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고사성어

서산대사의 시비에 있는글

야촌(1) 2011. 4. 9. 17:45

■서산대사의 시비에 있는 글

 

이 보게 친구 !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生也一片浮雲起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死也一片浮雲滅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浮雲自體本無實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生死去來亦如然

 

천(千) 가지 만(萬)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위의 한점의 눈(雪)이로다

논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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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시던, 서산대사 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전 위와 같은 시(詩)를 읊으시고,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하셨다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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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정(休靜-520 ~1604.1.23)

 

본관 완산(完山). 속성 최(崔). 자 현응(玄應). 호 청허(淸虛)· 서산(西山). 속명 여신(汝信). 안주(安州) 출생. 1534년(중종 29) 진사시(進士試)에 낙방하자 지리산(智異山)에 입산, 숭인(崇仁) 문하에서 승려가 되어 《전등록(傳燈錄)》과 《화엄경(華嚴經)》 《법화경(法華經)》 등을 배웠다. 그 후 일선(一禪)에게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영관(靈觀)의 법을 계승하였다.

 

1552년(명종 7) 승과(僧科)에 급제, 대선(大選)·중덕(中德)을 거쳐 교종판사(敎宗判事)·선종판사(禪宗判事)를 겸임했으며, 보우(普雨)를 이어 봉은사(奉恩寺) 주지가 되었다. 1556년 요승 무업(無業)의 무고로 정여립(鄭汝立)의 역모에 연루되었다 하여 투옥되었다가 곧 풀려났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73세의 노구로 왕명에 따라 팔도십육종도총섭(八道十六宗都摠攝)이 되어 승병(僧兵) 1,500명을 모집, 명나라 군대와 합세, 한양 수복에 공을 세웠다. 이 공로로 국일도대선사선교도총섭 부종수교보제등계존자(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尊者)가 되었으나 1594년 유정(惟政)에게 승병을 맡기고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서 여생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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