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벽오 이시발선생

벽오 부인의 덕수이씨 제문(碧梧婦人의 德水李氏 祭文)

야촌(1) 2009. 12. 3. 01:30

碧梧先生遺稿卷之五

 

■ 벽오 부인 덕수이씨 제문(碧梧婦人 德水李氏 祭文)

 

지은이 : 이시발(李時發)

 

기유년(1609년, 광해군 1) 7월 13일(壬辰)에, 

영 옹(潁翁)은 측실 이 낭자(李 娘子)의 영전(靈前)에 제사 지냅니다.

아! 자네는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는가?

 

한 번은 내가 

“자네가 나보다 열여섯 살이나 어리니, 나보다 뒤에 죽을 테지”라고 했더니 

자네는 “제가 먼저 죽고 싶습니다”라고 하였네.

 

아! 그런데 지금 자네는 그 바람대로 나보다 먼저 갔네 그려!

인간의 수명은 정해진 운명이 있어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네에 대해서만은 그 사실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겠네, 

이제 말을 하자니, 먼저 기가 막히네 그려....

 

아! 지난날 후사(後嗣)를 이어 줄 사람을 구하다가 자네의 성품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의 반년을 애태워 자네 부모님께 겨우 승낙을 받았네. 

정인이 된 뒤, 자네의 행실을 보니, 

과연 총명하고 영특한 재주와 단정하고 정숙한 자질이 보통 규수에 비할 바가 아니었네.

 

부모를 공경하고 지아비에게 정성을 다하며 형제간에 우애 있는 것은 

모두 다 천성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네.

그밖에 문사(文史)에 해박한 것, 

거문고와 바둑에 능한 것, 

자수나 서화에 뛰어난 것들은 

여사(餘事=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라 할 수 있었지!

 

그러니 내가 자네에게 각별한 정을 쏟은 것은 그 훌륭한 재색 때문만은 아니었다네.

자네가 우리 집으로 들어온 뒤에, 나는 곧바로 지방관으로 나가게 되었네, 

성주에서 경주로 달성에서 함경(咸鏡)으로, 다시 또 평양으로 지금까지 11년째 옮겨 다니며 살고 있네.

 

자네는 늘 나를 따라다니며 타향살이를 했지만, 우리는 밥상 한번 제대로 마주 대하지 못했네. 

그러나 자네가 아직 젊고, 나도 아직 늙지는 않았기에 언젠가는 함께 살 수 있으리라 여겼네.

 

그러니 자네가 지금 타향에서 요절하여 한집에서 함께 살고 싶은 바람을 

저버릴 줄,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자네가 아이를 낳던 날 저녁, 마침 자네 아비의 부고가 이르렀네, 

나는 효성이 지극한 자네가 몹시 슬퍼하다 몸을 해칠까 봐, 병이 나은 뒤에 알려 주려고 했는데, 

자네가 결국 아비가 죽은 줄도 모른 채, 죽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네.

 

자네가 많이 아플 때, 마침 사신이 국경에 와있어 

나는 그들을 접대하느라 분주해 자네를 돌볼 수 없는 것이 매우 한스러웠네, 

그러니 국경 밖에서 그들을 수행하고 있을 때야 말해 뭐 하겠는가!?

 

자네는 나를 만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도 자네의 병이 나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네,

 

자네는 나를 말없이 쳐다보며 눈물 흘리다, 

내 손을 잡고 “다시는 못 뵙겠지요?”라고 하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네,

 

나도 자네가 동요하여 병이 더 악화될까봐 속으로는 그지없이 슬퍼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위로의 말로 이별을 고하고 훌쩍 떠났다네,

 

아! 천지신명도 그날의 슬픔을 안다면 참담해 했을 것이네.

자네는 내가 떠난 지 3일 만에 결국 숨을 거두고(己酉 1609년 음력 6월 1일) 말았네, 

부고가 도착하던 날, 나는 서쪽으로 가던 중이었네,

 

그래서 자네가 눈감는 것도 못 보고, 

영결(永訣=임종)하는 말도 듣지 못했으며, 시신을 어루만져 주지도 못했네.

 

모든 장례절차를 자네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손에 맡기고 말았으니. 

이 어찌 자네가 평소에 바라거나 짐작하던 일이겠는가?

 

이 일은 내 평생 한이 되어 아마도 풀어질 날이 없을듯하네.

아! 해(海)가 몇 달째 앓고 있어, 자네는 그 아이가 죽을까만 염려했지,

 

자네가 해(海)보다 먼저 죽고 해마저 자네 뒤를 따라 죽을줄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자네 아비와 자네, 그리고 자식 3대가 두 달 사이에 모두 죽었으니, 

하늘은 어찌 이렇게 혹독한 화를 내린단 말인가!

 

나는 자네가 죽고, 열 이틀이 지나서야(음력 6월 13일) 의주에서 돌아왔네, 

황량하게 모자의 빈소가 마주하고 있는 걸 보니 간담이 찢어질 듯 애통했다네, 

 

저 무심한 하늘이여, 이 슬픔이 언제나 가실는지~~~^

내가 서쪽으로 떠날 때, 자네는 내게 언제 오느냐고 물었네,

 

나는 약속대로 돌아왔는데 자네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전에는 내가 밖에서 돌아오면 자네는 문 앞에서 웃으며 맞아주었는데, 

지금 내가 돌아왔는데도 자네는 왜 이렇게 싸늘하게 누워만 잇단 말인가.

 

아! 자네의 관을 고향으로 보내, 새로 잡은 장지에 묻고, 

훗날 나도 함께 묻혀 평소 자네의 소원을 저버리지 않을 생각이네. 

그러나 과연 생각대로 될는지~~~^

 

또 하인들을 시켜 자네 무덤을 지키게 하고 3년 동안 향불이 꺼지지 않게 해주려 하는데, 자네는 아는지 모르겠네,

새로 태어난 아이의 생사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달(達=慶忠을 말함)이와 민(敏=慶善을 말함)이 두 아이는 이제 어느 정도 자랐다네,

 

자네가 살아있을 때보다 그 아이들을 더 잘 기르고 가르치겠네.

그 아이들이 장성하면 자네 제사를 맡길 것이니 

자네도 지하에 서나마 묵묵히 도와주어 아이들이 자네처럼 일찍 죽지 않게 해 주면 고맙겠네.

 

아! 이제 다 끝났네 그려, 

자네의 그 낭랑한 목소리도 더는 들을 수 없고 

아름다운 모습도 다시는 볼 수가 없네 그려!,

그런데도 말소리는 아직 귀에 쟁쟁하고 

얼굴도 눈앞에 선하다네.

 

아! 내게 귀가 있고 눈이 있는 한,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제 자네를 만날 가망이라곤 꿈에서밖에 없는데 

자네가 죽은 뒤로는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네.

 

아! 자네는 어쩌면 그리도 무정하단 말인가? 

영혼이 갈 곳을 모른 채, 떠도느라 그런 건 아닌지~~~^

 

아! 10년간의 우리 행복은 눈 깜짝할 사이였는데, 

사별의 슬픔은 끝이 없네 그려!,

 

행복한 순간은 어찌 이리도 짧고, -----

슬픔은 어찌 이리도 길 단 말인가!?

 

지하에서 만난다는 옛말도 있으니 그 말이 사실이라면 

조만간 우리가 다시 만나지 않겠는가?

 

내생에 다시 태어난다는 말도 있으니, 

우리 인연이 아직 다하지 않았다면 다시 맺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럴 리는 없으니, 목 놓아 울며 길이 탄식할밖에~~~^

 

[국역]

유미림, 김여진, 이승원.

------------------------------------------------------------------------------------------------------------------------------------

[原文]

 

維萬曆三十七年歲次己酉七月庚辰朔十三日壬辰。穎翁祭于亡側室李娘子之靈。嗚呼。汝其棄我而何之。我嘗謂汝曰。汝年少我十六歲。汝之死當後我。汝必曰。我願先死。嗚呼。汝今先我而死歟。死生修端。有命有數。余固知無奈何於此而抑之。余情有不忍於汝者。今欲有言。氣已先塞。嗚呼。昔余之求嗣卜姓也。聞汝有美質。寤寐反側殆半歲焉。果得汝之爺孃許汝歸我。自定情以來。觀汝志行。其聰明穎悟之才。端靜淸淑之資。果非尋常閨秀之比。所以愛敬于親。盡誠于所夫。友于兄弟者。無非得於天性。而至其博文史。精琴棋。工刺繡。解書畫。乃其餘事之能。余之情鍾特甚者。豈徒爲才色之美而已。自汝登吾門。余卽祗役于外。星而慶達而咸。今又於箕。凡十一年于茲矣。汝常隨余。同我旅食。未嘗與汝一日共一鍋同一瓢者。良以此也。然汝年尙少。余齒未嘗晩節。契闊謂有其日。豈謂今日夭歿於殊鄕。而終乖居室之願耶。當汝分娩之夕。汝之家君凶訃適至。余知汝之誠孝極天。必至哀毀傷生。故擬待汝之起疾而傳之。豈謂汝竟不知汝父之死而身亦死耶。汝方疾亟。詔使臨境。奔走應接之際。已覺其不尃於救視。深以爲恨。況當出疆。義在隨行。汝旣知余行之不可挽。余亦知汝病之將不救。汝乃脈脈相看。垂淚執于連呼曰。哀哀不得再相見也。更不暇出一辭。余亦恐汝之心動益傷。中抱無窮之慟。而外爲慰解之言。翩然告別而去。嗚呼。此日之慟。天地鬼神知之。亦不勝其慘怛矣。余行三日。汝果不救。汝訃到日。余猶西邁。旣不得見其暝。又不得聞其訣。又不得撫其屍。初終凡事。皆付於汝所不知人之手。嗚呼。此豈汝平日之所願。亦豈汝平生之所料哉。一生至慟。長結於此。而恐無可解之日也。嗚呼。海兒之疾。沈痼數月。汝嘗慮此兒之死。豈意汝之死先于海。而海之死又相隨耶。以汝言之。則父己子三世俱歿於兩月之間。天之降酷禍。一至於此耶。汝亡十二日之後。余始返自龍灣。荒涼旅殯。母子相對。嗚呼此慟。肝膽欲裂。彼蒼者天。曷其有極。余之西行。汝問回期。我今及期而返。已何之汝。昔余之自外而歸。汝必迎門而笑。今我之歸。汝何頹然若此。嗚呼。吾將歸汝櫬於湖鄕。埋汝骨於新卜之阡。仍爲余後日同歸之地。庶不負汝之素願。其果能如計耶。且當使汝婢僕。守汝之塡。使三年香火不絶。汝其知耶不知耶。新生之兒。生死未可卜。而達敏兩兒。今已稍長。我當撫養愛育。有加於汝在之時。冀其長成。使汝祀事有托。汝亦默佑於冥司。無令夭歿如汝則幸矣。嗚呼已矣。琅琅之音琅琅之音。今不可復聞。宛宛之容。今不可復見。而言猶在耳。顏猶在目。嗚呼。有此耳此目。之何時可忘也。今猶有望於一見者。只是夜夢之間。而自汝之亡。迨未一相接。嗚呼。汝豈獨無情一至於此。想其神魂飄蕩。杳莫知其所之耶。嗚呼。十年之懽愛。曾不能以一瞬。而死別之悲。長爲百年之慟。懽何其短。慟何其長。嗚呼。地下相從。古有斯說。倘或不誣。早晩有再見之地耶。更卜他生。人亦有言。未了之緣。抑有再結之期耶。嗚呼。必無此理。一聲長慟。慟言有終而情不可極。嗚呼慟哉。

--------------------------------------------------------------------------------------------------------------------------------------

[原題]

 

又祭側臨履齋李公行狀文-發引時

 

嗚呼哀哉。汝死之日。奄已四旬。箕非吾土。宅將圖眞。鄕關千里。子母雙輀。汝歸我留。自此長辭。人間地下。更見何日。一杯酹汝。五內如裂。嗚呼慟哉。尙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