 문정은이 있습니다. 

 

모두를 일일이 열거하지는 못했지만 바로 이들이 우리 당 리더십의 미래입니다. 우리는 이미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리더십 구축을 목표로 당 조직, 정책, 집행의 모든 부분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대표가 직접 책임지고 진보정치 1세대 리더 들이 모두 참여해 경험을 공유하고 성장을 돕는 '미래리더십위원회'를 만들어, 2년 안에 우리 당을 젊고 강력한 정당으로 탈바꿈시킬 것입니다. 20대 총선에서 50명의 청년 후보 출마를 시작으로, 2018년 지방선거에서 100명의 청년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 가겠습니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도전조성주와 함께 해주십시오.

 

정의당은 박근혜대통령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정의당은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코 우리 정당의 본질적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정의당은 미래와 싸워야 합니다. 

 

오늘의 이 폭력적이고 불평등한 체제가 강요하는 미래를 바꾸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목표입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다른 미래를 개척합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우리에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우리 당은 지난 3년간 천호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노력 속에 진보정치의 폐허 위에서 눈물겹게 혁신해 왔습니다. 이제 사과와 성찰을 넘어, 정의당이 세상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선포해야 합니다. 조성주라는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은 진보정치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는 가장 분명한 외침이 될 것입니다.

 

저와 함께 광장 밖으로 과감히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2015. 06. 15.

정의당 당대표 후보 조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