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익재이제현선생

이제현과 이색의 문장은 누가 나은가? - 세조

야촌(1) 2013. 7. 31. 13:40

세조 5권, 2년(1456 병자 / 명 경태(景泰) 7년) 9월 19일(병술) 1번째기사

 

조현할 세자를 위해 한어와 중원의 일에 대해 가르치게 하다.

 

영의정(領議政) 정인지(鄭麟趾)· 파평군(坡平君) 윤암(尹巖)· 판중추원사(判中樞院事) 신숙주(申叔舟) 등을 불러 의논하기를,  “세자가 근자에 조현(朝見-신하가 조정에 나아가 임금을 뵙는 일)하겠기로, 내가 통사(通事) 매우(梅佑)· 김자안(金自安) 등으로 하여금 한어(漢語)와 중원(中原)의 일을 가르치려고 한다.”하고,

 

임금이 정인지(鄭麟趾)에게 묻기를,

“이색(李穡)의 문장(文章)이 어떠한가?”

하니, 정인지가 대답하기를,

“우리 동방(東方)에 있어서는 가위 걸연(傑然-매우 뛰어남)한 사람입니다.”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이제현(李齊賢)과 누가 나은가?”

하니, 정인지가 대답하기를,

“이색은 시(詩)를 잘하는데 더욱 사운(四韻)에 능합니다.

그러나, 이제현에게 비교하면 우열이 있습니다.”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런가익재(益齋)의 문장은 가위 탁월한 것이군.”

하고, 또 박원형(朴元亨)으로 하여금 정인지(鄭麟趾)에게 묻기를,

“어진 사람을 진용(進用)하고 불초(不肖)한 사람을 물리치는 것은 정승(政丞)의 직책이다.

 

나는 사람을 알아보는 데에 밝지 못하니, 영의정(領議政)이 신숙주 같이 현량(賢良)한 사람을 얻어서 천거할 수 있겠는가?”하니, 정인지가 자리를 피하며 아뢰기를,

“신이 본래 용렬하고 어두워서 사람을 알아보는 밝음이 없습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사람을 알아보면 철(哲) 이라.’고 하였으니, 사람을 알아보기가 어렵다 하겠습니다.”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신숙주의 어짊을 알아보고 뽑아 써서 이렇게 되었으니, 사람 알아보는 밝음이 있다 하여도 가하겠다.”

하고, 인하여 인재(人才) 얻기가 어려운 것을 논하다가 정인지가 말하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인재 얻기가 어려운 것이 그렇지 않은가?’ 하였는데, 이 말이 참 옳습니다. 

대저 사람을 취하는 데는 비록 재주를 취하지 않을 수 없으나 재주는 유여(有餘)하고 덕(德)이 부족하면 또한 취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재주와 덕이 겸비한 사람을 얻어 쓰기가 어렵습니다.”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덕이 재주를 이기는 자가 참으로 적지마는, 재주가 덕을 이기는 자는 한갓 쓰지 못할 뿐 아니라 쓰면 도리어 해(害)가 있다.”하고, 또 말하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창업(創業)하기는 쉽고 수성(守成)하기는 어렵다.’ 하였는데, 수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저 수성하는 임금이 부귀(富貴)에서 생장(生長)하여 편안하고 게을러서, 근심하고 부지런하고 조심하고 생각할 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세(後世)의 인주(人主)가 알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하였다.

 

[분류] *외교-명(明) / *왕실-종친(宗親) / *어문학-어학(語學) / *어문학-문학(文學)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 / *인사(人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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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丙戌/召領議政鄭麟趾、坡平君尹巖、判中樞院事申叔舟等議曰: “世子近將朝見, 予欲使通事梅佑、金自安等, 敎以漢語及中原之事。” 上問麟趾曰: “李穡文章何如?” 麟趾對曰: “在吾東方, 可謂傑然者矣。” 上曰: “然則與李齊賢孰愈?” 麟趾對曰: “穡長於詩, 而尤長於四韻。 然比之齊賢, 則固有優劣矣。” 上曰: “然? 益齋文章可謂卓然者矣。” 又使朴元亨問於麟趾曰: “進賢退不肖, 相之職也。 予則不明於知人, 領議政其得賢良如申叔舟者薦之乎?” 麟趾避席啓曰: “臣本庸暗, 無知人之明。 古人云, ‘知人則哲’, 知人可謂難矣。” 上曰: “予知叔舟之賢, 擢用至此, 謂之有知人之明可矣。” 因與麟趾論人才之難得, 麟趾曰: “古人云, ‘才難, 不其然乎?’ 此語誠是。 大抵取人, 雖不可不取其才, 然才有餘而德不足, 則亦不可取也。 得其才德兼備者, 而用之難矣。” 上曰: “德勝才者固鮮, 才勝德者, 非徒不可用, 用之則反有害矣。” 又曰: “古人云, ‘創業易, 守成難’, 守成非難也。 大抵守成之君, 生長富貴, 逸豫怠惰, 不知憂勤惕慮故也。 後世人主, 不可不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