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옹 이제현(櫟翁 李齊賢)과 상수리나무 이색(李穡) 지음 기유년에 과거에 장원한 문생(門生) 유백유(柳伯濡)가 그가 사는 집에 제명(題名)하기를, ‘저정(樗亭)'이라 하고 나에게 기문을 청해 왔다. 그 뜻을 물으니 백유는 말하기를, “가죽나무[樗]와 상수리나무[櫟]는 쓸데가 없는 목재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 천연의 수명을 다해 자란 것인데, 우리 동방의 학자들이 우러러보기를 태산과 북두성같이 하는 자가 바로 시중(侍中) 익재(益齋 이제현)이다. 익재가 스스로 역옹(櫟翁)이라 일컬었음은 아마도 반드시 연유한 바가 있을 것이다. 백유(白曘)가 선생의 문하에서 익재를 보기를 할아버지같이 하였다. 자사(子思: 공자의 손자)는 《중용(中庸)》을 저술함에 있어 자주 중니(仲尼: 공자의 자)를 일컬었으니 중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