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몽(記夢 : 꿈을기록하다) 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 1556년(명종 11)∼1618년(광해군 10). 신축년(1601 선조 34) 정월 11일 밤에 꿈을 꾸었는데, 내가 마치 공사(公事)로 인하여 비를 맞으면서 어디를 가는 듯하였다. 말을 타고 따르는 자가 두 사람이고 도보로 따르는 자가 또 4, 5인쯤 되었다. 어느 한 지경을 찾아 들어가니, 산천(山川)이 기이 하고 탁 트였으며, 길 옆의 한 언덕을 쳐다보니, 그곳에는 새 정자가 높직하게 서 있었는데, 지나는 길이라 올라가 구경할 겨를이 없었다. 곧장 막다른 협곡(峽谷)에 다다르니, 협곡 안에는 마치 불사(佛寺)와 같은 큰 집이 있고 그 곁에는 민가(民家)들이 죽 열지어 있었다. 인하여 그 큰 집에 들어가서는 마치 무슨 일을 한 듯 하나 잊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