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암 이공 묘지명(葛庵李公墓誌銘) 권두경 찬(權斗經 撰) 대총재(大冢宰=이조판서) 갈암(葛庵) 이 선생(李先生)이 후학을 버리고 돌아가신 지 16년 되던 해에 셋째 아들 처사(處士) 재(栽)가 그 아들 인환(寅煥)에게 가전(家傳)과 행장(行狀)을 지녀 보내면서 두경(斗經)에게 명하기를, “선군자(先君子)께서 시대를 잘못 만나 폐고(廢錮)되신 채로 돌아가신 지도 이미 여러 해가 지났다. 그러나 유당(幽堂 묘(墓)의 명(銘)은 아직 위촉한 바가 없었으니, 이는 기다리는 바가 있어서였다. 지난해에 성상께서 죄가 없음을 살피고 관작(官爵)과 품질(品秩)을 회복시키도록 명하셨으나, 곧 당인(黨人)들에게 저지당하였다. 지상(地上)의 신원(伸冤)이 이렇듯 기약하기 어려우니, 다만 지하에서나마 신원될 수 있도록 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