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書. 간찰. 시(詩)

벽오형 주근호서(碧梧兄主覲湖西) - 李時得 詩

야촌(1) 2015. 1. 3. 00:13

[봉별(奉別)]

 

■ 벽오형 주근호서(碧梧兄主覲湖西)

 

지은이 : 이시득(李時得)

 

서원(西原)은 기이(奇異)하게 뛰어난 곳이니

山이 높고 물도 맑네!

 

그 사이의 정기(精氣)를 타고난 영웅(英雄),

우리兄은 참으로 출중(出衆) 하셨네.

 

그 옛날 익재공(益齋公)은 명성(名聲)이

天地를 진동(振動)하셨네.

 

지금 까지도 여운(餘韻)이 남아있어

여러 입에서 탄복(歎服)하며 칭찬하네.

 

百世後인 오늘날 의연(薿然)하게

우리 兄이 쌍벽(雙璧) 일세,

 

녹나무가 하늘을 찌를듯하고

푸른 바다 같이 호호 탕탕(浩浩蕩蕩) 하시네.

 

통달(通達)이 병가(兵家)로 흘러

많은 서적(書籍) 연구(硏究) 했네.

 

자유(子游)와 자하(子夏)를 어찌 족(足)히 말 하리오.

손빈(孫臏)과 오기(吳起)도 사장(師長)이 부끄럽네.

 

한 번에 고등 과거(高等科擧)를 가지어

천문(天文)의 금방(金榜)에 빛났네.

 

경상(卿相)의 지위(地位)에 머리를 돌리어

청(靑)과 자(紫)의 지위(地位)를 왕래(往來) 했네.

 

기성(騎省)의 관인(官印)을 세 번 찾았고,

관풍(觀風)의 절개(節介)를 여러 번 지키었네.

 

이로 인(因)해 조정(朝廷)을 움직이니

어찌 특별히 붕당(朋儻)에 경심(傾心)하랴.

 

우리 家門 運이 좋아

집안에 기쁨이 가득했네.

 

지난번 둔박(屯剝) 신고(辛苦) 했으나

이 화(禍)는 가장 무망(無忘) 일세.

 

조정(朝廷)에서 물러나와

강상(江上)에서 편히 쉬네.

 

험한 길은 때를 못 만남이오.

열린 당(堂)에 앞길이 막힘일세.

 

놀 난 물결 밤의 침상(寢床) 침범하고,

높은 구름 아침 해를 가리 우네.

 

미친바람이 하루 밤에 일어나니

기러기의 슬픈 소리 들리누나.

 

난(蘭)을 캐며 깊은 생각 일으키고,

뜬 구름에 차가움을 느껴보네.

 

옷깃을 여미고 백화 시(白華詩)를 읊으니,

여행(旅行)의 말(馬)은 떠날 준비(準備) 마치였네.

 

모래밭에 소매 잡고 서 있으니,

눈의 눈물 서로 보고 떨어지네.

 

이 이별(離別)이 어찌 헛되리오.

슬픈 생각 억 누르기 어려워라.

 

찬바람은 짧은 해를 흔들고

들판에는 기운이 살벌하네.

 

술잔을 마시지 못하고

초라하게 북가(北歌)를 불러보네.

 

노래를 마치자 닻줄 풀고 떠나가니,

푸른 물결만 만길 일세.

 

 

 

이 詩는 풍천도호부사(豊川都護府使/從三品)와 낙안군수(樂安郡守/從四品)를 지낸 이시득[李時得, 1574년(선조 7) 5월 18일~1640년(인조 18) 5월 2일] 공의 12대손인 전 성균관대학교 이춘희(李春熙) 국문학 교수가 지난 1998년에 서울 인사동(仁寺洞)에 나갔다가 우연히 고서점에서 발견 취득한 문헌이다.

 

내용이 아주 진지하여 형제간의 우애가 지극함을 엿볼 수 있는 오언장편(五言長篇)의 명작시(名作詩)라 할만하다.

 

서기 1999년 4월 일

後學 松山 兪璋濬 謹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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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도호부(豐川都護府)) : 지금의 황해남도 과일군에 있었던 조선시대의 행정구역

◇낙안군(樂安郡) :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외서면과 보성군 벌교읍 일대에 1908년까지 있었던 옛 고을

◇봉별(奉別) : 윗사람과 이별을 함.

◇호서(湖西) : 충청도를 달리 이르는 말.

◇서원(西原) : 청주(淸州)의 고호(古號)

◇호호 탕탕(浩浩蕩蕩) : ①광대하여 끝이 없다  ②규모가 크고, 기세가 드높다

◇자유(子游)와 자하(子夏) : 公子의 제자

◇손빈(孫臏) : 중국 전국시대 제(齊) 나라의 병법가로 손무(孫武)의 자손이다.

◇오기(吳起) : 중국 전국시대 위(衛) 나라의 兵法家.

◇사장(師長) : 스승과 어른을 아울러 이르는 말.

◇천문(天文) : 궁궐(宮闕)의 문(門)

◇금방(金榜) : 과거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계시한 방(榜).

◇경상(卿相) : 재상(宰相)과 육 판서(六判書)를 말함.

◇지위(地位) : 개인의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위치나 자리.

◇청(靑)과 자(紫) : 공경(公卿)의 지위를 말함.

◇기성(騎省) : 조선시대 병조(兵曹)를 말함.

◇관인(官印 : 옛날, 남의 이름을 높여 부르던 말

◇관풍(觀風) : 시기를 살핌.

◇조정(朝廷): 임금이 나라의 정치를 집행하던 곳을 일컫는 말로 왕정, 조가(朝家), 조당(朝堂)이라고도 한

◇붕당(朋儻) : 조선 중기 학맥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형성된 집단.

◇경심(傾心) : 마음을 기울임.

◇둔박(屯剝) : 家運의 막힘을 이름.

◇신고(辛苦) : 고생스러움.

◇무망(無忘) : 뜻밖에 禍를 이름

◇백화 시(白華詩) : 사향(思鄕)의 詩.

◇북가(北歌) : 이별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