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이재정(李在禎)

이재정신부의 하수도공사/중앙일보(김진)>

야촌(1) 2006. 11. 24. 21:25

이재정신부의 하수도공사 l 공감 칼럼

 

2006. 11. 24 07 : 21

 

1970년대 야당 대표를 지낸 노(老)정객 이철승씨는 "종교는 상수도 공사요 정치는 하수도 공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인간의 지친 영혼을 달래 주고 목마른 자에게 맑은 물을 주는 것이 종교라면, 이는 상수도다. 반면 여러 욕망이 얽히고 부닥쳐 갈등의 탁류(濁流)가 하수도로 몰릴 때, 이를 뚫어 주는 게 정치일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상수도 공사를 하다 하수도 공사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이 이재정씨다. 그는 성공회 신부인데 DJ(김대중)의 새천년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금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다. 그는 어떤 공사를 하고 있을까.

 

'상수도 공사' 시절, 이 신부는 운동권 성직자로 시작했다. 70년대 기독교교회협의회(NCC) 인권위와 엠네스티 한국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반(反)유신독재 투쟁가들을 도왔다. 그러나 신부 이재정은 운동권보다는 성공회대로 유명하다.

 

88년 학장을 맡은 이래 2000년까지 1, 2대 총장을 지냈다. 총장 시절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상수도 공사를 진행했다.

그가 설계한 상수도는 기독교 사회주의와 협동사회.공동체였다. 성공회대에는 100만원 보너스 얘기가 전해 내려 온다. 90년대 후반 대학에 입시생이 대거 몰려 입시 전형료를 많이 벌어 들인 적이 있었다. 

 

총장은 교직원들에게 특별 보너스를 주었다. 교수든 청소부 아줌마든 똑같이 100만원씩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역사를 변화시킨 주체는 일류 엘리트가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과 의식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곤 했다.

 

성공회대의 최대 사건은 운동권 출신 교수들의 집합이었다. 이 총장은 운동 경력에 가산점을 주었다. 덕분에 한때 60명 정도의 교수 중 3분의 1이 운동권 출신이었다. 이 총장은 "과거 청춘을 다 바쳐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 대학이 응분의 보상을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 신부의 '하수도 공사'는 그런대로 모양 좋게 시작했다. 98년 8월부터 99년 12월까지 그는 DJ정부의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대표적인 하수도인 부정부패를 관리하는 일이니 성직자로선 할 만했다. 그리곤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DJ가 만든 새천년민주당에 들어가 정책위의장도 맡고 국회의원(전국구)도 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얽히면서부터 하수도 공사가 삐걱거렸다. 부정방지대책위원장을 지낸 성직자가 재벌 회장에게서 10억원을 받아 대선캠프에 전달했다. 그리곤 2006년 11월, 이 신부는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섰다.

 

북한을 상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복잡한 대한민국의 하수도 공사다. 남한은 자유민주체제를 지키면서 북한을 포용하려한다. 북한정권은 국민의 도탄지고(塗炭之苦) 속에서도 핵 게임을 벌이고 있다. 두 욕망이 거세게 부닥쳐 한반도 하수구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 신부는 이 핵심적인 공사에서 비틀거리면서 마구 하수를 튀기고 있다. 청문회장에서 그는 한국전쟁.김일성.북한 인권.북한 범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하수관을 제대로 맞추질 못했다.

 

상수도 공사를 하다 하수도 공사에 뛰어든 또 다른 이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은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다. 70년대 반(反)유신활동에서 인 목사는 이 신부보다 더 치열했다. 인 목사는 도시산업선교회를 이끌며 진보적 노동운동에도 몸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 신부와 강(江)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는 이 신부가 북한을 바라보면서 성경을 잘못 읽고 있다고 말한다. "성경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기아와 학정으로 사람을 억압하는 북한에 대해 성직자가 왜 제대로 말을 못 합니까. 통일이 필요하지만 우상이 되어선 안 됩니다."

 

한나라당이 반대하지만 노 대통령은 결국 이 신부를 장관에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 불안한 배관공 이재정은 하수도 공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출처 : 중앙일보(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