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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는 새로운 시작 - 이재정

야촌(1) 2007. 12. 10. 20:12

[기고]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새로운 시작 / 이재정

한겨레 ㅣ 등록 : 2007.12.05. 18:36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남북 분단 세월이 두 세대를 훌쩍 넘었다. 강산이 여섯번도 더 변했다. 

분단은 우리네 삶을 규정하고 제한해 왔을뿐만 아니라 우리 겨레에게 많은 희생과 상처를 남겼다. 

 

분단 고통 중에서도 가장 가혹한 것이 바로 이산의 아픔이다. 

그러기에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은 어느 정권에서나, 남이나 북이나 최우선 과제였다.

 

1971년 남북대화 물꼬를 연 것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 사이 접촉이었다. 

하지만 첫 상봉이 있기까지 14년을 기다려야 했고, 첫 만남 이후 다음 만남까지 15년을 또 기다려야 했다. 

 

이산가족 문제는 그런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긴 기다림 끝에 7일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 사무소가 드디어 문을 연다. 2003년 11월6일 남북이 면회소 건설에 합의한지 4년1개월 만의 일이다. 이산가족 면회소 완공도 눈앞에 다가왔다. 

 

내년 봄이면 더 넓고 더 편리한 시설에서 연중 어느 때나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이재정 통일부 장관한꺼번에 1천명이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규모다.

이제 더는 장소 때문에 상봉 규모를 제한하거나 추위 때문에 만남의 시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처럼 제대로 된 만남의 공간이 마련되기까지 반세기를 넘게 기다렸다.

기다림의 시간만큼이나 참으로 가슴 벅차고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산가족 문제는 과거의 상처이지만, 현재의 아픔이고 미래의 멍에다.

과거의 상처가 아프다고 과거만 바라보고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가 중요하다고 하여 모른 체 지나갈 수도 없는게 과거다. 미래를 열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매듭이다.

지난달 말에 열린 제9차 적십자회담에서 남북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상봉 규모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대면 상봉 500가족, 화상 상봉 160가족, 영상편지 120가족 등 연간 800가족의 상봉에 합의했다.

상봉 사상 연간 최대 규모다. 상봉의 정례화를 통해 ‘2007 남북 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상시 상봉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산가족들의 바람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이산가족 대부분이 예순을 넘었다. 지금도 한 해에 3천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생사를 달리하고 있다.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이산가족의 만남을 확대하고 서둘러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산가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기에 남쪽의 의사와 희망만 가지고는 어쩔 수 없고 북의 현실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이산가족 면회사무소의 준공은 단순히 사무소 문을 여는 것이 아니다.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여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기 위한 통합의 문을 여는 것이다.

 

이제 내년부터는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산가족들이 상봉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된다.

그곳에서 정말 꿈에도 보고 싶었던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를 부둥켜안고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길고도 깊었던 이산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번 면회사무소 준공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진력할 것이다.

이번 면회사무소 준공을 계기로 분단과 전쟁이 남긴 아픈 상처를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함으로써 남북이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이루고, 이땅에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