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만사. 만장

참의(參議) 이유겸(李有謙)를 보내는 만사 - 송준길 지음

야촌(1) 2013. 11. 19. 19:33

■이 참의(李參議) 유겸(有謙)를 보내는 만사

 

계묘년(1663, 현종4)

지은이 : 은진(恩津) 송준길(宋浚吉)

 

후배로 선배를 상상하면서 / 後生想前輩

일찍 태어나지 못한 것 한탄했는데 / 每恨生不早

 

어지러운 말세 속에서 / 擾擾季世間

다행히 이 노인 보았습니다 / 猶得見此老

 

이 노인 세한의 지조 지녀 / 此老歲寒姿

고상하게 은거하셨지요 / 卓犖有高蹈

 

대현의 문하에 유학하시어 / 早游大賢門

성현의 도를 깨달았기에 / 得聞聖人道

 

혼탁할 때는 초야에 은거하고 / 濁世吟楚澤

밝은 시대에는 나아가 벼슬했지요 / 明時薦珪瑁

 

뛰어난 재목으로 세상에 쓰이니 / 宏材需世用

명망과 실제가 구차하지 않았지요 / 望實非草草

 

내외의 관직 두루 거치면서 / 歷試內與外

이룬 사업 다 상고할 수 있지요 / 事業皆可攷

 

사돈 맺어 다행히 의탁한 뒤로 / 婚媾幸自託

정의가 날로 더욱 돈독했지요 / 誼情愈款好

 

지난날 강원에 모여 / 每憶講院會

밤새워 즐겁게 담론할 때 / 連宵喜傾倒

 

시대를 근심하는 뜻 격렬하고 / 憂時意激烈

의론 웅대하고 높으셨지요 / 議論實雄驁

 

저승을 헤매는 귀신 될 저에게 / 冥塗愧擿埴

길 인도해 되살아나게 하셨지요 / 轉身荷指告

 

수년 동안 놀란 가슴 진정되지 않는데 / 驚心數載間

세상일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 世事如風纛

 

헤어질 때 우리 둘 모두 병들어 / 別時兩衰病

다시 만나기 어려울 줄 알았으므로 / 後會知難保

 

생전에 가르침 다 받게 되기를 / 餘生畢餘誨

밤낮으로 진심으로 빌었었는데 / 日夜猶心禱

 

하늘은 어째서 이 노인 남겨주지 않아 / 天胡不憖遺

사망 소식 이곳에 전해지게 하였나요 / 湖外傳凶報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는 것은 / 慟哭向蒼旻

개인의 애통만이 아니랍니다 / 非以爲私悼

 

장례 날짜 알고 있으나 / 窀穸知有期술

한 잔도 올릴 수가 없습니다 / 無由酌行潦

 

공의 네 아드님들 / 公有四男兒

낱낱이 모두 국보여서 / 箇箇皆國寶

 

덕학에 충효까지 겸했으니 / 德學忠孝俱

공의 집은 하늘이 돌보셨지요 / 公家天所勞

 

떠나신 공은 아무 여한 없겠지만 / 公歸復何憾

살아 있는 저는 슬퍼 한탄합니다 / 後死但悲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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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 이유겸(李有謙) : 자는 수익(受益), 호는 만회(晩悔)이고, 본관은 우봉(牛峯)이다.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으로 동춘당과 동문(同門)이었으나 동춘당 보다 20세 위였으므로 그를 노인이라고

            한 것이다.

 

           광해군(光海君) 때 폐모론(廢母論)이 일어나자 반대하는 소(疏)를 올리고는 물러나서 초야(草野)에 은거하

           다가, 인조반정(仁祖反正) 후에 다시 나와서 대구 부사(大邱府使), 김제 군수(金堤郡守) 등의 외직과 공조

          참의, 호조 참의 등의 내직을 거쳤다.

 

          아들 다섯을 두었는데, 장남 핵(翮)은 현감을 지냈고, 차남은 흡(翕)이고, 삼남 상(翔)은 지평(持平), 사남 숙

          (䎘)은 감사(監司), 오남 익(翊)은 참의(參議)를 지냈다. 상(翔)의 딸이 동춘당의 손자 병문(炳文)의 아내가

          되었다.

 

[주01] 세한(歲寒)의 지조 : 어떤 역경에서도 변치 않는 굳은 지조를 이른다. 《論語 子罕》

 

[주02] 공의 네 아드님들 : 공은 아들이 다섯이었는데 넷이라고 한 것은, 둘째 아들 흡(翕)이 병자호란 때 강화(江

             華)가 함락되자 어머니 윤 부인(尹夫人) 및 아내 오씨(吳氏), 핵(翮)의 아내 김씨와 함께 죽었으므로 살아

             있는 아들들만을 말한 것인 듯하다.

 

동춘당집 제24권>시(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