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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연단 'J에게''사랑의 미로'에 南 관객 갈채

야촌(1) 2018. 2. 9. 01:32

北 공연단 'J에게''사랑의 미로'에 南 관객 갈채

[한국일보] 등록 : 2018.02.08. 22:37 /수정 : 2018.02.08. 23:09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패럴

  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 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예술단 공연이 8일 밤 베일을 벗었다.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은 이선희의 ‘J에게’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비롯한 한국 대중가요와 북한 노래, 서양 음악을 함께 연주했다.

 

북한 예술단의 한국 공연은 16년 만이다. 오후 8시 강원 강릉시 강릉아트센터에서 시작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의 첫 곡은 ‘반갑습니다.’였다.

 

한국 국민에게도 익숙한 그 북한 노래다. 모란꽃 문양을 수놓은 분홍색 한복 치마에 흰색 저고리를 입은 여성 8명이 불렀다. “헤어진 부모 형제와 상봉한 것처럼 감격스럽고 기쁩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겨레, 하나의 민족이라는 혈연의 뜨거운 정을 안고 이 자리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축하와 뜨거운 동포애 적 인사를 드립니다. 통일의 새 시대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간주 중에 사회자가 나와 인사하자 뜨거운 박수가 나왔다.

 

이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멜로디가 흐르더니, 북한노래 ‘흰 눈아 내려라’로 메들리처럼 연결됐다. 북한 버전가사는 ‘설눈’이지만, 한국관객의 정서에 맞춘 듯 ‘흰 눈’으로 바꿔 불렀다.

 

무대 뒤 스크린에는 소나무에 흰 눈이 쏟아지는 영상이 펼쳐졌고, 천장에선 작게 자른 은빛 종이들이 쏟아졌다. ‘평화의 노래-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내 나라 제일로 좋아’가 연주될 땐 북한 유적지와 자연 풍경이 영상에 등장했다.

 

다섯 번째 곡은 ‘J에게’. 관현악단 반주에 맞춰 드레스차림의 여성 2중창단이 불렀다. 김옥주라는 가수는 왁스의 ‘여정’을 독창했다. 아이돌그룹 같은 발랄한 차림의 여성 5명은 춤을 곁들여 북한 노래 ‘달려가자 미래로’를 불렀다.

 

이어 ‘아리랑’으로 시작해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나훈아의 ‘이별’과 ‘사랑’, 송대관의 ‘해뜰 날’,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 윤형주의 ‘어제 내린 비’ 등 한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노래들이 북한 단원들의 목소리를 타고 울려 펴졌다.

 

한국국민의 마음을 겨냥한 선곡이었다. ‘사랑의 미로’는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1990년대 북한 주민들이 즐겨 불렀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

  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 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한 당국자들은 공연 두 시간 전까지 선곡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모란봉’과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 등 정치색 짙은 노래를 연주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북한은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을 끝내 연주했다. “해 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제주도 한라산도 내 조국입니다/ 백두와 한라가 서로 손을 잡으면/ 삼천리가 하나 되는 통일이여라…”로 이어지는 가사의 노래다.

 

서방에 문을 꽁꽁 닫아 걸은 북한 공연단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제가와 팝송 ‘유 레이즈미 업’, ‘백조의 호수’ ‘윌리엄 텔 서곡’ ‘라데츠키 행진곡’ ‘올드블랙 죠’ ‘카르멘 서곡’ 등 서양 음악을 연주했다.

 

‘올드블랙 죠’의 원곡자인 포스터는 미국 작곡가다. 1시간 40분간 진행된 공연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 연주로 막을 내렸다. 무대엔 한반도기가 펄럭였고, 이산가족 상봉 영상이 배경으로 깔렸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북한 단원들에게 악수를 청했고, 단원들은 흔쾌히 응했다. 단원 몇 명은 눈가를 훔쳤다. 가로 14m, 세로 16m 크기의 무대는 북한 예술단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구성됐다.

 

전자음악을 연주하는 모란봉악단이 중앙에서, 관현악밴드가 좌우에서 연주했다.

뒤쪽엔 타악기가 배치됐고, 앞쪽에선 노래와 춤 공연이 펼쳐졌다. 관객과 무대의 거리는 약 2m로 가까웠다.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ㆍ14 민족통일대회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북측 예술단이 한국에서 공연하는 만큼 공연장 안팎이 하루 종일 달아올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문순 강원지사,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등 초청 인사와 일반 관객을 합해 800여명이 공연을 지켜 봤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