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강사 기(雲岡祠 記)
후손 전 참판 종필 근기(後孫 前 參判 鍾弼 謹記)
울주군의 서쪽 사 십리 운암산 아래에 운강사(雲岡祠)가 있으니 바로 우리 선조이신 열헌, 동암, 익재, 삼(三) 선생을 배향하여 모신 곳이다. 대저 그 사우의 건립이 신 유년 봄부터 시작되었고 나도 한번 그곳에 가서 계획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이듬해 여름 사월에서야 겨우 완성하여 족인 한영, 규태, 종경이 경향의 제족들과 더불어 낙성봉안하고 서신을 나에게 보내기를, 운강사에 기문이 없을 수 없으니 영감의 한 말씀을 얻어 운강사의 고사로 삼기를 원합니다, 라고 하였다.
내, 이 말을 듣고 감상이 많아 깊이 생각해보니 지금으로부터 삼 선생의 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오백 여년이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러 곳의 서원이 다 익재 선생만 봉안 되었을 뿐, 열헌, 동암, 두 선생은 배향된 곳이 없으니 대개 익재 선생께서 선대문집을 간행하지 못함을 한탄하셨는데, 하물며 나의 뜻으로 마음을 미루어 보더라도 실로 이치로나 인정에 편안하지 않은 일이다.
이 운강사에서 비로소 조자손 즉, 열헌, 동암 익재 세 어른이 다함께 배향되는 쾌거가 있으니 나는 익재 할아버지의 영혼이 이제부터 편안하심을 알 것 같다.
이에 그 기문소청에 답하기를 옛날에 주자가 이원현 학궁에 배향될 때에 먼저 고향도, 부임했던 곳도, 살던 곳도 아닌 문제점을 서술하고 끝으로 숭모하는 뜻을 붙이니 사우를 짓고 제사를 받드는 것은 추모하는 의리에서 기인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울주에 삼 선생의 사우가 있는 것이 또한 고향도, 부임지도, 사시던 곳 이라는 근거도 없고 오직 숭모하는 성의에서 나온 것이라면 사실상 이원현 학궁의 일과 더불어 고금이 똑 같은 방법이다. 다시 논할 필요도 없이 내가 숭모하는 실체를 서술하여 제생들을 권면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옳겠도다.
봄가을로 제례를 받드는 여가에 물러와 강당에 모여앉아 열헌의 덕업과 동암의 문장과 익재의 도덕학술을 서로 권면하고 경계하기를 옛날 어른들은 이와 같이 모두 훌륭하신데 지금 사람은 어찌 이와 같이 모두 부족한가.
대저 덕업과 문장과 도학의 세 가지는 진실로 세상의 흥망성쇠와 상관없이 오직 스스로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으니 어찌 각자 헤아려 반성하고 힘쓰지 않으리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제생들의 오르내리고 읍양하는 절차가 모두 헛된 도구임을 면치 못할 것이네.
제군들은 이 불초의 말이 제생들에게 한 말로 여겨 옳고 그름을 알아듣게 해야 할 것이다.
임술년 여름 4월 하순에 후손인 전 참판 종필은 삼가 기문을 짓다.
--------------------------------------------------------------------------------------------------------------------------------------
[원문]
雲岡祠記(운강사기)
蔚州之西四十里 雲巖山下 有雲岡祠迺吾先祖悅軒東菴益齋三先生尸祝之所也 盖其建設 自辛酉春始而予嘗一造預聞基
울주지서사십리 운암산하 유운강사내오선조열헌동암익재삼선생시축지소야 개기건설 자신유춘시이여상일조예문기
施措矣 翌年夏四月功才告訖 族君瀚榮圭泰 鍾絅甫與一省人士京鄕諸族 旣行舍菜 走書告予曰 此不可以無記 願得大人
시조의 익년하사월공재고흘 족군한영규태 종경보여일성인사경향제족 기행사채 주서고여왈 차불가이무기 원득대인
一言 以爲祠中故事 予聞而歎賞 窃以爲 今距三先生之世 至爲五百餘年之久而 在在建院者皆益齋之獨享也 悅東二先生
일언 이위사중고사 여문이탄상 절이위 금거삼선생지세 지위오백여년지구이 재재건원자개익재지독향야 열동이선생
無與焉 盖 以益齋所稱先集未刊 矧余小子之意推之 實非神理人情之所愜也 始於是祠 有祖子孫合享之擧吾知其益齋之
무여언 개 이익재소칭선집미간 신여소자지의추지 실비신리인정지소협야 시어시사 유조자손합향지거오지기익재지
靈自此安矣乎 遂乃復之曰昔朱子之配嫠源縣學也 先敍以非其鄕非其官非其寓之嫌而終乃援之以寓慕之意 是於祀禮可
령 자차안의호 수내부지왈석주자지배리원현학야 선서이비기향비기관비기우지혐이종내원지이우모지의 시어사례가
曰義起也 今夫蔚州有三先生祠者 亦無有鄕官寓之據 而獨出於寓慕之誠矣則 實與嫠學今古一轍也 不復可論而 予將敍
왈의기야 금부울주유삼선생사자 역무유향관우지거 이독출어우모지성의칙 실여리학금고일철야 불부가론이 여장서
寓慕之實 爲諸生勸可乎 春秋行禮之暇退以聯衿於講舍爭誦悅軒之德業東菴之文章益齋之道術 以互相勉戒 曰古之人何
우모지실 위제생권가호 춘추행례지가퇴이연금어강사쟁송열헌지덕업동암지 문장익재지도술 이호상면계 왈고지인하
如是卓卓而今之人何如是淺淺也 夫德業文章道術三者固無防限於世之汚隆 而惟在人之造詣如何 盍各諒諸當汲汲於反
여시탁탁이금지인하여시천천야 부덕업문장도술삼자고무방한어세지오륭 이유재인지조예여하 합각량제당급급어반
省修飭飭矣 若其不然 諸生之升降揖讓却未免虛文具爾 諸君 其以不肖之說爲 道於諸生而以聽可否也.
성수칙칙의 약기불연 제생지승항읍양각미면허문구이 제군 기이불초지설위 도어제생이이청가부야.
壬戌 夏 四月下浣 後孫 前 參判 鍾弼 謹記
임술 하 사월하완 후손 전 참판 종필 근기
옮긴이 : 野村 李在薰
↑운강사((雲岡祠)/향사일 : 매년 양 4월 23일
소재지 :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 검단리(암곡) 800번지
'■ 경주이씨 > 선조유적. 유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안공 이문형 선생 묘(文安公李文炯先生 墓) (0) | 2008.09.27 |
---|---|
청호공 배위 정부인 죽산안씨 묘. (0) | 2008.09.27 |
응천사(應天祠) (0) | 2008.04.30 |
죽림당(익재 이제현선생 유거지) (0) | 2008.04.14 |
활계공 이대유 묘(活溪公 李大㕀 墓) (0) | 2008.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