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年의 의미" 용정실험소학교
중국조선족소년보 김학천 사장
중국 연변일보 기고문 ㅣ 2009. 06. 25. 14:48
백년이라는 개념은 기나긴 력사의 대하속에서 어떻게 보아도 그렇게 긴 시간을 가리키지는 않지만 인생으로 말하면 또 결코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니다. 그래서 중국에는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百年樹人)이라는 성구가 있은 것 같다. 백년이 한개 세기를 정했으며 백년이 사람의 한생을 정했으며 백년이면 꽤나 오랜 시간이라는것을 명백히 말해주고 있다. 요즘 우연히 연변 용정시실험소학교를 다녀오게 되면서 그 학교가 103년이라는 력사를 가지고 있다는데 대하여 충격적인 느낌을 받았다. 림금순 교장의 초청으로 룡정시실험소학교의 제1회 글짓기 경연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고, 따라서 그 학교의 력사에 대하여 얼마간 알게 되었다. |
중국조선족소년보사 김학천 사장 |
19세기 말, 20세기 초를 이어 지난 세기의 30년대와 40년대에 대량의 피난민들이 조선(한)반도에서 지속적인 자연재해와 가혹한 일제의 압박에 의하여 부득불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이민하여 오면서 가장 일찍이, 그리고 가장 집중적으로 정착하게 된 곳이 바로 룡정이였다.
그래서 일찍이 룡정은 중국조선족들의 문화, 경제, 교육의 중심지이었고, 그래서 룡정은 일찍이 중국조선족들의 마음을 쏠리게 하는 룡과 룡두레우물과 관련된 전설로 장식된 신비로운 성지였다. 우리 민족은 언제나 교육과 문화에 타민족보다 엄청나게 큰 관심을 보여주며 어느 민족보다도 더높은 각성을 보여준다.
조선(한)반도의 이주민들이 중국 땅에 정착되면서부터 중국조선족의 력사는 엮어지게 되였고 따라서 이주민들 속에 리상설이라는 지성인과 같은 분들의 선호하에서 학교를 세우고 민족정신과 민족의식을 키워왔다.
중국 용정실험소학교 29대 교장 림금순 |
리상설선생은 당시 서전서숙(瑞甸私塾)을 창설하여 교육을 흥기시키고 문화를 보급했으며 그것이 백년의 온갖 세파 속에서 끈질기게 버티어 오면서 바로 오늘의 룡정시실험소학교로 변신하고 성장하였다. 오늘의 림금순 교장은 103년이라는 력사를 가진 룡정시실험소학교에서 제29대 교장으로 임직하고 있다. 중국조선족의 백년 력사는 룡정시 실험소학교에서 얼마간 엿볼 수 있어 유서 깊은 곳이라 해도 절대 과언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연변작가협회에서 주석으로 지낼 때 한번은 <<문예보>>에서 중국조선족의 문학을 내용으로 특간을 내게 되였는데 내가 특간의 제목을 크게 한자로 <<千年의 积雪. 百年의 創桑>>(천년의 적설, 백년의 창상)이라고 규정하였었다. |
즉 천년의 적설은 반만년 민족의 티 없이 깨끗한 얼을 뜻하는 것이요, 백년의 창상은 중국조선족의 파란만장한 백년 력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속담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의 중국조선족은 백년이라는 력사를 가지게 되였으니 강산도 많이 변했고 아울러 그만큼 세상도 많이 변했다.
의심할 바 없이 룡정시실험소학교는 중국조선족 백년사의 친력자(??者)이자 견증자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룡정시실험소학교는 우리 민족의 교육 분야내지 제반 우리 민족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력사적 가치를 상징하는가 하는 것을 가늠해 보지않을 수가 없다.
지나간 백년 속에 얼마나 많은 로고와 고충과 희생과 분투와 희열이 있었을까?
향후의 백년은 또 얼마나 많은 로고와 고충과 희생과 분투와 희열이 있어야 할까?
전성기에는 룡정실험소학교 전교 학생이 무려 3600여 명이였었던 것이 지금은 다른 학교와 합교하여 고작 1200명이다. 출산율이 낮은데다가 분분이 한족학교를 다니고 있고, 또 분분이 내지로 국외로 진출하여 흩어져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현실은 많은 학교로 하여금 학생 래원이 고갈되어 합교(合校), 폐교(廢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삭막한 정경은 우리의 신경을 예민하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시장경제가 실시되면서부터 우리 민족은 리념, 신념, 관념과 더불어 거주지, 생산방식, 생활방식 등 많은 면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전례없던 변화를 겪으면서 새롭게 삶의 터전을 개척하고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백년의 력사를 열어가야 하고 새로운 우리 민족의 문화를 키워가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유서 깊은 용정실험소학교...이제 백의겨레의 이어져 갈 그 역사가 주목된다.
조선(한)반도에서 중국으로, 또 중국에서 조선(한)반도로, 그리고 지금은 또 조선(한)반도와 중국의 연해지역으로 대폭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우리 민족은 반드시 새로운 백년과 아울러 걸 맞는 새로운 백년의 력사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지나간 백년은 력사의 먼지 속에서, 많은 사림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모호해지고 지어 망각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백년, 사회의 백년, 민족의 백년, 백년이라는 시간적 개념과 공간적 개념은 분명히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럼, 백년의 력사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계시를 주고 있는 것일까?
5월도 다 가는 초여름의 푸르름 속에서, 전반 중국조선족 민족사와 함께 하는 룡정실험소학교 캠퍼스를 거닐면서 나는 알듯 말듯한 백년의 의미를 심장(深?)하게 돼새겨 본다.
2009. 6. 16
일촌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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