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법(교과서의 내용과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절하기
왕은 나라 안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다. 그것을 지존(至尊)이라 했다. 왕이 행하는 모습이 백성과 달라야 했고, 백성이 왕의 지존을 취하면 역적이 되었다. 왕이 지존이므로 왕실법도가 있었고, 왕실법도를 지키기 위해 백성법도가 따로 있었다.
해서, 왕실 말(王室言語)이 있었고, 백성 말(百姓言語)이 따로 있게 되었다. 또한 왕실혼례와 백성혼례가 따로 있게 되었으며, 왕실절하기와 백성절하기가 따로 있었다.
왕에게 올리는 절하기는 신하가 두 손을 가슴까지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읍(揖)을 먼저 하고, 허리를 굽혀서 꿇어 엎드려 손을 앞으로 내밀고 고개를 숙이는 배(拜)를 하고, 반쯤 일어나서 다시 꿇어앉는다.
절을 할 때 두 손이 들입자(入字) 모양이 되도록 하는데 좌우 둘째손가락이 서로 맞닿도록 한다. 포개면 안 된다. 양수입자형배(兩手入字型拜)라 한다.
왕실절하기는 선읍후배(先揖後拜)다. 그런데 지금은 왕이 없으니 읍도 없어져야 하나 혼례 때 신랑이 신부에게 절을 할 때는 선읍후배를 한다. 두 손을 바닥에 짚고 머리를 숙여 절하는 것이 복배다. 혼례에서 신랑절이 복배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절을 할 때는 읍이 없으며, 남녀 모두 한 번 절을 한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절을 할 때 지난날 왕에게 올렸던 절하기를 하면 안 된다. 서서 두 손을 가슴까지 올렸다가 손을 내리고 허리를 굽히는 절하기가 왕에게 올리는 신하절(臣下拜)이다. 그런데 요즈음 도덕교과서는 신하절을 남자절(男子拜)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여자가 절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그 하나가 평절이고, 다른 하나가 큰절이다. 여기서 사용된 평(平)이라는 글자는 ‘쉬울 평’ 자다. 쉽게 하는 절, 편하게 하는 절을 평절이라 한다. 두 손 끝을 양쪽으로 내려서 세운 채로 땅바닥에 닿게 하고, 오른쪽 다리는 세우고 왼쪽 다리는 굽히고 머리를 숙여 절하는 것이 평절이다.
큰절은 두 손 끝을 맞닿도록 하여 이마에 올리고 땅바닥에 앉아 두 다리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고서 허리를 굽혀서 머리를 숙이는 절하기다. 여자의 절하기는 생과 사로 나뉘어 지는데, 산 사람에게는 평절을 하고 상례와 제례 때에는 큰절을 한다.
그러나 두 가지 예외가 있다. 혼인대례 때 신랑을 보고 큰절을 하고, 시집가서 며느리 자격으로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처음 뵙게 되는 때에 큰절을 한 번 한다. 그 뒤부터는 시부모에게도 평절을 한다.
큰절을 할 때 다리를 남자처럼 해서 절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이다. 옷차림이 절하기에 맞지 않은 짧은 치마를 입기 때문이다. 큰절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옷차림도 챙기지 못한다면 곤란하다.
●어버이에게 절하기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직계라 한다. 직계(直系)는 유전인자가 일직(一直)으로 전하는데 격세유전(隔世遺傳)이 더 많다. 형제 사이를 방계(傍系)라 하는데 가지로 벌어져 2촌으로 된다. 그 아들에게는 3촌이 된다. 직계는 1대, 2대, 3대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1세, 2세, 3세로 내려온다. 직계는 죽으면 부군신위(府君神位)로 써서 제사를 지낸다.
살아 계신 직계 윗대와 어버이에게 절하기는 ‘정강이 절하기’, ‘손바닥 절하기’가 있다. 하늘이 보이면 ‘정강이 절’을 하고, 집안에서는 ‘손바닥 절’을 한다. ‘정강이절‘은 두 손끝이 정강이에 오도록 허리를 굽혀 하는 절이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두 손을 앞으로 내어 밀어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짚고 머리를 아래로 수그렸다가 일어나서, 어버이 앞으로 다가가 꿇어앉는 것이 ‘손바닥 절하기‘다.
직계 어른에게는 문밖에서 절을 한다. 서서 허리를 굽혀서 꿇어앉고 두 손을 앞으로 내어 들입자(入字) 모양으로 절을 한다. 좌우 둘째손가락이 서로 맞닿게 한다. 반쯤 일어나서 또 꿇어앉는다. 손은 포개면 안 된다. 왕실절하기와 같다. 자식이 집 밖에서 자고 오면 집안에 들어와서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반드시 절을 해야 된다.
그러나 방계 어른에게 절하기는 직계와 다르다. 좌우 둘째손가락 사이에 거리가 있도록 하여 손을 팔자모양(八字型)으로 내밀고 절을 한다. 아버지 형제에게는 좌우 두 손가락 사이 거리가 3cm 쯤으로 된다. 이것을 두고 양수팔자형배(兩手八字型拜)라 한다.
학생이 스승에게 올리는 절하기는 좌우 둘째손가락 사이 거리를 5cm 쯤으로 한다. 종질이 5촌에게 올리는 절하기는 좌우 둘째손가락 사이 거리를 7cm 쯤으로 한다. 서로 비슷한 나이 사람들 끼리 절하기는 좌우 둘째손가락 사이 거리를 30cm 쯤으로 한다. 절하기에서 좌우 둘째손가락 사이 거리는 공경을 나타내는 잣대로 된다.
벗들 사이에 하는 손바닥 절은 여덟 팔(八) 자가 벌어져 내 천(川) 자 모양이며 머리를 바닥으로 수그리지 않고, 서로 마주 보면서 말을 한다. 그러나 직계와 어버이에게 절하는 동안은 절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반면, 살아 있는 사람이지만 몸이 아파 누워 있는 사람에게는 절을 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에게 절하기
제사를 모시는 절하기는 산 사람에게 하는 절하기와 조금 다르다. 생사유별이다. 슬픈 제사인 기제사 때에는 ‘손바닥 절하기‘에서 두 손이 포개어 지는데 왼손이 오른손 위에 놓이게 된다. 슬프지 아니한 명절제사 때에는 오른손이 왼손 위에 놓이게 된다.
제사 때 남자는 절을 하고 난 후에 ‘읍‘을 한다. 이런 절하기를 ‘선배후읍‘ 이라 한다. 제사를 모시는 절하기는 남자는 두 번, 여자는 네 번을 한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는 절하는 시간에 차이가 있다. 해서 남녀 모두 두 번 해도 된다.
그런데 요즈음은 세배를 드릴 때 제사 절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손을 포개야 하는데 남자와 여자가 손이 포개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 사람에게는 손을 포개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음식을 차려 놓고 절을 하면 제사절이다. 그런데 예식장 폐백실에서 어른들은 제사절을 받기도 한다. 혼인 당일에는 신랑신부만 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 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혼례 날에는 누구에게도 절을 하지 않는다. ‘현구고레’는 신혼여행 후 시어른 뵙기를 말하므로 혼인 당일 날 폐백실에서 절을 받지 않아도 된다. 폐백이란 절차는 불필요하다.
●설날 세배
평상시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부, 조카들이 올리는 절하기를 받을 때는 어른은 두루마기를 입지 아니한다. 그러나 설날 세배는 꼭 두루마기를 입고 절을 받아야 한다. 두루마기가 없다면 단정한 복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설날 아침에 어른에게 세배를 올린 뒤에 제사를 지내야 바른 집(正家)으로 된다. 설날 아침에 어른에게 올리는 절을 세배(歲拜)라 한다. 과세조, 자손상배우조부모(過歲朝, 子孫上拜于祖父母)라는 말을 줄인 말이다. 정월 초하루가 설날이다. 우리 겨례 최대의 명절이다. 양력은 1월이 되고, 음력은 정월(正月)이다.
설날 아침, 옛 어른은 닭이 울면 일어나 먼저 세수를 했다. 두루마기를 입고 방에서 세배를 받으려고 기다린다. 아내가 오른쪽에 앉고 남편이 왼쪽에 앉는다. 살았을 때는 ‘남좌녀우(男左女右)’, 죽었을 때는 ‘남우여좌(男右女左)’로 된다.
자식이 여럿이면 세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자식들은 옷을 차려 입고 방문밖에서 기다렸다 차례로 절을 한다. 맏아들이 절을 하고 방안으로 들어와서 아비가 앉아 있는 쪽에 선다. 둘째아들이 절을 하고 맏형 곁에 선다. 끝아들이 절을 하고 중형 곁에 선다.
다음에는 맏며느리가 문밖에서 절을 한다. 여자가 하는 세배는 큰절이 아니라 평절을 해야 한다. 맏며느리는 시안어른이 앉아있는 쪽에 선다. 둘째며느리가 절을 하고 맏동서 곁에 선다. 끝며느리가 절을 하고 둘째동서 곁에 선다.
다음에는 손자와 손녀가 세배를 한다. 나이 차례로 한다. 맏손녀가 나이가 많으면 맏손녀가 먼저 세배를 드린다. 문밖에서 절을 하고 숙모 곁에 선다. 다음이 맏손자면 절을 하고 숙부 곁에 선다. 다음부터 차례로 절을 하고, 줄을 선다. 세배례가 반쯤 끝이 난다.
어른이 말하기를 “모두 자리에 앉거라.”, “올해는 바라는 일이 모두 잘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안어른은 “누구와 누구는 하는 일이 잘될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덕담이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세배를 올리면서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옛 어른은 세배를 드리면서 말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어른에게 이러라 저러라고 말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며, 어른에게 바라는 일은 속으로 새겨야 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방 세 곳에서 각각 자식이 부모에게 세배를 올린다. 자기 부모에게 세배를 올리는 것도 역시 따로따로 각각 혼자 한다. 반면, 자기 집 세배는 줄서기를 할 필요가 없다. 문밖에서 각각 따로따로 절하고 어른 앞에 꿇어앉으면 된다.
자기 집 세배를 마치면 조카와 질녀가 아버지 형제 내외에게 가서 따로따로 혼자 세배를 올린다. 어린시절에는 문밖에서 하고, 장가들거나 시집가거든 방안에서 절을 한다. 직계는 문외배(門外拜)를 하고, 방계는 문내배(門內拜)를 한다. 직계는 죽으면 부군(府君)으로 되고, 방계는 죽으면 공(公)으로 되는 이치에 따른 것이다.
백부, 중부, 숙부가 있으면 설날 세배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는데 운세가 좋은 집이라 한다. 자손이 많다는 것은 남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베풀었기 때문이다. 좋은 닐을 많이 하면 자손이 많아진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다.
설날 세배를 자손들이 모두 함께 하는 것을 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주 잘못이다. 손자, 손녀, 아들, 딸이 어른에게 절을 하면 어른은 “오냐”하고 해야 한다.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어른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 답례라고 생각하지만 틀렸다. 형제간 절이 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세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역시, 틀렸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살아서도 절이 없고, 죽어서도 절이 없다. 혼례 때에만 절을 한다.
●설날 제사
‘명절제사’라는 말을 줄이면 ‘절사(節祀)’다. ‘茶’는 자팬말로 ‘차’다. 그런데 ‘절사’라는 말이 ‘차례’로 둔갑이 되었다. 차례를 지내려면 차나 한 잔 놓고 절하면 된다. 제사의 종류를 모르면 차례를 지내게 된다. 기제사는 슬픈 제사이고, 설날에 지내는 제사는 슬프지 않은 제사다. ‘제사’라는 말이 싫다 하여 ‘차례’를 지낼 수는 없는 것이다. ‘설날제사’, ‘설제사’다.
설날에도 산 사람이 먼저이기 세배를 올리고 제사를 지낸다. 정성 드려 만든 음식을 돌아가신 어른들에게 드리도록 차리는 일이 ‘진설’이다. 기일제사에 밥을 올렸으니 설날제사에는 떡국을 올리고, 추석절사에는 송편을 올린다. 명절제사는 무축 일헌(한 잔)이다. 기일제사와 달라야하기 때문이다. 아침 아홉시쯤 시작하여 늦어도 오전에 마쳐야 한다.
설날에 세배 드리기가 절사를 모시는 것보다 중요하다. 세배 드리기를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 하지만 절사 모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세배를 올리는데 돈이 들지 않지만, 절사를 모시는 데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형편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절사다.
명절은 어른에게 인사를 하고, 쉬는 날이다. 그런데 명절제사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간다. 조상의 묘소에 음식을 차려 놓고 또 절을 한다. 하루에 두 번 제사를 모시는 셈이다. 예로부터 없던 일을 만들어 교통이 복잡하다.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 풍습이라 한다.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후손이 조상을 섬기는데 있어 살아계시는 어버이에게 세배 드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기일제사가 그 다음이고, 가벼이 할 수 있는 것이 명절제사다. 물론, 며느리가 병이 들어 목숨이 위태로우면 기일제사나 명절제사를 지내지 못한다.
‘생 과 사’에서 ‘산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분 제사모시기 보다 살아계신 어버이 모시가 우선이다.\
왕에게는 선읍후배, 혼례 때는 선읍후배를 한다.
세배는 남자는 읍이 없는 손바닥절이고, 여자는 평절을 한다.
기제사 때 남자는 선배후읍이며, 왼손이 위, 여자는 큰절을 한다.
명절제사 때 남자는 선배후읍이며, 오른손이 위이고, 여자는 큰절을 한다.
공수법(절 하는 법) / 전통 전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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