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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윤(趙錫胤)과 이경억(李慶億) 등의 석방을 청하는 차자.

야촌(1) 2011. 7. 3. 15:49

잠곡유고 제5권/조선 후기의 문신인 김육(金堉 : 1580년(선조 13)∼1658년(효종 9)의 시문집

 

조석윤(趙錫胤)과 이경억(李慶億) 등의 석방을 청하는 차자.

 

신묘년(1651) 11월 5일 삼가 신이 시원(試院)으로 들어가던 날, 조석윤과 이경억을 찬축하라는 명이 있자 정원과 삼사(三司)의 여러 신하들이 진달하여 용서해 주기를 청하였는데, 전하께서 윤허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신이 삼가 생각건대, 전하께서 죄를 주고자 하는 것은 조정의 사체(事體)를 위해서이고, 여러 신하들이 간쟁하는 것은 임금의 거조가 혹 잘못될까 염려해서입니다. 간쟁한 것이 비록 절실하였지만 성상께서는 위엄을 거두지 않았는바, 신은 홀로 걱정스러워서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원에 몸이 매여 있어서 안팎이 격절되었으므로 간담을 피력하여 논열하지 못하였습니다.

조석윤은 신의 옛 친구 아들입니다. 신은 그가 효성스럽고 우애로운 행실이 있고 문학의 재주가 있는 것을 사랑하여, 나이 차이가 서로 많이 났으나 어려서부터 나이 어린 벗으로 허여하였습니다. 다만 그는 성품이 꽉 막히고 자긍심이 지나친 것이 병통입니다.

 

이에 신이 일찍이 이조 판서 임담(林墰)에게 이르기를, “조석윤을 대관(臺官)의 망에 주의(注擬)하지 말라. 그 사람은 매번 사단을 일으켜서, 정사(呈辭)와 피혐(避嫌)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도 하고야 말 것이다. 그리하여 걸핏하면 며칠 동안 사국(史局)에 나오지 않아 막중한 일을 점점 지연시킬까 몹시 염려된다.”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임담은 필시 신의 말을 범연히 한 말이라고 여기고서, 신의 우려가 몹시 간절한 것임은 헤아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조석윤이 의율(擬律)을 잘못한 것은, 아마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한 데서 나왔을 것입니다.

 

그의 생각에는 ‘수령은 친히 감독하여 점검하는 자이고, 감사(監司)는 앉아 있으면서 지휘만 하는 자이다. 다리[橋]가 무너지고 횃불이 꺼진 것을 사죄(私罪)로 논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이는 실로 삼군(三軍)이 패하면 죄가 원수(元帥)에게 있다는 것을 모른 것입니다.

 

수령이 이미 도배(徒配)되었으니, 감사가 어떻게 홀로 죄를 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가 의율을 잘못한 죄는 참으로 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즉시 다른 동료 관원들과 같은 죄를 줄 것을 명하였다면 그만입니다. 전하께서 당초에는 그들과 함께 가두지 않았고, 또 그의 소장(疏章)을 신들에게 내렸습니다. 이것은 전하께서 본디 조석윤을 죄줄 마음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경억의 망녕된 말로 인하여 죄줄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이로 인해 노여움을 옮기지 않으시는 성상의 덕에 허물이 있게 되었음을 어찌 다 진달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이경억은 나이 젊고 재주 있는 신하로서 쓸 만하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많았으므로, 제주(濟州)에 어사(御史)를 보낼 때 신이 천거하였습니다. 그가 복명(復命)하면서 제주도의 일을 논한 것이 모두 사리에 알맞기에 신이 몹시 칭찬하였으며, 회계(回啓)할 때에도 그의 말을 따라 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처럼 크게 잘못을 일으킬 줄을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조석윤에 대해 어찌 감히 파직하지 말고 명을 환수하라는 말씀을 드리며, 이미 마감한 박서(朴遾)의 일에 대해 또 어찌 감히 몇 달이 지난 뒤에 소급해 논한단 말입니까. 중신(重臣)을 출척(黜陟)하는 것을 오로지 자신의 마음대로 하여 동료들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지레 먼저 혼자서 아뢰었습니다.

 

그 죄가 아주 중하여 그런 조짐을 자라나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그러나 관직이 대관(臺官)인데 말로 인해 죄를 받았습니다. 사방에서 이 말을 듣고는 의논이 분분합니다. 사방 사람들이 어찌 능히 그 실상이 이와 같다는 것을 알겠습니까. 더구나 죄가 종사(宗社)에 관계된 뒤에야 안치(安置)하는 율을 시행하는 법입니다.

 

연소한자가 망녕 되게 저지른 죄는 다스리지 않는 것으로 다스리는 것이 옳습니다. 어찌 갑자기 중한 율을 적용해서야 되겠습니까.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후로 일찍이 이와 같이 지나친 거조가 없었습니다. 신이 깊이 걱정하는 것이 어찌 유독 두 신하만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겠습니까.

 

임금은 공의(公議)에서 시비를 헤아려야지 그 사이에 기뻐하고 화냄을 사사로이 하여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하늘이 만물을 봄에 생육시키고 가을에 죽이는 것과 같이 순리대로 한 다음에야 인심이 순종하고 천심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매번 당파를 비호한다는 것으로 여러 신하들을 의심하고 계시는데, 신들은 진실로 그 죄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두 신하를 내쫓는 것에 대해서는 안으로는 정원과 삼사, 밖으로는 공경과 대부, 아래로는 시골 선비나 일반 백성들이 모두들 지나친 거조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론이 어떻다는 것을 단연코 알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어찌 당파를 비호하는 데에서 나온 것이겠습니까. 전하께서 이미 죄명을 들어 배척하였으니, 벌을 이미 시행한 것입니다. 그들의 정상을 살펴서 용서해 주시면 허물을 고칠 것입니다. 일식과 월식이 그치면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우러러보는 법입니다. 천지가 보살피매 만물이 모두 자라납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속히 성명(成命)을 거두시고 공론을 따르소서!.


신이 총재관의 직임을 맡고 있으면서 조석윤으로 하여금 실록을 찬술하는 일에 전념하지 못하게 하였고, 비국(備局)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이경억으로 하여금 날카로운 기운만 자라나게 하였는바, 두 신하가 죄를 얻은 것은 모두 신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이로 인해서 성상의 마음이 편치 못하고 조정이 두려워하고 있으니, 황공스럽고 민망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죄의 근본 뿌리를 다스리소서. 그리하여 먼저 신을 파직하여 선산(先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하여 조정을 맑게 하고 남은 목숨을 보존하게 하소서. 신은 눈물을 흘리면서 간절히 기원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