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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재인 산성’

야촌(1) 2020. 10. 4. 20:01

[중앙일보 손국희 기자] 입력 2020.10.04 17:28  수정 2020.10.04 17:3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개천절 집회가 열린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등장한 경찰차벽과 불심검문을 놓고 정치권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여당이 “차벽은 코로나19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평가하자 야당은 “문재인식 독재 상징인 ‘재인산성’을 쌓았다”고 반박했다.
 
경찰 방어벽은 과거 정부에서도 늘 논란거리였다. 광우병, 세월호 집회 당시 광화문에 차벽과 컨테이너 장벽이 등장하자 진보 진영은 ‘명박산성’ ‘근혜장성’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한때 ‘청와대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을 정도로 국민 소통과 집회 자유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차벽과 불심 검문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자 논란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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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까지 오른 불통 상징 ‘명박산성’ 

경찰은 2008년 6월 10일 광우병 집회 시위대의 청와대 진입을 막겠다며 서울 세종로사거리 도로에 컨테이너를 쌓아 차단벽을 쌓았다. 중앙포토

 
‘광우병 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10일, 광화문에 장벽이 설치됐다.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 올린 뒤, 경찰 버스와 전투 경찰 부대를 배치한 3중 방어선이었다. 컨테이너에는 윤활유를 발라 시위대가 장벽을 넘지 못하게 했다.
 
당시 경찰은 “청와대 난입 등 폭력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었다. 시위대가 경로에서 벗어나 청와대 진입을 시도해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흉물스러운 이미지에, 교통 마비까지 겹쳐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은 하루 만에 컨테이너를 철거했다. ‘명박산성’으로 불린 컨테이너 장벽은 불통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고, 인터넷 사전인 위키피디아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시위대가 설령 청와대에 들어오더라도 국민 안전을 위해 인명 피해가 있으면 안된다’고 지시했다”며 “덕분에 물리적 충돌이 최소화돼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민주당은 “명박산성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쓰러져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당시 김현 대변인)며 강도 높은 공세를 폈다.
 

‘근혜장성’ 등장에 文 “경찰차벽 반헌법적”

 

2015년 세월호 1주기 집회에 차벽으로 썼던 경찰버스가 파손된 채 광화문 앞에서 견인을 기다리는 장면.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의 차벽은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 집회를 앞두고 등장했다. 당시 일부 시위대의 청와대 행진 시도로 충돌이 발생하자 강신명 경찰청장이 “차벽을 포함한 폴리스라인을 부득이하게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터였다.
 
차벽은 그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다시 등장했다. 살수차까지 동원된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고, 백남기씨가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시위대는 경찰 버스의 창문을 부수고 낙서하면서 “명박산성에 이어 근혜장성이 등장했다”고 비꼬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당대표 시절이던 2015년 11월 15일 박근혜 정부의 경찰차벽을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차벽을 앞장서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정부의 반헌법적인 경찰차벽에 의해 가로막혔다”며 “대통령은 차벽으로 국민을 막을 게 아니라 노동개악, 청년실업 등 국민의 절규를 들으라”고 일갈했다.
 
그해 12월 2차 총궐기 집회 뒤에는 당 최고위에 참석해 “경찰 차벽이 사라지니 평화가 왔다. 결국 정부 태도에 달린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집회, 시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라는 독재국가다. 정부가 집회 시위에 알레르기처럼 반응하며 과잉대응 하고 있다”고 했다. “시위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려면 정부가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먼저”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2월 TV토론회에선 “(당선 뒤) 퇴진 시위를 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끝장토론이라도 해 시민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광화문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야 “계엄 같은 재인산성” 여 “경찰 노고 감사”

야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등장한 대규모 경찰차벽을 ‘재인산성’ ‘이니산성’이라고 부르며 공세를 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계몽군주’는 소총과 휘발유로 코로나를 방역했고, 우리 대통령은 경찰 버스와 공권력을 동원해 코로나를 방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는 페이스북에서 “시내 한복판에 계엄 상태같은 재인산성을 만들었다”며 "'달의 몰락'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광화문에 나와 대화하겠다던 대통령 눈에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보수 단체의 불법 집회를 완벽하게 봉쇄해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국민 불안을 덜어준 경찰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광화문 ‘재인 산성’ 논란…文 5년 전엔 “경찰차벽 반헌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