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역대 대통령 자료

제4대 윤보선대통령 취임사

야촌(1) 2006. 1. 17. 02:45

제4대 윤보선대통령 취임사

  (1960년 8월 13일)

 

  제2공화국의 초대대통령으로 영예의 당선을 얻은 어제 나의 감격은 선서식을 거행하는 오늘에는 영광된 의무감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변해 졌읍니다. 비록 엄숙 해야 할 식전 이기는 하나 감격과 책임감이 교차되는 이 순간에 있어 벅차 오르는 소회의 일단을 간단히 말씀 드리려는 것을 허물치 마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첫째, 나같이 부덕하고 무능한 사람을 제2공화국의 대통령으로 뽑아주신 국회의원 제위에게 송구하면서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아울러 올리는 바입니다.

 

  둘째, 내가 사랑하여 마지않는 국민제위에게 방금 정중하게 선서한 바와 같이 국민의 복리를 위해서는 내 신명을 걸기로 했거니와 이제부터는 국민을 위한 정부라기보다도 진실로 국민의 정부이오니 현명하신 국민의 건설적인 비판과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오늘의 난국을 타개할 도리가 없는가 합니다.

 

  오늘날 정치의 책임이 행정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피치자인 국민에게도 분담되었다는 것을 재확인해 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세째, 앞으로 구성되는 정부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책수행을 하여야만 하겠읍니다.

 

  그러기 위하여는 당파를 초월해서라도 먼저 적재적소의 인물 본위로 내각의 자세를 갖추고 슬기로운 지혜와 향기로운 인화로서 혼연일체의 행정의 미를 거두어야겠읍니다.

 

  거룩한 사월혁명이 한개 정당의 집권의 전리품이 아니요. 대다수 국민의 민권탈환의 금자탑이요. 빈곤해방의 기점이라 할진대 오고 가는 집권보다도 하나도 둘도. 그리고 셋도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정당이나 단체보다도 오직 하나밖에 다시 없는 국민과 영원히 존재해야 하는 국가를 위해서는 모두를 다바치는 것이 젊은 학도들이 흘린 고귀한 피의 값을 보상하는 길인가 합니다.

 

  사월혁명으로 부터 정치적 자유의 유산을 물려받은 제2공화국 정부는 이제는 국민이 다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겠읍니다. 경제적 자유에 뿌리를 박지 않는 정치적 자유는 마치 꽃병에 꽂힌 꽃과 같이 곧 시들어 지는 것입니다. 피를 무서워 했던 독재는 정녕코 물러났기에 오늘 우리의 정치활동은 자유로왔읍니다.

 

  그러나 독재에 따라 다니던 경제부패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어 이 소탕작업은 그 여정이 요원하고 험준 한데다가 이제는 탕진 될대로 탕진 된, 나라 살림살이가 누란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읍니다. 이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날에는 한낱 내각의 수명만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이 또한 여기 달려 있다 하겠읍니다.

 

  정부의 시책은 무엇보다도 경제 제일주의로 나가야겠고 현명한 국민에게는 내핍과 절제 그리고 창의와 노력이 요청 되는 바입니다. 행정부는 독재가 뿌렸던 반민주성과 부패요소를 조속히 제거하고 민주주의 원칙 밑에서 과감한 혁신행정을 수행해야 하겠읍니다.

 

  민주유산이 별로 없는 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지키는 것 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행정을 하여 좋은 전통과 역사를 이룩 하여야겠읍니다. 그리고 정권의 잉여 가치를 감소시켜 정권 만능주의를 근절 해야겠읍니다.

 

  다음에는 외교정책을 혁신 해야겠읍니다. 자유진영의 두통거리라는 낙인까지 찍힌 이 정권 외교는 무정견·무정책의 연속이었고 마침내 세계우방으로부터 고아 취급을 받아왔던 것은 가슴 아팠던 사실이었읍니다.

 

  지리적 조건으로 말미암아 역사적으로 보아 항상 주변강대국사이의 세력 관계에 따라 국가 운명이 좌우되기 마련인 처지에다 설상 가상격으로 국내정치의 불안정으로 인하여 힘의 진공상태를 빚어낸 까닭에 대외 관계에 있어서의 올바른 한국의 자세는 우리자신을 위해서 만이 아니라 동북아 국제평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었던 것을 새삼스럽게 말 할 필요도 없거니와 국민 경제에 직결되는 외교행정면에까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특징을 발휘하여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결국은 그 독재적 정책을 합리화하고 국내의 불평불만을 외우로 돌려 국내의 정치적위기를 모면하는 낡은 방법만을 사용하였던 기만적 외교를 일관하였읍니다.

 

  외교란 원래 협상과 거래를 사명으로 하여 어디까지나 한국가의 실질적 이익을 중심으로 타국과의 대립되는 이익을 평화적인수단으로 조정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날의 민주주의적인 외교라 하겠읍니다. 우리는 새로운 외교 정책과 새로운 외교체제를 갖추어 새로운 외교 활동을 재출발 하여야겠읍니다.

 

  이외에도 드르고 싶은 말씀 너무도 많습니다. 오늘은 간단히 인사말씀으로 대신 하겠읍니다.

 

  1960년. 8월. 13일

  대통령 윤보선 

 

 

↑제4대 윤보선 대통령 취임식

   

국회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보선 대통령의 취임식은 1960년 8월 13일 당시 국회의사당(지금의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당시 헌법에 따라 국회양원 합동회의에서 거행되었다. 초청인원의 규모는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

 

 제4대 윤보선대통령의 취임식은 국회양원합동회의의 개회선언, 취임선서, 대통령 인사, 폐회선언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과도 정부의 대통령 취임식인만큼 취임사를 비롯하여 취임행사 전반이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대통령 취임사를 ‘대통령 인사’로 명명한 것도 취임식의 간소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장 재임 당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