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보재이상설선생.

이상설(李相卨)의 과거시권(科擧試券 - 답안지)

야촌(1) 2015. 6. 1. 21:40

■ 지어지선론(止於至善論)

 

 ※이 글은 이상설이 과거시험 볼 때작성한 답안지(科擧試券중 하나로 『대학(大學)』의 「지어지선(止於至

     善)」에 대한 논(論)이다. 이상설은 25세 때인 1894년 조선왕조 최후의 과거인 갑오문과(甲午文科)에 병과(丙

     科)로 급제하였다.

 

    그의 과거시권으로는 현재 <지어지선론(‘止於至善’論)>과 <의송군신하일하오색운견표(‘擬宋羣臣賀日下五色

    雲見’表)>등 2매가 전한다.

 

李相卨

 

아래와 같이 논한다.

 

“하늘이 물(物)에 명(命)하는 조건은 반드시 한 번 정해지면 바꾸지 못하는 법칙이 있다. 때문에 사람이 사물(事物)에 응하는 조건에도 역시 한 번 정해지면 바꾸지 못하는 법칙이 있다. 어떤 사물이 있고, 그 법칙이 없는 것은 있지않으며 어떤 사물이 없는데 그 법칙이 있는 것도 있지않다.

 

지금 귀(耳)의 법칙은 소리가 있으면 듣는 것이 그(최선에) 그치는 것이며, 눈의 법칙은 색깔이 있으면 보는 것이 그(최선에) 그치는 것이며, 입의 법칙은 맛을 알아서 먹는 것이 그(최선에) 그치는 것이다. 마음의 법칙인들 지선(至善: 최선)에 그칠 곳을 유독 알지 못하랴?

 

지선이라는 것은 사물의 이치에 당연한 법칙이며 조작되지 않은 자연속에 있는 것이라서 처음부터 털끝만큼도 모자람이 없이 원만하며 처음부터 어느 한 곳으로도 기울어짐이 없는 정정당당한 것이다. 아버지에게는 효도하려는 마음이 나오고 임금에게는 충성하려는 마음이 나오는 것이다.

 

우물에 들어가려는 어린이를 보면 저절로 깜작 놀라고 측은한 마음이 생기며, 당하(堂下)에 지나가는 소1)를 보면 저절로 벌벌 떠는 모습에 차마 할 수 없는 마음이 생긴다. 이것이 마음의 지선(至善)이며 어떤 곳에서도 마음속에 보존되어 있으며 이 지선이 마음에 존재함은 어떤 때에도 차단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치(理)는 아무리 만물(萬物) 마다 산재(散在)하여 있어도 그 사실은 내 마음이 주관(主管)하며 마음이 아무리 만물의 이치를 주관하여도 그 사실은 마음 밖의 사물이 아닌 것이다. 마음은 지선(至善)에 그치기를 요구하고 지선으로 여겼으면 힘써 옮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본디 우리 인간이 근본적으로 소유한 이치기에 근원적으로는 범인(凡人)과 성인이 조금도 다름이 없다. 그러나 타고난 기질(氣質)은 맑고 탁함(淸濁)의 구별이 없을 수 없으며 힘쓴 공부도 얕고 깊음(淺深)은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찾는 자는 얻고 찾지 않는 자는 잃으며 수양하는 자는 좋을 것(吉)이며 이치를 어기는 자는 흉할 것(凶)이다.

 

아! 자식이 되어 불효하고, 신하가 되어서 불충하며, 미친 마음으로 본성을 상실하고 무턱대고 행동하며 몰지각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심지어 예컨대 지선(至善)이 사물(事物)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오로지 내면의 살핌(內照)에만 힘을 쏟는 것은 노장철학(老氏)과 불교(釋氏)의 실수이며, 지선이 나의 마음(吾心)에 근본 하였음을 알지 못하고 오로지 공리(功利)에만 힘을 쏟는다면 신불해ㆍ한비자(申不害ㆍ韓非子)의 과오이다. 

 

때문에 명덕(明德)하고자 하면서 지선에 그치지 못하면 스스로 사적(私的)인 지혜를 쓰는 폐단이 생기고 신민(新民) 코 자 하면서, 지선에 그치지 못하면 형명술수(刑名術數)2)의 폐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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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齊나라 宣王이 堂上에 앉아서 堂下에 釁鐘(소를 잡아서 그 피로 새로 주조한 종의 틈에 바르는 것)에 쓰일 소가

     지나 감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일어나서 羊과 교환하라고 한 故事.(『孟子』)

 

2) 韓非子가 주장하는 形名學의 術策.

 

발생하여, 바로 귀에 소리가 들려도 그 듣는 법칙을 상실함과 같으며 맹인(盲目者)이 그 보는 법칙을 상실함과 같으며, 입맛을 잃은 자(爽口者)가 맛의 법칙을 상실함과 같을 것이니,그 불가능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선에 그치는 공부는 사실 후대 유생(後儒)들의 급선무이고 역시 공자문중(孔子門中)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깊은 의미이다.

 

격물(格物)하고 궁리(窮理)하며 지식을 끝까지 성취하여 사물의 극칙(極則: 남김이 없는 법칙)을 희구하면 내 마음의 지선의 위치를 밝힐 것이며 성의(誠意)하고 정심(正心)하며 그 자신을 수양하여 내 마음의 극칙(極則)을 이용하면 사물의 지선의 지점에 대응할 수 있다.

 

명덕(明德)과 신민(新民)은 서로 본말(本末)이 되지만,3) 지선(至善)은 본말이 없고, 치지(致知)와 역행(力行)은 서로 종시(終始)가 되지만,4) 지선은 종시가 없다. 

 

명덕과 신민을 떠나서 지선의 명목이 없으면 무정위(無定位: 일정한 위치가 없음)라고 하여도 될 것이며 차지와 역행을 합하여 지선의 공부가 있으면 통괄(統括: 한데로 모아서 뭉침, 총괄)이라고 하여도될 것이다. 분리하여 말하면 만물에는 각각 만 가지의 지선이 있고, 통합하여 말하면 만 가지의 일에서 단지 한 개의 지선을 찾는 것이다.

 

원초(元初)에 나아가서 논하면 지선의 법칙은 근본적으로 간단(間斷)이 없고 공부하는 것으로 논하면, 지선의 그침은 바로 극처(極處)인것이다. 

아! 이것은 삼강령(三綱領), 팔조목(八條目)을 관통하는 증전(曾傳: 大學의 別稱)의 첫째 의미일 것이다. 나머지 미진한 의미는 대역(大易:주역)의 시사전(時思傳) 속에서 찾으면 거의 될 것이다. 아! 삼가 논(論)하노라.(飜譯: 盧相福/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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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명덕은 내가 자신에게 있는 덕을 밝히는 것이고, 신민은 내가 수양한 덕으로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기에 명덕

    이 본(本)이고민이 말(末)이다.

 

4) 치지는 지식을 끝까지 이루는 것이고, 역행은 알고 있는 지식을 힘써 행하는 것이기에 치지(致知)는 시(始)이고

    역행(力行)은 종(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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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송군신하일오색운견표(擬宋羣臣賀日下五色雲見表)5)

 

 ※이 글은 이상설이 과거시험 볼 때작성한 답안지[科擧試券] 중 하나이다.

     송(宋)나라 한기(韓琦)가 약관(弱冠)의 나이에 진사(進士) 시험에 2등으로 급제하자 태사(太史)가 “5색 구름이

     내리는 것을 보는 듯”하다고 했던 고사(故事)를 주제로 작성한 표문(表文)이다.

 

    이상설은 25세 때인 1894년 조선왕조 최후의 과거인 갑오문과(甲午文科)에 병과(丙科)로 급제하였다.

    그의 과거시권으로 현재 <지어지선론(‘止於至善’論)>과 <의송군신하일 하오색운견표(‘擬宋羣臣賀日下五色

    雲見’表)> 등 2매가 전한다.

 

 李相卨

 

사방에서 돌아온 선비들은 바로 초상풍(草上風)6)의 정치를 바란다. 이방(二榜: 급제에 2번째로 이름이 오름)에 오른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일하운(日下雲)7)의 상서(祥瑞)로움을 본다. 그들이 국가를 함께 하니 찬란한 광채로다.

 

삼가 황제폐하께서 임어(臨御:임금에 오름)하신 이후로 진현(晋賢: 훌륭한 사람이 정치에 참여함)을 급선무로 여기셨기에 길사(吉士)의 아름다움을 강록(岡麓)8)과 벽오(碧梧)9)에 깃들인 봉황(鳳凰: 태평성세에 나타나는 영조(靈鳥)의 성대한 모습처럼 볼 수 있고, 관직에 있는 준걸(俊傑)들은 모두 고요(皐陶: 舜임금의 신하)와 직(稷: 순 임금의 신하로 주나라의 시조)처럼 기룡(夔龍: 能大能小의 변화를지닌 상징적 영물)의 무리들입니다.

 

말하자면 성조(聖朝: 성인의 조정. 현재의 조정)에서는 능히 많은 선비를 배출하였으며, 귀한 정상(楨祥: 吉兆)의 증거로는 항상 5색 채운(五色彩雲)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주가(周家: 周나라)에서 현사(賢士)롤 초빙할 때에 벌써 기산(岐山: 주나라를 상징하는 山) 위에는 길조(吉兆)가 나타났으며, 당조(唐朝)에서 현사를 맞이할 즈음에도 역시 일변시(日邊詩: 출처 미상)에 걸맞음이 있었습니다.

 

구천(九天: 높은 하늘)에서 비구름 내려 함양(涵養)을 거듭하니 정아(箐莪: 많은 人材)들 저절로 진작(振作)10)하여 양육되고 일당(一堂: 신하들이 모인 자리, 조정을 상징)에 훌륭한 인품들이 모였으니 모여(茅茹: 띠풀이 서로 연결된 모습. 同類의 연결)가 휘정(彙征: 함께 나아가다) 하도다.

 

이에 한 사람인 한기(韓琦)의 이름을 부름에 미쳐서 5색 구름이 광채를 보내는 것을 징험(徵驗)하도다. 지상(地上)에서는 풍행(風行)11)을 짐작하여 선비들은 모두 이익을 물리치고 관광(觀光: 구경)에 나서도 햇볕 빛나는 천문(天門: 천자의 문)에 패방(牌牓)12)을 들었으니 이 때는 천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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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宋나라 羣臣들이 祝賀하는 날 “오색 구름(국가에 큰 길조의 상징)이 내림을 본다”는 表文(군주나 정부에 올리

    는 글)을 본뜸.宋나라 韓琦가 弱冠에 進士에 급제하여 이름이 第二에 登載되어 있었다. 그 이름을 부를 때에 太

    史가 아뢰기를   “5색 구름이 내리는 것을 보는 듯”하다고 하였다.(《宋史 韓琦傳》) 

6)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必偃. 군자의 덕은 바람이며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에 바람을 더하면 그풀

     은 반드시 쓸어진다. 덕으로 정치를 베풀면 백성은 따른다는 비유. (《論語ㆍ顔淵》) 

7) 唱榜하는 날 오색 구름이 내리는 것을 본 듯함(《宋史ㆍ韓琦傳》) 

8) 봉황이 깃들 수 있는 산 등성이. 

9) 봉황은 桐實을 먹기에 봉황이 늘 깃드는 나무. 

10) 떨치고 일어남. 

11) 풍행(風行): 風行草偃의 준말로서 천하에 德敎가 크게 행함을 말한 것이다. 上以德敎化民, 民從之: 바람이

       풀 위에 불면 풀이쓸어지듯 위에서 德敎로 백성을 감화시키면 백성은 따른다(《書 君陳》)

   

직접 시험과제를 출제하기 위하여 문에 임(臨)하고 있다. 훌륭한 선비가 안탑(雁塔)에 이름을 쓸 때13)에는 모두 작립(作霖)14)의 방법에 쓰여지기를 바라며 태사(太史)가 용루(龍樓: 궁중에 있는 누각문)에서 창방(唱榜: 과거에 합격한 사람의 이름을 호명함) 할 때에 누가 오색구름의 아름다움을 기억할 수 없으리오? 과연 해를 둘러싼 형상에는 곧 채운(彩雲)의 징조가 보임이 있었다.

 

사람들은 허다히 훌륭한 신하가 필히 기다리고 있음에 황홀함을 느끼고, 하늘은 징조에 인색하지 않아 진실로 이상한 길상(吉祥)을 다투어 보내도다. 이는 성조(聖朝: 지금의 조정)에서 문화를 크게 일으키려는 정치가 능히 채채(彩彩: 아름다운 모양)하게 제제(濟濟: 아름답고 훌륭한 모양)됨을 이룬 것입니다.

 

때문에 오늘 학궁(學宮)에 올라 선비들을 논평하는 즈음에 이렇게 욱욱(郁郁: 빛나는 모습)한 사람들이 분분(紛紛: 많은 모양)하게 있습니다. 이는 이른 바 ‘구름이 몰려오듯 하다’는 것이니, 누가 최고로사람을 얻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리요?

 

인재를 뽑으려는 생각은 사실 한없이 넓은 임금님의 은혜에서 연유된 것이며, 하늘에서 일어나는 채색의 길조에 부응(副應)하여 향기로운 인재(人材)의 아름다운 기질(氣質)이 이루어지도다. 규성(奎星)15)의 운(運)을 모아 문명(文明)이 중복으로 열리니 기재(奇才: 특이한 인재)가 나오고 필수(畢宿)16)의 진열을 갖추어서 성현(聖賢)17)이 서로 만나 이단(異端)을 몰아내도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신들은 모두 노둔(老鈍)한 자질로서 다행스럽게도 밝은 세상을 만났기에 성실한 마음으로 다른 마음은 없거니와 비록 임금님을 도와서 치적(治積)을 올릴 성의는 부족하더라도 흔쾌한 기쁨으로 국가를 위한 걱정과 임금을 위한 진실한 정성을 다할 마음은 가지고 있습니다.(飜譯: 盧相福/2007.09)

 

 ※제 5행의 佇驗五雯(저험오운)은 雲字가 잘못된 것이며 맨 끝줄의 憂忭之城(우변지성)의 城은 誠字가 잘못된

     것이다.

 

12) 榜은 牓과 같은 글자로 牌牓坊(천자를 謁見할 때에 들어 올리는 패)을 뜻한다. 두보시(杜甫詩)에 天門日射黃

       金牓이 있는데 천자의 문에 햇볕이 내려 쪼이니 들고 있는 패방(牌牓)이 황금빛이 난다는 글에서 따온 말이다.

 

13) 안탑제명(雁塔題名): 唐代에 進士에 급제한 사람은 자은사(慈恩寺)의 탑에 이름을 적는 것이 習俗이었다. 

        그뒤로 안탑에 이름을 쓴다는 말은 바로 진사에 급제함을 의미한다.14) 장마가 크게 일어난다는 말로써 ‘만

        약 큰 가뭄을 만나면 너를 써서 장마 비를 일으키게 하겠다.’는 고사가 있다. (《書 說命 上》) 이 글에서는

        크게 쓰여 지기를 원한다는 의미이다.

 

15) 규성(奎星): 하늘의 28 수 중에 서방백호7수(西方 白虎七宿)의 첫째 별로 인간 세상의 문운(文運)을 맡은 별

        .(《孝經援神契》)

16) 필수(畢宿): 28수 중에 서방백호 7수의 제 5번에 위치한 인간세상에 시운(時運)을 맡은 별. (《丹元子 步天

        歌》 )

17) 성현(聖賢): 여기서는 어진 임금과 훌륭한 신하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