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초(莎草). 금초(禁草). 벌초(伐草)의 용어와 의미
음력 7월에 접어들면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8월 보름의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돌보기 위하여 주말이 되면 벌초를 위해 산소를 찾는 후손들의 차량행렬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을 정도로 교통체증이 알어나곤 한다.
이렇게 조상에 대한 존엄성과 관심도가 높아져가고 있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초(莎草=莎土)나, 벌초나 금초에 대한 뜻을 확실히 모른 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이에 대한 정확한 뜻을 정리해 본다.
●사초(莎草)란?
사토(莎土)라고도 하는데, 본래 ‘잔디’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묘역의 봉분이 비바람 등에 의하여 점차 크기가 작아지거나 무너져 다시 봉분을 높이거나 무너진 부분을 보수하여 잔디를 새로 입히고 다듬는 일을 ‘사초(莎草)’ 또는 ‘사토(莎土)’ 라 한다. 주로 손(損)이 없는 날을 택하거나 한식(寒食) 날에 많이 한다.
●금초(禁草)란?
원래 ‘금화벌초(禁火伐草)’의 준말로서, 무덤에 불조심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어 잔디를 잘 가꾼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무덤에 불이 나게 되면 조상에 대한 욕보임은 물론 그 후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초는 꼭 추석명절이 아니더라도 손(損)이 없는 날을 택해 산소관리가 필요한 때를 가려 손질을 하면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금초’라는 말은 중부 지방에서 흔히 쓰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이유는 고장마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하나의 관습일 뿐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것 같다.
●벌초(伐草)란?
무덤의 풀을 깎아 깨끗이 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봄과 여름철을 지나는 동안 선산에 잡풀들이 많이 웃자라서 매우 보기 흉한 산소를 추석명절에 성묘를 드리기 위해 산소의 풀을 깎아 깨끗이 손질하는 일을 ‘벌초’라고 하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어쨌든 정확한 뜻으로 본다면 추석 전에 무덤의 풀을 깎는 일을 ‘벌초’로, 한식(寒食) 때 하는 벌초는 ‘금초’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덤에 불조심을 한다는 뜻은 거의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두 단어를 구별해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흔히 혼동하기 쉬운 금초와 벌초에 대해서 조상님에 대한 묘를 무성의하게 대충 손질할 때 표현하는 우스갯말로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 한다’란 속담이 있다. 하지만 ‘처삼촌 묘에 금초 하듯 한다’란 표현을 쓰는 경우는 없다.
벌초 대신 금초란 말을 사용할 경우 매우 어색해진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금초는 혹 양반가에서 상민들과 달리 구별하고자 하는 의식에서 통속적인 용어인 ‘벌초’를 기피하려고 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벌초나 금초, 사초는 같은 시기에 할 수도 있지만 사초를 하게 되면 벌초, 금초는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또한 사초는 청명이나 한식에 많이 한다. 그때가 손(損)이 없는 때이므로 좋은 날이고 또 절기상으로도 좋은 때라고 한다.
묘는 아무 때나 손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꼭 청명, 한식에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날 잡는 법을 아시는 분에께 좋은 날을 잡아 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벌초(伐草)의 벌은 ‘정벌하다’와 같이 잡초를 제거하는 의미이고, 금초(禁草)는 그보다 더 나아가 아예 잡풀이 자라는 것을 못하게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으며, 사초(莎草)와 사토(莎土)는 무덤의 형태까지를 포함해 손질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항간에 벌초는 상놈이, 금초는 양반이 쓰는 용어라는 말들이 있으나 이는 근거 없는 풍설에 지나지 않으며 지방마다 방언의 차이로 보아야 한다.
왕릉에서 풀을 깎는 경우 ‘금초 한다’고 하는데 왕가의 경우 특별한 용어를 사용치 않는 것을 보면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추석명절에 즈음한 산소 가꾸기는 정설로 되어 있는 ‘벌초’의 용어를 활용하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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