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축문. 제문

송준길(宋浚吉)에 제문 - 이유태(李惟泰)

야촌(1) 2013. 2. 2. 04:31

◇동춘당집 별집 제9권

◇草廬先生文集卷之二十一

 

■ 동춘당 송준길(同春堂 宋浚吉, 1606(선조 39)∼1672(현종 13)에 대한 제문

 

지은이 : 초려 이유태(草廬 李惟泰,1607(선조 40)∼1684(숙종 10)

 

공은 / 惟公

조양의 봉황이고 / 朝陽彩鳳

 

형산의 미옥으로 / 荊山美玉

온화하기는 봄바람 같고 / 穆如春風

깨끗하기는 가을 달 같았지요. / 皎似秋月

 

조년에 유도자를 가까이하여 / 早親有道

이미 그 덕을 이루었고 / 已成其德

 

만년에 성군을 만나 / 晩際聖明

배운 것을 시행하니 / 乃行其學

 

나 공의 광명에 감복하고 / 我佩之光

공의 고결에 의지했지요. / 我衣之潔

 

하늘에 태양 다시 밝아 / 天日重開

산하의 치욕 씻었으니 / 山河可雪

 

적을 무찔러 소탕한 것이 / 摧陷廓淸

그 누구의 공입니까 / 伊誰之功

 

헌가체부 한 것은 / 獻可替否

공의 충성이었지요. / 繄公之忠

 

삼조 이십 년 동안 / 三朝卄年

예로써 진퇴하니 / 進退以禮

 

예우의 특별함이 / 眷遇之異

전에 없이 높았고 / 逈出前代

 

지치를 바라는 민심이 / 想望之風

세상을 진동시켰지요. / 聳動一世

 

대업을 이루지 못해 / 大業未究

나의 의리 불안하다 하여 / 吾義不安

 

도로 야인으로 돌아가서 / 還尋遂初

고향에서 지냈으나 / 婆娑故山

 

충성은 변치 않아 / 惟是葵誠

항상 조정 걱정 했지요 / 向日長傾

 

바른말 한 번 올리자 / 危言一進

조야가 크게 놀랐으니 / 朝野大驚

 

도가 당세에는 행해지지 않았으나 / 道否一時

이름은 천추에 전해지리다. / 名流千載

 

용렬한 내가 / 顧余庸虛

일찍부터 벗이 되어 / 夙托事契

 

수족처럼 / 如手如足

형제처럼 지냈지요. / 如親兄弟

 

사문에서 공부하던 / 從事師門

여러 해 동안 / 于幾年歲

 

앉을 때는 자리를 함께하고 / 居則共榻

다닐 때는 나란히 말을 탓죠 / 行則聯轡

 

내가 학문에 힘을 얻은 것은 / 切磋之力

공의 도움을 받아서지요 / 偏蒙資益

 

친밀한 정의 / 情義之密

늙을수록 더욱 돈독하였고 / 至老愈篤

 

어묵과 / 或語或嘿

구속이 / 或久或速

 

처음엔 조금 달랐으나 / 始少參差

끝에 가선 같았지요. / 卒乃同歸

 

공이 병으로 자리에 누웠을 때 / 公病臥床

내가 가서 살펴보니 / 余往省之

 

체력은 쇠했지만 / 體力雖憊

정신은 또렷하기에 / 精神不衰

 

술을 들며 농담까지 하고서 / 把杯嘲謔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 / 歸來閱月

 

서거하던 날에 / 易簀之日

노상에서 부음 듣고 / 路承凶音

 

문 안으로 들어 호곡하니 / 入門驚號

옷과 이불 펼쳐 있었습니다. / 已設衣衿

 

슬프고 슬픕니다. / 哀哉哀哉

모든 것이 끝나 / 已而已而

 

사림은 종장을 잃고 / 士失宗匠

나라에는 시귀 없어졌구려! / 國無蓍龜

 

성상께서 크게 슬퍼하며 / 九重震悼

은전을 내리지만 / 恩典有加

 

공은 구원에 있어 / 公在九原

알지 못하니 어이하리. / 奈冥漠何

 

발인할 날 정해져서 / 卽遠有期

친한 빈객 모두 모였지요 / 親賓畢會

 

옥 같은 얼굴 눈에 남아 있고 / 玉色目存

아름다운 음성 귀에 남아 있으니 / 金聲耳在

 

척골이 부러진 아픔과 / 徹膂之痛

어깨를 잃은 슬픔을 / 失臂之悲

 

그 누가 알고 / 其誰知之

그 누가 알겠습니까. / 其誰知之

 

그러나 공은 죽지 않았으니 / 惟公不亡

나의 충정 살필 것이오. / 鑑余衷腸

-------------------------------------------------------------------------------------------------------------------------------------

[주01]조양(朝陽)의 …… 미옥(美玉) : 조양은 산의 남쪽으로 조정을 상징하고, 봉황은 현자(賢者)를 상징하니, 곧 조정의 현신(賢臣)이었음을 뜻한 말이다. 형산(荊山)은 옛날에 황제(黃帝)가 정(鼎)을 주조했던 산으로 인재를 조성하는 학당을 상징하고, 미옥은 그 학당에서 배출한 뛰어난 인재였음을 상징한 말이다. 《詩經 卷阿》

 

[주02]나 …… 의지했지요 : 패(佩)는 감패(感佩)이고 의(衣)는 의(依)이니, 그 광명한 덕에 감복하고 그 고결한 인품에 의지했다는 말이다.

 

[주03]하늘에 …… 씻었으니 : 하늘의 태양은 임금이고 산하는 국가이니, 곧 효종이 즉위하여 병자년(1636, 인조14)에 청(淸)나라에 당한 치욕을 씻기 위해 북벌을 계획했던 일을 이른 듯하다.

 

[주04]적을 …… 것 : 진부한 문장을 공격해 제거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韓昌黎集 序》 곧 동춘이 은밀히 중론을 물리치고 주청(奏請)해 북벌을 계획하게 한 것을 이른 듯하다.

 

[주05]헌가체부(獻可替否) : 옳은 정책을 진언하여 옳지 못한 정책을 막는 것이다. 《春秋左氏傳 昭公20年》

 

[주06]대업(大業)을 …… 하여 : 임금의 예우가 특별하고 백성의 기대가 높았으나, 지치(至治)의 대업을 이루지 못했으면서 그대로 조정에 머무는 것은 나의 의리로 볼 때 마음이 편치 않다고 여겼다는 말이다.

 

[주07]사람(士林)은 …… 없어졌구려 : 종장(宗匠)은 덕행과 학문이 높아 사림이 존경해 사표(師表)로 삼는 사람이고, 시귀(蓍龜)는 점을 칠 때 사용하는 시초(蓍草)와 귀갑(龜甲)이니, 곧 국가의 어렵고 의심스러운 일을 해결할 능력을 가진 학덕(學德)이 높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주08]공은 …… 어이하리 : 구원(九原)은 황천(黃泉)으로 죽음을 뜻하고, 명막(冥漠)은 저승으로 무지(無知)를 뜻하니, 곧 성은이 내렸으나 이미 죽어 아무것도 모르니 어쩌면 좋겠느냐는 말이다.

 

[주09]척골(脊骨)이 …… 슬픔 : 벗을 잃은 슬픔이다. 척골과 어깨는 벗을 뜻하는 말이다.

 

[주10]죽지 않았으니 : 보통 사람들은 죽으면 아무것도 모르지만, 공은 몸은 죽었어도 정신은 죽지 않아 지각할 것이라는 말이다.

 

정태현(역) ㅣ 2006

-------------------------------------------------------------------------------------------------------------------------------------

[원문]

◇草廬先生文集卷之二十一/祭文

◇祭同春宋明甫文 癸丑 /이유태

 

惟公。朝陽彩鳳。荊山美王。穆如春風。皎然秋月。早親有道。已成其德。晩際聖明。欲行其學。我佩之光。我衣之潔。天日重開。河山可雪。摧陷廓淸。伊誰之功。獻可替否。繄公之忠。三朝廿年。進退以禮。眷遇之異。迥出前代。想望之風。聳動一世。大業未究。吾義不 安。還尋遂初。婆娑故山。惟是葵誠。向日長傾。危言一進。朝野大驚。道否一時。名流千載。顧余庸虛。夙托事契。如手如足。如親兄弟。從事師門。于幾年歲。居則共榻。行則聯轡。切磋之力。偏蒙資益。情義之密。至老愈篤。或出或處。或久或速。始雖參差。卒乃同歸。公病在床。余往省之。體力雖憊。精神不衰。把杯嘲謔。歸來閱月。易簀之日。路承凶音。入門驚號。已設衣衿。哀哉哀哉。已而已而。士失宗匠。國無蓍龜。九重震悼。恩典有加。公在九原。奈冥漠何。卽遠有期。親賓畢會。玉色目存。金聲耳在。徹膂之痛。失臂之悲。其誰知之。其 誰知之。惟公不亡。鑑余衷腸。<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