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선세자료

부제학 이경휘 상소문

야촌(1) 2013. 12. 1. 17:43

■ 폐정의 개혁과 백성을 위한 정책 수립을 아뢴 부제학 이경휘의 상소문

 

부제학 이경휘(李慶徽)가 상소하여 사직하고 아뢰기를,

 

“신이 어제 마침 관중(館中)에 모여 있을 때 신하들을 인견한다는 명령이 있다 하여, 한 번 청광(淸光)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서 감히 입대를 청했던 것입니다.

 

일을 판단하는 머리가 둔하여 묘당의 논의가 현재 한창인 것을 애당초 생각지도 못하였고, 말 주변마저 어눌하여 분명 통창하게 의견을 개진하지도 못하였으니, 신이 아뢴 말이 성상의 마음에 조금도 관심을 가지시게 못했을 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상이 말씀하시는 표현 어딘가에서 현저히 싫어하는 빛을 보이셨으니, 신으로서는 참으로 황송하고 부끄러워 아뢰고 싶었던 것이 그 한 가지 일뿐이 아니었지만 금방 그만두고 나와 입을 다문 채 물러왔던 것입니다.

 

일을 아룀에 있어 조리가 정연하지 못하고, 경솔했던 죄는 신 자신이 당연히 알고 있으나, 신이 꼭 거기에 매달리고 싶어 했던 것은, 사정(邪正)과 시비(是非)를 구별하는 일이 바로 국가의 치란(治亂)과 흥망(興亡)을 판가름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것도 바로 해와 달 같은 성상의 밝음이 혹시라도 시비 사정에 어두어 그 무훼(誣毁)의 말까지 함께 받아들이실까 염려해서인 것입니다. 신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경솔하게 했던 말도 무슨 다른 뜻이 있어서였겠습니까. 다만 구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나타내려다가 천위(天威)를 가까이 두고 스스로 낭패를 불렀던 것입니다.

 

지금 천재와 시변이 거듭 나타나고 민심이나 나라 형세에 하나도 믿을 것이 없어 전하께서 걱정하시고 두려워하시는 마음으로 모든 최선의 방법을 다 쓰고 계신 것은 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돌보시는 뜻이 위아래에 믿음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 어진 선비들은 날로 멀어지고 바른 말은 들을 수도 없습니다. 대신 소신 모두가 유유히 게으름만 피우고 있으면서 나라 일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방치해두고 있습니다.

아, 이 어찌 위태로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요즘 옥후(玉候)가 편찮으셔서 비록 뭇 신하들을 자주 대하여 치도(治道)를 강구하시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권위와 기강을 장악하시고 더욱 진작의 뜻을 분발하며 대간들의 아룀을 수용하시어 충간(忠諫)의 길을 넓히셔야 합니다. 때문에 스스로 저상하지 마실 것이며 옛 습관을 지켜 스스로 편 하려고만, 하지 마소서.

 

대신들을 격려하고 백료를 경계하여 시들하고 소심한 습관을 뿌리 뽑고, 각기 두려워하고 힘쓰는 마음을 갖게 하십시오. 하늘의 뜻에 따라 재이를 소멸할 수 있는 방법과 폐정을 개혁하고 백성을 돌보는 모든 정책에 있어서 물불 속에서 구해내듯이 함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는 희망도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비답을 후하게 하고 허락하지는 않았다.

 

[현종개수실록] 9권, 4년(1663 계묘 / 청 강희(康熙) 2년) 7월 13일(무인) 3번째기사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7장 A면

[영인본] 37책 3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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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顯宗改修實錄  9卷, 4年(1663 癸卯 / 청 강희(康熙) 2年) 7月 13日(戊寅) 3번째 기사

 

■ 폐정의 개혁과 백성을 위한 정책 수립을 아뢴 부제학 이경휘의 상소문

 

○副提學李慶徽, 上疏辭職曰 :

臣昨者, 適會館中, 聞有諸臣引見之命, 思欲一望淸光, 敢請入對。見事遲鈍, 初不料廟謨方張, 辭語拙訥, 又不能敷奏明〔暢〕, 固知臣之所陳, 不足以少〔摡〕於聖心。而聖上辭氣之間, 顯示厭薄之色, 臣誠惶愧, 臣之所欲仰達者, 不止此一事, 而旋卽罷黜, 泯默而退。 其奏事顚率之罪, 臣固自知, 然臣所以必欲眷眷於此者, 邪正之別, 是非之分, 國家治亂興亡, 所由判者也。今日之紛紜如此者, 正恐日月之明, 或〔眩〕於邪正是非, 竝容其誣毁之言耳。臣之衝口率發, 豈有他哉? 只欲少效區區, 而天威咫尺, 自致狼狽。目今天災時變, 疊見層出, 人心國勢, 無一可恃, 臣固知殿下憂勞恐懼之誠, 無所不至。 然而畏天恤民之意, 未見有或孚於上下, 賢士日遠, 讜言不聞。大小臣工, 悠泛偸惰, 置國事於無可奈何之地。嗚呼! 豈不危哉? 近者玉候違豫, 雖不能頻接群臣, 講究治道, 亦宜總攬權綱, 益奮振作之志, 容受臺啓, 以廣忠諫之路。 毋以病憂自沮, 母以因循自安。策勵大臣, 警飭百僚, 痛革委靡之習, 各存惕勵之心。凡可以應天消災之道, 革弊救民之政, 有同救焚而拯溺, 則庶有一分圖回之勢也。上優批, 不許。<끝>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7장 A면

[영인본] 37책 3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