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군미[李 君美-경휘(慶徽)] 에게 보냄 경진년(1640, 인조18) 글 : 송준길(宋浚吉) 지난가을에 멀리 찾아 준 것이 실로 천만뜻밖이어서, 난리를 겪은 뒤로 그립던 마음이 말할 수 없이 위로되었네. 그러나 겨우 반나절 동안 정담을 나누었을 뿐이어서, 쌓인 회포를 풀 수 없었던 것이 한스럽네. 요사이 세모(歲暮)의 추운 날씨에 해교(海嶠)에서 지내시는 제반 정황(情況)이 편안하신가? 그립고 염려되는 마음 갑절이나 더하다네. 나는 마음과 골수(骨髓)에 병이 들어 나을 기약이 없으니, 조용히 조화(造化)의 구물(舊物)로 돌아가고자 할 뿐, 이 밖에는 다른 생각은 없다네. 근자에 듣건대 서쪽 소식이 매우 좋지 않다 하니, 앞으로 어느 지경에 이를지 알 수 없네. 그러므로 기미를 보고는 먼저 떠나서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