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 릴레이 기고 <13> 연해주에서 다시 만난 통일의 꿈
[중앙일보] 입력 2016.11.07 00:25 수정 2016.11.07. 00:59
↑정의화 제19대 국회의장
간도에 민족학교인 서전서숙을 세웠던 이상설 선생은 헤이그 특사 사건 이후 연해주로 들어와 항일투쟁을 계속했다.
안중근 의사가 ‘동의회’ 단원들과 함께 독립의지를 담아 왼손 무명지를 끊었던 곳은 두만강 근처의 크라스키노였다.
이처럼 러시아 연해주는 중국 만주와 더불어 독립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민족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스탈린 정권은 한인의 강제 이주를 시작한다. 절반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극한의 강제 이주 과정을 이겨낸 이들이 바로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이다.
그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고려인들은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존경받는 민족이 되었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아픈 근·현대사를 겪었다. 결코 민중의 잘못이 아니었다.
한민족은 평화를 사랑하지만 어떤 민족보다 강인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잘못이 있다면,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급급해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읽지 못했던 당시의 위정자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있는 이상설 선생 유허비.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이 2001년 러시아 정부
의 협조를 얻어 세웠다. [사진 김현동 기자]
지금 우리는 어떤가. 그야말로 혼돈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국민의 충격이 가장 크다.
눈을 들어 밖을 보아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구한말처럼 어지러운 형국이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 갈등이 위태롭게 증폭되고 있고, 일본은 군사 대국화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150년 전보다 더 나쁜 점은 한반도가 분단돼 있고, 비정상적인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는 질곡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
우리의 애국선열들이 그토록 바라던 광복의 역사는 결코 반신불수의 한반도가 아니었다.
동북아 질서의 흐름을 직시하면서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 대한민국의 역사, 한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야 한다. 러시아, 특히 연해주 지역은 통일 한국을 준비해 가는 우리가 ‘현명한 외교’를 펼쳐야 할 핵심적 무대이다.
‘평화 오디세이 2016’이 펼쳐졌던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 등 연해주 지역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와 인접해 있는 연해주를 한 나라로 보고 하바롭스크를 서울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부산처럼 여기는 새로운 동(東)러시아 접근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발해와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연해주는 중국의 동북 지방과 함께 남·북·중·러가 함께 일궈 갈 공동 번영의 경제특구이자 동북아 평화의 상징 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우선,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 강국들과 통일 대한민국의 비전을 공유하는 일이다.
즉 한반도가 ‘냉전의 섬’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은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과정은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남북관계의 국제성·다차원성을 고려해 전략적이면서도 입체적인 대북 접근법을 계속 시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무모한 도발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파멸의 길로 가고 있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해야 한다. 특히 북한 동포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국제기구 등 우회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어 가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수리스크 지역에 있는 이상설 선생 유허비에는 “유언에 따라 화장하고 그 재를 강에 뿌렸다”고 써 놓았다.
선생께서 임종할 때 동지들에게 조국의 광복을 이루지 못했으니 고혼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고인께서 하늘에서라도 편히 쉬실 수 있는 진짜 광복의 날이 하루속히 오길 소망해 본다.
*정의화 19대 국회 국회의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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