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전통예절

부고(訃告)에서 소외된 사람들.

야촌(1) 2006. 11. 5. 23:12

캐나다 신문에 난 부고 기사를 하나 옮겨 봅니다.

 

SCHADEN, Erwin. 1928-2006. Mr. Erwin Schaden, passed away on September 30, 2006, at the Lasalle Hospital. Beloved husband of Berta, father of Erwin, Klaudia, Erika and Lorraine, grandfather to Joseph, Rachel, Susan, Stephanie-Rachel, Jonathan, Stephanie and Melissa. Great-grandfather to Sarah, Gabriel, Kate Piper, Zackery, Samuel, Zoe and Carson. He will also be missed by many relatives and friends. Family will receive relatives and friends at 1025 St. Laurent West, Longueuil Funeral will be held at the Good Shepherd Catholic Church, 7900 Naples in Brossard at 10:30 a.m. on Wednesday, October 4, 2006. Visiting hours: Tuesday, October 3 from 2 to 5 and 7 to 10 p.m., and Wednesday as of 9:30 a.m. In lieu of flowers, donations to the Huntingdon's Society would be appreciated.

 

[국역]

어원 쉐든(1928-2006) 9월 30일 라살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버타의 사랑받는 남편이었으며, 어원. 클라루디아. 에리카. 로레인의 아버지이자 조셉. 레이첼. 수잔. 스테파니-레이첼. 조나단. 스테파니와 멜리사의 할아버지, 사라. 가브리엘. 케이트 파이커. 재크리. 사무엘.조이. 그리고 카슨의 증조할아버지인 그를 많은 친지와 친구들이 그리워할 것입니다.

<중간 장례식 안내>

조화(弔花) 대신 헌팅던 협회에 기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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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까지 인구 350만의 몬트리올 일간신문에는 이런 내용이 매일 빼곡히 한 면 전체를 차지한다.

한두 줄짜리 한국의 부고에 비하면 대체로 길다.

 

광고비가 많이 들지 않는 모양인지 사진이 있는 경우도 있고 몇 년이 지나 기일에 고인을 추모하는 글도 있다.

조의금으로 무슨 협회나 병원, 암(cancer) 재단 같은 데 기부해달라는 고인의 유지(遺志)를 전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점은 '누구누구 모친상', '장인상' 같은 머리글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일간신문의 부곤내용]

 

000씨 (**** **** 지점장) 부친상,

000씨(*********** 전무)장인상 **일 오전 *시 **** 병원, 발인 ***일 오전 *시

000씨 (**** 법인 이사)별세 ** 일 오전 *시 ***병원 발인 ** 일 오전 *시

000씨 (**** 회장) 부인상,

000 씨 (**대 교수) 모친상 ** 일 오후 *시 *** 병원, 발인 **일 오전 *시

000씨 (**대 **과 교수) 장인상 **일 오전 *시 **** 병원, 발인 **일 오전 *시

 

그러니까 캐나다의 부음은 '아무개가 세상을 떴다'는 것이 골자인데 비해한국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 누가 상을 당했다'는 것이 주요 메세지인 것이다.

 

정작 돌아가신 분이 누구인지 이름이 있는 경우는 대여섯 공고 중 하나 정도였다.

전 현직 직함이 쟁쟁한 이가 아니면 대부분 유족 중에 가장 근사한 직함이 있는 사람이 '대표선수'가 되어 고인의 별세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볼수 있다.

 

그만큼 중요해서일까? 짧은 한 줄 부고에 직위와 소속은 자세히 나와있는 경우가 많다.

간혹 가다 '회사원', 또는 '재미(在美)' 등으로 비교적 평범하게 소개하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 '이 정도는 돼야 신문에 부고를 낼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직책을 자세히 적으니 슬며시 주눅드는 사람도 적쟎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또 어떤 현상이 생기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진출이 적은 여성은 거의 부고난에서 이름을 찾기 어렵다. '장인상'이라 하면 딸이 있음이 분명 하건만 정작 핏줄인 딸의 이름은 없는 부고도 부지기수. 호기심이 생겨 하루는 중앙, 조선, 동아 세 신문의 부고 36 건에 들어간 유족의 이름을 세어보았더니 아들이 50명, 딸 4명, 사위 31명, 며느리 1명이 나왔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성의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

 

우리나라 에서 부고란 사업상 관계 있는 사람의 소식을 보고 인사를 하기 위한 수단일까?

나는 이런 부고를 보고 유가족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부모님의 죽음을 조의금을 걷기 위한 기회로 여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슬픔에 빠져있는 자식을 대신해서 누군가 대신 부음을 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형식, 즉 일종의 '관례'대로 처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특히 정작 세상을 뜬 당사자 중 상당수는 이름조차 언급이 없다는 사실은 이제 우리 사회가 생각해봐야하지않을까.

 

원문보기: http://blog.daum.net/montreal/725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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