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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寫本)의 종류에 대하여

야촌(1) 2014. 8. 15. 01:57

■사본(寫本)의 종류에 대하여

 

1. 머리말

 

寫本은 붓 등의 필사도구를 이용하여 종이 등에 손으로 쓴 것을 총칭하는 뜻으로 쓰인다.

정조 때 간행되거나 필사된 御定書와 命撰書를 수록해 해제한 서목인 군서표기(羣書標記)에서도 손으로 쓴 책을 寫本이라 기입하고 있다.

 

또한 書寫本, 筆寫本, 초본(鈔本), 繕寫本, 錄本, 謄寫本, 謄本등으로도 쓰이고 있다.

다시 말해 손으로 쓰거나, 베끼거나 한 책을 총칭하여 사본이라 하며, 요즘은 사진으로 찍거나 복사하여 만든 책도 사본이라 한다. 본 과제에서는 사본의 종류인 稿本과 傳寫本, 寫經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사본의 종류

 

2.1 고본(稿本)

고본이란 編者나 著者가 내용을 고안하여 처음으로 쓴 책을 말하며, 고본(藁本)이라 일컫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로 문헌 또는 사료로서 1차적인 가치를 지닌 자료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 썼다고 하더라도 단순기록이나 증거용으로 필사한 등록류, 문서류 등은 고본이라 하지 않고 原本이라 한다.

 

고본의 동의어로는 草本, 草稿(藁)本, 原稿本 등이 있으며, 편자나 저자가 직접 쓴 자필원고를 手稿本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옛 고본 중에서 예를 들어보면 ‘海東文獻總錄 草本’ 이나 ‘懷恩錄 一卷一冊 尹新之 自筆稿本’ 등이 있다.

 

또한 편자나 저자가 직접 고본을 교정하거나 첨삭하여 定稿한 것을 手定稿本이라 일컫기도 한다. 한편 자필원고인 수고본에 대하여 문인이나 제자 등의 사람이 쓴 것은 他筆稿本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구분해야 할 용어는 자필본, 친필본인데, 서예가 등이 다른 사람의 글 또는 문장이지만 그것을 서예작품으로 쓴 것은 그 서예가의 자필본 또는 친필본이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필본 중에서도 왕이 쓴 책은 御筆本 또는 宸筆本이라 하며, 왕세자가 쓴 책은 睿筆本이라 한다.

 

고본을 여러 차례 수정하여 내용이 달라진 경우에는 제일먼저 고친 것을 初稿本 또는 初草本이라 하며, 두 번째로 고친 것은 再稿本 또는 重草本이라 한다, 세 번째로 교정한 것을 三稿本이라 하며, 마지막으로 교정하여 완성된 것을 定稿本이라 한다.

 

朝鮮王朝實錄을 간행할 때에도 세 번의 교정 작업을 하는데, 첫 번째 교정을 초초, 두 번째 교정을 중초, 마지막 교정을 정초라 하는데 여기서는 중간에 해당하는 中草와 마지막으로 교정하여 바로잡은 것을 뜻하는 正草라 하였다.

 

실록의 간행은 각종 관청의 일기와 시정기 등의 각종 자료가 바탕이 되지만 사관이 작성한 사초가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사관이 보고 들은 바를 두 벌 手錄하여 정본을 춘추관에 올리고 부본은 사관 본인이 간직하는데, 춘추관에 올린 정본을 納草本이라 한다.

 

그리고 개수한 회차를 알 수 없어 막연히 언급할 때에는 改編本 또는 改修本이라 하며, 오늘날에는 改訂本이라 하고 있다.

고본을 淨書하여 깨끗이 쓴 것을 淨書稿本 또는 淨稿本이라 하며, 목판에 판각하기 위하여 정서한 경우에는 판각용정서고본 또는 판각용정고본이라 하고 줄여서 板書稿本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고본이 아닌 것을 판각용으로 정서하는 경우에는 板刻用淨書本이라 하고 줄여서 板書本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서하여 활자인쇄용으로 쓰이고 전래되고 있다면 그것을 旣刊印稿本이라 부르며, 간인되지 않은 고본인 未刊印稿本은 그 가치가 크게 평가된다.

 

<표1> 稿本의 종류

명칭 내용
稿本, 藁本, 草本,
草稿(藁)本, 原稿本
편자나 저자가 내용을 고안하여 처음으로 쓴 책
手稿本 편자나 저자가 직접 쓴 자필원고
手定稿本 편자나 저자가 직접 고본을 교정하거나 첨삭하여 정고한 것
他筆稿本 수고본에 대하여 문인이나 제자 등의 사람이 쓴 것
初稿本, 初草本 고본을 수정하여 내용이 달라진 경우 중 제일먼저 고친 것
再稿本, 重草本 고본을 두 번째로 고친 것
三稿本 고본을 세 번째로 고친 것
定稿本 고본을 마지막으로 교정하여 완성된 것
改編本, 改修本 개수한 회차를 알 수 없어 막연히 언급할 때
淨書稿本, 淨稿本 고본을 정서하여 깨끗이 쓴 것
板刻用淨書稿本,
板刻用淨稿本, 板書稿本
목판에 판각하기 위하여 정서한 경우
旣刊印稿本 정서하여 활자인쇄용으로 쓰이고 전래되고 있는 것
未刊印稿本 정서하여 활자인쇄용으로 쓰이지 않은 고본

 

2.2 傳寫本

고본을 베껴 쓴 책을 전사본이라 하여, 고본과 비교할 때 사료적 가치를 별로 인정하지 않는 자료라 할 수 있다. 같은 의미로 傳抄本, 轉寫本, 移寫本으로도 부른다. 하지만 전사본 가운데도 중요한 사료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살펴보면,

 

첫째, 전사본만이 유일하게 전래되고 있는 경우,

둘째, 간인본이 없는 것으로 내용의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

셋째, 다른 간인본이나 사본과 본문에 차이가 있는 別本 계통인 경우,

넷째, 오래된 전사본으로 문자 오탈을 교감하는데 참고가 되는 경우,

다섯째, 저명한 학자의 手校가 가해진 경우,

여섯째, 없어진 귀중본의 형태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

일곱째, 명가의 手記, 手識, 手跋, 藏書印 등이 있는 전사본인 경우이다.

 

오래된 전사본을 古寫本 또는 舊사本이라 하며, 그동안은 임진왜란 이전의 것을 말했으나 요즘은 병자호란 이전의 것으로 내려 잡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저명한 사람이 쓴 것을 누구의 手寫本 또는 수초본(手鈔本)이라 부른다.

 

한편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쓴 것을 各筆寫本 또는 各筆鈔本이라 하는데 영조대에 베껴쓴 ‘海東地誌’가 여기에 해당되며, 한사람이 맡아서 쓴 것을 一筆寫本 또는 一筆鈔本이라 하는데 安鼎福이 수초(手鈔)한 ‘東史例’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이미 베껴 쓴 사본을 저본으로 삼고 거듭 베껴 쓴 경우도 많은데 이를 重寫本, 重鈔本이라 한다. 그리고 정성들여 깨끗이 베낀 것을 淨寫本, 淨書本, 淨鈔本이라 하며, 사람에 따라서는 精寫本 등으로도 부른다.

 

한편 베낀 자료를 模寫本 또는 模本이라고도 하는데, 모사본은 그 대상이 되는 저본을 똑같이 모방하여 베끼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박물관 등에서 귀중한 원본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방법으로 書畵類를 모사본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편 저본을 透寫의 방식으로 그대로 베껴 쓴 것을 影寫本, 影鈔本이라 한다. 영사본은 주로 귀중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 된 귀중본이 남아있지 많은 경우에는 영사본 자체가 매우 귀중한 사료가 된다. 또한 책을 옆에 놓고 그대로 닯게 베껴쓴 것을 臨寫本, 臨模本, 臨本이라 한다.

 

<표2> 傳寫本의 종류

명칭 내용
傳寫本, 傳抄本, 轉寫本, 移寫本 고본을 베껴 쓴 책
古寫本, 舊鈔本 오래된 전사본
手寫本, 手鈔本 저명한 사람이 쓴 전사본
各筆寫本, 各筆鈔本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쓴 전사본
一筆寫本, 一筆鈔本 한사람이 맡아서 쓴 전사본
重寫本, 重鈔本 이미 베껴 쓴 사본을 저본으로 삼고 거듭 베껴 쓴 경우
淨寫本, 淨書本, 淨?本, 精寫本 정성들여 깨끗이 베낀 것
模寫本, 模本 대상이 되는 저본을 모방하여 베끼는 것
影寫本, 影鈔本 저본을 透寫의 방식으로 그대로 베껴 쓴 것
臨寫本, 臨模本, 臨本 책을 옆에 놓고 그대로 닯게 베껴쓴 것

 

2.3 寫經

사경은 불교경전을 베껴 쓰는 일이나 필사한 경전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 사본과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사경을 만드는 목적은 공덕을 쌓기 위해서나 또는 후손에게 전하기 위하여, 승려가 독송하고 연구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薦度, 功德, 修行, 發願의 차원에서 經文을 쓰고 變相을 그려 장엄하게 꾸민 것을 총칭한다.

 

사경을 만들 때에는 재료에서부터 그 일에 참여하는 사람까지 온갖 정성과 의식절차를 거쳐 엄숙하게 제작하여 오늘날까지도 매우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경의 종류는 用紙와 筆寫材料에 의하여 구분되는데, 용지는 주로 白紙, 紺紙, 橡紙가 기본이나 염색의 차이와 퇴색의 濃薄에 따라 靑紙, 紫紙, 黃紙를 더 쓰기도 하였다. 또한 필사재료는 墨汁, 銀泥, 金泥가 기본을 이루었다.

이들 용지와 필사재료 중 백지에 먹물로 寫成한 것을 白紙墨書經으로 초기부터 사용되었다. 현재까지 전래되고 있는 초기의 것으로 신라 경덕왕 14년(755년)에 완성된 국보 196호 ‘白紙墨書大方廣佛華嚴經’ 周本 2軸과 신라 헌안왕 2년(858년) 사성의 ‘白紙墨書金光明經’ 1축이 있다.

 

‘白紙墨書大方廣佛華嚴經’은 寫經體 小字로 온갖 정성을 다해서 楷書하고 사성의 경위를 소상하게 밝혀 놓은 功德經으로서, 당시에 쓰인 武周制字 13종 512자가 나타나고 있어 그대로 베껴 쓴 것을 알 수 있다.

 

무주제자는 중국에서 여성으로 유일하게 황제가 되었던 則天武后가 만든 글자이다. ‘白紙墨書金光明經’은 반듯하게 묵서한 두루마리 사경으로 黃蘗染으로 물들인 두꺼운 양질의 楮紙를 사용하였으며, 권말에 ‘唐大中 2년(818년)九月寫’의 寫成年이 표시되어 있다.

 

<표3> 寫經의 종류

명칭 내용
寫經 불교경전을 베껴 쓰는 일이나 필사한 경전
용지와 재료에 따른 명칭
紺紙金泥寫經, 紺紙銀泥寫經........, 賁飾經
(용지: 白紙, 紺紙, 橡紙, 靑紙, 紫紙, 黃紙)
(필사재료: 墨汁, 銀泥, 金泥)
사용한 용지와 재료에 따른 명칭
ex) 감지에 은박 또는 은분을 풀어 경문을 쓰고 變相을 그린 것은 → 紺紙銀泥寫經
 
白紙墨書經 백지에 먹물로 寫成한 것
白紙血書經 피에 묽은 염료를 썩어서 백지에 쓴 것
國王發願經 국왕이 국가적 염원을 발원하고 쓰게 한 것
私發願經 개인이 발원하여 사성한 것
功德經 개인이 공덕을 쌓아 수복을 얻고자 발원하여 사성한 것
冥福經, 供養經 공인의 명복을 빌고 극락왕생을 발원하여 사성한 것
一筆經, 漸寫經 경문을 한 명이 한 필적으로 정성을 다해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한 것
各筆經, 一品經, 一卷經, 頓寫經 경문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급히 베껴 완성한 것

 

고려사경은 전기의 것은 거의가 소박한 백지묵서경이며, 후기로 올수록 표지에 장식이 가해진다. 그러나 조선시대로 내려오면 정성과 품위가 점차 떨어진다. 또한 백지사경 중에는 극히 드물지만 피에 묽은 염료를 썩어서 쓴 것도 있는데 이를 白紙血書經이라 일컫고 있다.

 

紺紙에 금박이나 은박 또는 금분, 은분을 풀어 경문을 쓰고 變相을 그린 것을 紺紙金字 또는 銀泥寫經, 紺紙金泥 또는 銀泥寫經이라 부른다.

 

한편 橡紙에 금박이나 은박 또는 금분, 은분을 풀어 경문을 쓰고 變相을 그린 것을 橡紙金字 또는 銀泥寫經, 橡紙金泥 또는 銀泥寫經이라 부르며, 상지는 주로 금니보다는 은니를 많이 썼다.

 

이들 금니 또는 상지의 금은니사경은 종이와 글씨, 그림, 표장 등에 정성들여 미술적이면서 장엄하게 꾸몄는데 이를 우리나라 문헌에서는 ‘賁飾經’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고려 분사경은 목종9년(1006년)의 ‘紺紙金泥大寶積經’이다.

 

또한 고려 국왕이 국가적 염원을 발원하고 쓰게 한 것을 ‘國王發願經’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국왕발원의 寫成記가 있으며, 충렬왕 원년(1275년) 紺紙金泥不空?索神燮眞言經 등의 국왕발원경이 전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발원경은 체재와 형식이 모두 일정하게 갖추어져 있으나, 국가 차원을 벗어난 것은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찰본 형식으로 함차가 메겨져 있지 않은 單經의 사성이거나, 발원사성기가 없거나, 자신과 眷屬의 壽福을 기원하는 등의 것으로 국왕발원경에 비해 그 품격이 훨씬 떨어지는 편이다.

 

개인이 발원하여 사성한 것을 私發願經이라 하며, 발원의 내용에 따라 그 종류가 세분된다. 개인이 공덕을 쌓아 수복을 얻고자 발원하여 사성한 것을 功德經이라 하며, 공인의 명복을 빌고 극락왕생을 발원하여 사성한 것을 冥福經 또는 供養經이라 한다. 국왕발원경과 寫經院에서 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私發願經에 해당한다.

 

사경은 경문을 쓴 사람이 한 명이면 一筆經, 여러 사람이면 各筆經으로 구분하는데, 일필경은 한 사람이 끝까지 한 필적으로 정성을 다해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하며, 漸寫經이라고도 한다.

 

고려사경 중 私發願經은 대체로 일필경에 해당한다. 한편 각필경은 대체로 고려 사경원에서 사성한 銀字大藏經과 金字大藏經이 해당되며, 一品 또는 一卷씩 나누어 사성한 경우 一品經 또는 一卷經이라고도 한다. 각필경은 여러 사람이 나누어 급히 베껴 완성시키므로 頓寫經이라고도 한다.

 

3. 맺는말

 

이상으로 稿本과 傳寫本, 寫經 등 寫本의 종류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고문헌은 주로 필사본이거나 활자본 또는 목판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활자본과 목판본은 많은 책을 동시에 찍어낼 수 있는데 비해 사본은 사람이 직접 쓴 것이므로, 한꺼번에 동일한 책을 많이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활자나 목판에 비해 쉬운 방법이었기에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전래되고 있는 것이 필사본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과제를 통해 저자나 편자가 처음으로 쓴 책인 고본과 베껴 쓴 책인 전사본, 신앙의 차원에서 경문이나 그림을 그려 정성껏 만든 사경에 대하여 자세히 알 수 있었으며,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 있는 기록 자료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고문헌사랑 ㅣ글쓴이>정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