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매거진X> 책 2002. 5. 17 [천년벗과의 만남] 스스로 쓴 묘지명 큰 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를 검토하다 보면 좀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문집에서는 그 문집 주인공의 생애를 정리한 묘지명이 실려 있게 마련인데 다산의 경우에는 그 묘지명을 자기 자신이 써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라는 제목으로 싣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은 묘지명이란 뜻의 이 글은 남이 내 생애를 정리하고 평가하지 않고, 내 스스로 내 생애를 정리하고 자신을 평가한다는 특별한 행위를 담아내고 있다. 다산이 그렇게 자신이 썼다는 점을 밝힌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묘지명이란 본래 타인이 죽은 자를 위해 쓰는 글이기에 굳이 그 점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사람이 죽어 무덤에 묻을 때에는 묘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