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서(書).간찰(簡札)

청천 신유한 간찰

야촌(1) 2014. 11. 2. 14:09

 

 

 

 

[국역]

이마를 조아리며 말씀드립니다(계상언은 상제에게 보내는 서신의 머리에 씀)

 

공적인 일로 우리 집에 오는 인편에 여안(驪岸-驪州인 듯)에서 이월 달에 보내준 편지를 받았는데 글자마다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게 합니다.

 

편지로 인하여 알았습니다.

 

시절 제사를 드리는 중에 기력이 그런대로 지탱한다고 하니 한번 읽고 한번 탄식합니다.

 

곧 오래 묵은 병이 계속 괴로움을 끼쳐서 고치기 어렵다고 염려하시는데 이르렀으니 나의 마음속도 답답합니다.

 

그리고 말씀 하시기를 초상을 당하여 슬픈 나머지 모든 감정이 다 손상되었다고 하였는데, 그 때문에 편지의 글도 매우 처량하기가 이와 같은데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습니다. 천지 조화옹이 반드시 당신 같이 훌륭하신 군자를 헛되게 이 세상에 내어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이가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으니 이제부터 늙을 때까지 훌륭한 업적을 이루어 그 광채가 위로 임금과 어버이에게 보답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바라건대 나의 이 말을 헤아려 채택하고 더욱 힘써 보중하기를 천만번 기대하고 바랍니다.

 

나, 유한은 지루하게 살아가는 중에 백가지 병과 이웃하여 머리털은 짧아지고 이는 (빠져 점점 세상에 살맛을 잃게 되니 이는 빠져 점점 세상에 살맛을 잃게 되니, 지금 당장 조만간에 죽어서 구렁텅이에 묻히더라도 늙어서 죽은 장부라고 일컬을 터이니 다시 서운할 것은 없습니다.

 

나에게는 두 아이가 있는데 성품이 독서를 좋아하지 않으니, 내 스스로 이해하기를 내 이 남쪽지방(영남지방)의 간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어쩌다가 문장으로 이름이 알려져 십년 동안 이 어려운 세태에 외람되게도 관리로서 살아왔으니 지금 영화를 거두고 뿌리를 찾아 돌아가는 것이 바로 나의 본분입니다.

 

이제부터 사회에 나가지 않고 농사나 지으며 남아있는 여생을 보내고 싶은 것이 본래의 소원입니다. 상제로서 여막을 지키면서 때때로 불교 서적이나 점검하며 공의 세계서 현실을 무시하고 환상(幻想)으로 망녕된 생각을 없애어 날마다 지난날 하찮은 기술 따위를 부러워 따라 다니다가 공부를 일찍이 하지 못한 한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십시오.

 

다 갖추지 못하였으나 슬픈 가운데 삼가 살피십시오.

을묘년 3월 25일에 심제인 신유한이 글 올림

 

 

[참고내용]

 

[注01] 봉조(蓬藋) : 가난한 시골 집.

[注02] 엄자(奄玆) : 늙을 무렵 =모경(暮境)

[注03] 규두圭竇 : 가난하고 궁곤한 사람의 집.

[注04] 심제心制 : 1.마음을 절제하여 경거망동을 못하게 함.

                                 2.심상心喪과 같음. 곧 스승이 죽었을 때 심상이라고 함.《예기․단궁상禮記·檀弓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