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당집 별집 제9권
◇草廬先生文集卷之二十一
■ 동춘당 송준길(同春堂 宋浚吉, 1606(선조 39)∼1672(현종 13)에 대한 제문
지은이 : 초려 이유태(草廬 李惟泰,1607(선조 40)∼1684(숙종 10)
공은 / 惟公。
조양의 봉황이고 / 朝陽彩鳳。
형산의 미옥으로 / 荊山美玉。
온화하기는 봄바람 같고 / 穆如春風。
깨끗하기는 가을 달 같았지요. / 皎似秋月。
조년에 유도자를 가까이하여 / 早親有道。
이미 그 덕을 이루었고 / 已成其德。
만년에 성군을 만나 / 晩際聖明。
배운 것을 시행하니 / 乃行其學。
나 공의 광명에 감복하고 / 我佩之光。
공의 고결에 의지했지요. / 我衣之潔。
하늘에 태양 다시 밝아 / 天日重開。
산하의 치욕 씻었으니 / 山河可雪。
적을 무찔러 소탕한 것이 / 摧陷廓淸。
그 누구의 공입니까 / 伊誰之功。
헌가체부 한 것은 / 獻可替否。
공의 충성이었지요. / 繄公之忠。
삼조 이십 년 동안 / 三朝卄年。
예로써 진퇴하니 / 進退以禮。
예우의 특별함이 / 眷遇之異。
전에 없이 높았고 / 逈出前代。
지치를 바라는 민심이 / 想望之風。
세상을 진동시켰지요. / 聳動一世。
대업을 이루지 못해 / 大業未究。
나의 의리 불안하다 하여 / 吾義不安。
도로 야인으로 돌아가서 / 還尋遂初。
고향에서 지냈으나 / 婆娑故山。
충성은 변치 않아 / 惟是葵誠。
항상 조정 걱정 했지요 / 向日長傾。
바른말 한 번 올리자 / 危言一進。
조야가 크게 놀랐으니 / 朝野大驚。
도가 당세에는 행해지지 않았으나 / 道否一時。
이름은 천추에 전해지리다. / 名流千載。
용렬한 내가 / 顧余庸虛。
일찍부터 벗이 되어 / 夙托事契。
수족처럼 / 如手如足。
형제처럼 지냈지요. / 如親兄弟。
사문에서 공부하던 / 從事師門。
여러 해 동안 / 于幾年歲。
앉을 때는 자리를 함께하고 / 居則共榻。
다닐 때는 나란히 말을 탓죠 / 行則聯轡。
내가 학문에 힘을 얻은 것은 / 切磋之力。
공의 도움을 받아서지요 / 偏蒙資益。
친밀한 정의 / 情義之密。
늙을수록 더욱 돈독하였고 / 至老愈篤。
어묵과 / 或語或嘿。
구속이 / 或久或速。
처음엔 조금 달랐으나 / 始少參差。
끝에 가선 같았지요. / 卒乃同歸。
공이 병으로 자리에 누웠을 때 / 公病臥床。
내가 가서 살펴보니 / 余往省之。
체력은 쇠했지만 / 體力雖憊。
정신은 또렷하기에 / 精神不衰。
술을 들며 농담까지 하고서 / 把杯嘲謔。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 / 歸來閱月。
서거하던 날에 / 易簀之日。
노상에서 부음 듣고 / 路承凶音。
문 안으로 들어 호곡하니 / 入門驚號。
옷과 이불 펼쳐 있었습니다. / 已設衣衿。
슬프고 슬픕니다. / 哀哉哀哉。
모든 것이 끝나 / 已而已而。
사림은 종장을 잃고 / 士失宗匠。
나라에는 시귀 없어졌구려! / 國無蓍龜。
성상께서 크게 슬퍼하며 / 九重震悼。
은전을 내리지만 / 恩典有加。
공은 구원에 있어 / 公在九原。
알지 못하니 어이하리. / 奈冥漠何。
발인할 날 정해져서 / 卽遠有期。
친한 빈객 모두 모였지요 / 親賓畢會。
옥 같은 얼굴 눈에 남아 있고 / 玉色目存。
아름다운 음성 귀에 남아 있으니 / 金聲耳在。
척골이 부러진 아픔과 / 徹膂之痛。
어깨를 잃은 슬픔을 / 失臂之悲。
그 누가 알고 / 其誰知之。
그 누가 알겠습니까. / 其誰知之。
그러나 공은 죽지 않았으니 / 惟公不亡。
나의 충정 살필 것이오. / 鑑余衷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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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조양(朝陽)의 …… 미옥(美玉) : 조양은 산의 남쪽으로 조정을 상징하고, 봉황은 현자(賢者)를 상징하니, 곧 조정의 현신(賢臣)이었음을 뜻한 말이다. 형산(荊山)은 옛날에 황제(黃帝)가 정(鼎)을 주조했던 산으로 인재를 조성하는 학당을 상징하고, 미옥은 그 학당에서 배출한 뛰어난 인재였음을 상징한 말이다. 《詩經 卷阿》
[주02]나 …… 의지했지요 : 패(佩)는 감패(感佩)이고 의(衣)는 의(依)이니, 그 광명한 덕에 감복하고 그 고결한 인품에 의지했다는 말이다.
[주03]하늘에 …… 씻었으니 : 하늘의 태양은 임금이고 산하는 국가이니, 곧 효종이 즉위하여 병자년(1636, 인조14)에 청(淸)나라에 당한 치욕을 씻기 위해 북벌을 계획했던 일을 이른 듯하다.
[주04]적을 …… 것 : 진부한 문장을 공격해 제거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韓昌黎集 序》 곧 동춘이 은밀히 중론을 물리치고 주청(奏請)해 북벌을 계획하게 한 것을 이른 듯하다.
[주05]헌가체부(獻可替否) : 옳은 정책을 진언하여 옳지 못한 정책을 막는 것이다. 《春秋左氏傳 昭公20年》
[주06]대업(大業)을 …… 하여 : 임금의 예우가 특별하고 백성의 기대가 높았으나, 지치(至治)의 대업을 이루지 못했으면서 그대로 조정에 머무는 것은 나의 의리로 볼 때 마음이 편치 않다고 여겼다는 말이다.
[주07]사람(士林)은 …… 없어졌구려 : 종장(宗匠)은 덕행과 학문이 높아 사림이 존경해 사표(師表)로 삼는 사람이고, 시귀(蓍龜)는 점을 칠 때 사용하는 시초(蓍草)와 귀갑(龜甲)이니, 곧 국가의 어렵고 의심스러운 일을 해결할 능력을 가진 학덕(學德)이 높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주08]공은 …… 어이하리 : 구원(九原)은 황천(黃泉)으로 죽음을 뜻하고, 명막(冥漠)은 저승으로 무지(無知)를 뜻하니, 곧 성은이 내렸으나 이미 죽어 아무것도 모르니 어쩌면 좋겠느냐는 말이다.
[주09]척골(脊骨)이 …… 슬픔 : 벗을 잃은 슬픔이다. 척골과 어깨는 벗을 뜻하는 말이다.
[주10]죽지 않았으니 : 보통 사람들은 죽으면 아무것도 모르지만, 공은 몸은 죽었어도 정신은 죽지 않아 지각할 것이라는 말이다.
정태현(역) ㅣ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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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草廬先生文集卷之二十一/祭文
◇祭同春宋明甫文 癸丑 /이유태
惟公。朝陽彩鳳。荊山美王。穆如春風。皎然秋月。早親有道。已成其德。晩際聖明。欲行其學。我佩之光。我衣之潔。天日重開。河山可雪。摧陷廓淸。伊誰之功。獻可替否。繄公之忠。三朝廿年。進退以禮。眷遇之異。迥出前代。想望之風。聳動一世。大業未究。吾義不 安。還尋遂初。婆娑故山。惟是葵誠。向日長傾。危言一進。朝野大驚。道否一時。名流千載。顧余庸虛。夙托事契。如手如足。如親兄弟。從事師門。于幾年歲。居則共榻。行則聯轡。切磋之力。偏蒙資益。情義之密。至老愈篤。或出或處。或久或速。始雖參差。卒乃同歸。公病在床。余往省之。體力雖憊。精神不衰。把杯嘲謔。歸來閱月。易簀之日。路承凶音。入門驚號。已設衣衿。哀哉哀哉。已而已而。士失宗匠。國無蓍龜。九重震悼。恩典有加。公在九原。奈冥漠何。卽遠有期。親賓畢會。玉色目存。金聲耳在。徹膂之痛。失臂之悲。其誰知之。其 誰知之。惟公不亡。鑑余衷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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