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죽정기(間竹亭記) 재사당 이원 찬(再思堂 李黿 撰) 귀양살이 속에서 아픔도 많아 오랫동안 붓을 들지 아니하였다. 하루는 나의 벗박공(朴公 : 朴權)이 이에 편지를 써서 내게 보내어 이르기를,「나의 선친이 사시던 집이 영암(靈巖) 서쪽 二十里쯤에 있는데, 앞에는 덕진(德津) 앞바다의 조수(潮水)의 장관(壯觀)과 대하고, 뒤에는 기묘한 월출봉(月出峰)과 대하였으며, 그 가운데 한 시내가 도갑(道岬)에서 흘러내려, 여울은 구슬 같은 물방울을 튕기고, 물이 흥건하게 고여서는 못을 이루고, 백번도 더 꺾이고, 꺾이어서 빙빙 돌아 에워 둘으며, 서쪽으로 흐른다. 또 월출봉(月出峰)의 북쪽 산줄기는 이어 내려와, 엉기어 모여서 주먹 같이, 또는 혹 같이 집의 동쪽에 불끈 솟아 있다. 정자(亭子) 사이에는 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