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모장군 이식선생 묘갈명 병서/평리성암공의 현손

  증 통훈대부 좌승지 행 통훈대부 어모장군 이공 묘갈명 병서

 (贈 通政大夫 左承旨 行 通訓大夫 禦侮將軍 李公 墓碣銘 幷序)

 

[생졸년] 1425년(세종 7) ~ 1507년(중종 2) = 壽82세

 

장광(莊光 : 端宗· 世祖를 말함) 때에 혹은 의리를 지키어 순절(殉節)하고 혹은 물러와 숨어 살며 스스로 지켰으니 처한 바는 비록 다르나 그 의리는 한가지인데 공도 그중의 한사람이다.

 

공의 휘는 식(植)이요, 자는 경원(敬元)이니 경주(慶州)가 본관(本貫)이다. 시조의 휘는 알평(謁平)이니 신라원훈(新羅元勳) 태사태부(太師太傅)이다. 중세조(中世祖)의 휘는 거명(居明)이니 벼슬은 소판(蘇判)이요, 고려조(高麗朝)에 휘 핵(翮)은 호가  열헌(悅軒)이요, 상서좌복야(尙書左僕射)이다.

 

휘 인정(仁挺)을 낳으니 호는 성암(誠菴)이니 문과(文科) 장원으로 문하평리(門下評理)요, 휘 규(樛)를 낳으니 한림학사(翰林學士/獻納의 오기인듯함)이다. 신라(新羅)와 고려(高麗)를 지내면서 이름난 공경(公卿)과 큰 보필이며 문장(文章)과 도덕(道德)이 역사에 끊기지 않았다.

 

증조의 휘는 원선(元善)이니 전서(典書)요, 조부의 휘는 진(進)이니 장성감무(長城監務)요, 아버지의 휘는 지생(芝生)이니 호군(護軍)이요, 어머니의 성은 전하지 못하였다. 세종(世宗) 을사년(乙巳年/1425)에 공을 낳았는데 어려서부터 영특하고 우뚝하여 어른과 같았으며, 뜻이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항상 선생(先生)과 장자(長者)를 따라 배웠으므로 문사(文訶=?)가 일찍이 성취 되었다.

 

행지(行止)를 검속하고 윤리(倫理)에 밝았으며 약관(二十세) 시절부터 학문이 높고 의리가 정하였으며 뜻 세움이 개결하고 항상 옛 사람을 사모했다.

 

세종(世宗) 을축(乙丑/1445)에 벼슬하여 두 조정을 섬기면서 벼슬이 어모장군(禦侮將軍-正三品 堂下官 武官職으로 折衝將軍의 아래 자리다)에 이르고 관직(官職)에 종사함이 근실하고 공정하므로 많은 임금의 은혜를 받았고 단종(瑞宗)이 손위(遜位)할때에 충의(忠義)가 격발하여 벼슬을 않기로 마음에 맹세하고 인끈을 풀어던지고 남하하여 산인(山人)의 수건과 야인(野人)의 의복으로 시(詩)를 지어 의사를 붙이고 그 취지를 고상하게 가졌는데 마침내 금성대군(錦城大君/세종의 여섯째 아들)의 옥사에 연루되어 온 가족이 패망하매 청하(淸河-충북 청주의 옛지명)의 고을에서 은거(隱居) 생활을 하면서 성명을 들어내지 않고 자정하여 의리와 지조가 더욱 굳었다.

 

중종(中宗) 정묘년(丁卯年/1507)에 천수(天壽)로 세상을 마치어 이해에 양성군(陽城郡: 安城市 元谷面 芝文里 下明岩) 오른쪽 기슭 계좌(癸坐)의 자리에 안장하고 중종조(中宗朝)에 좌승지(左承旨)에 증직되고 고종(高宗) 임진년(壬辰年, 1882년)에 조정의 의논이 있어서 충절(忠節)로써 특별히 정려(旌閭)를 명하였다.

 

배위는 광주김씨(光州金氏)니 군수 종악(宗岳)의 따님이며 묘소는 공의 묘소에 합부했다.

아! 공의 대절(大節)이 우뚝하게 중류(中流)에 서 있는 지주(砥柱, 山이름으로 중국황하수 중류에 있는데 물이 감고 돌아 섬이된 산이다. 사람이 유속(流俗)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자신을 지킴을 이에 비한다)와 같았다.

 

특별히 서고 홀로서 행하여 죽도록 의리를 지켜 시종여일하게 험란한 시곡에 완전한 사람이되었으니 그의 풍채(風采)를 상상할만 하도다. 공의 후손 세영(世榮). 규동(圭東)이 천리(千里) 길을 달려와 나에게 비문을 부탁하니 내가 그러한 사람이 되지 못하여 굳게 사양했으나 들어주지 않으므로 외람되이 명(銘)을 지어 이르되,

 

나가고 물러옴에 밝았으니 충의(忠義)가 당당(堂堂)하였네.

세조(世祖)가 일어남에 홀로 백이(伯夷)의 의리를 지키었네.

 

마음을 달리 않기로 맹세했으니 무엇을 얻고 잃음에 염려할까.

백세(百世)에 남긴 풍도는 산처럼 높고 물처럼 길으리라.

                                                          

족후손(族後孫)  근우 찬(瑾雨 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