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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정치

야촌(1) 2005. 7. 29. 03:20

남자들의 정치 

 

‘맥주병 투척사건’이란 신문 상단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애국지사의 엄청난 거사라도 벌어진 줄 알았다. 그 기대는 한나라당 의원의 한바탕 ‘술자리 난동’에 불과했다는 기사로 허탈해졌고, 허탈한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열린 우리당 의원의 술자리 폭행 사건과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이 재정 민주평통 부의장의 얼굴에 맥주를 뿌리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더구나 박계동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이유를 가지고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말까지 언급해 정치인 이전에 한 사람의 인격을 의심하게 하는 행동을 보여 주었다.

도대체 부총리급의 예우를 받는 그리고 사회적으로 연장자인 분의 얼굴에 공식석상에서 맥주를 뿌리는 행동이 그나마 술김에 한 실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을 무시하고 볼모로 잡아가며 계산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쇼였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인의 수준을 심히 걱정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에 참여했다는 이유 하나로 그런 봉변을 당한 신학자인 이재정 부의장의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의 사진 한 장만으로도 이날의 정치쇼가 얼마나 유치하고 상식 이하였는지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나라 남자들이 하는 정치라는 것이 이런 술자리 난장판에 가까워지고, ‘도청’에 ‘엑스파일’이나 난무하는 ‘대립과 모략’의 정치를 하는 동안, 이를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화해’의 정치로 저지할 여성 정치인의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2004년 4·15총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50.9%가 여성이었다. 그러나 과반수를 넘는 여성유권자의 정치적 대표성은 13%(39명의 여성당선자)에 그쳤다. 국민의 50%가 넘는 여성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가 아닐까?

 

정당법 31조 개정으로 국회의원 지역구 30%, 전국구 비례대표 50% 여성후보 공천을 명시하고 있지만,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30% 여성공천은 실현되지 못했고, 비례대표 숫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절반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하기는 터무니없이 미흡하기만 하다.

 

이제 더 이상은 남성들이 결정한 의사에 순응해 가는 단계가 아니라 정치 일선에서 여성들이 적극적인 정책결정에 참여해야 할 시대에 다음 선거에서부터는 획기적인 선거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저 여성 후보 공천이 ‘권고’ 사항 정도로 있는 한은 이미 잡고 있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남성들의 방어를 뚫고 들어갈 여성의 정치 참여 보장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 선거법이나 정당법에 할당을 명시하고 이행 여부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깎거나 더해 주는 식의 ‘강제적인 할당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집안이 화목해지려면 남편과 아내의 조화가 절대적인 것처럼, 정치에 있어서도 이제 남성과 여성이 조화를 이루는 정치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더는 한국의 정치가 남자들에 의해 ‘혼란과 투쟁’으로 일관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주사가 있거나 도벽이 심하거나 바람끼가 다분하고 폭력적인 남편은 한 집안의 구성원으로서도 자격이없다. 술 하나 곱게 마시지 못하고 폭력까지 행사하며, 그것을 정치적인 목적으로까지 이용하려는 이들이 과연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추태스러운’ 남성들의 정치를 ‘아름답게’ 바꾸어줄 여성 정치인의 보다 많은 정치 참여와 나아가 어떤 남성 대통령도 하지 못한 ‘화합’의 정치를 보여줄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