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이재정(李在禎)

졸속 정책의 시행은 최고권력의 “힘의 승리”처럼 보일런지 모르지만...이재정 전 교육감

야촌(1) 2022. 9. 18. 21:14

졸속 정책의 시행은 최고권력의 “힘의 승리”처럼 보일런지 모르지만.....

 

오늘 아침에는 아틀란타 미드타운에 있는 Georgia Tech University 주변을 산책하면서 휴가 첫날 시간을 보냈습니다. 딸이 미국에 와서 대학원을 마치고 faculty member로 영어를 가르치던 대학의 언어교육원 앞에서 사진도 한장 찍었습니다.

 

휴가를 하면서 이런 글을 안쓰려다가 말을 하지 않고 지날 수가 없어서 몇자 적습니다.

느닷없이 만 5세에 아이들을 입학시키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보면서 놀라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제 개편이란 수많은 교육적, 사회적 요인이 있어서 연구와 검토 그리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한데 이를 다 무시하고 미리 결정을 해 놓고 “신속하게” 추진하라는 것은 도대체 “무지”의 결정인지 “폭력”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역사는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 그것이 좋은지, 학제를 바꾸면관련 분야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일시적으로 불어나는 학생들을 위한 시설과 교사의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이며, 그 이후 급격히 학령 아동이 줄어들 때 대책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오늘의 6-3-3-4제의 학제는 미래교육을 위하여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등 깊은 연구부터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제가 16대 국회의원 당시 “유아교육법”을 제정할 때도 그 과정도 역시 엄청 어려웠습니다.

이 법이 교육역사 100여년 동안 필요한 법이었고 “교육5법”의 과제를 완성하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들 예를 들어 어린이집, 미술학원 등과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유아교육계 안에서도 서로 의견이 강하게 대립하여 정말 치열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입법 발의를 했던 저는 수차례 여의도 광장에서 “인형화형”을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입법이 완료될 때까지 16대 국회 내내 논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시행령으로 밀어 버린 “누리과정”의 졸속 추진도 무리한 통합과 엄청난 예산부담의 결과로 교육에 어려움을 남긴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졸속 정책의 시행은 최고권력의 “힘의 승리 “처럼 보일런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권력의 패배”와 “교육의 파괴”를 불러 올 것입니다.

 

2022. 8. 4

이 재 정

 

출처 : 성공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성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