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긴 아들, 내가 대선 출마 말린다고 될 일 아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아버지 안영모 원장 인터뷰.
중앙일보 | 김상진 | 입력 2011.09.09 01:44 | 수정 2011.09.09 09:23
[중앙일보 김상진.유미혜.송봉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유학 중 아버지 안영모 원장(왼쪽), 어머니 박귀남씨와 찍은 사진. [안영모 원장 제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한 뒤에도 그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지지는 더 커지고 있다. 대통령선거 가상 양자 대결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근접했거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그는 강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했다.
↑아버지 안영모 원장(左), 안철수(中), 안철수 어머니(右)
그동안 아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안철수 원장의 아버지 안영모(81) 범천의원 원장은 8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날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4동 범천의원 진료실에서 만난 꼿꼿한 노의사는 "대선 출마 여부는 나이 50을 넘긴 아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아비가 나오라 마라 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안영모 원장은 인터뷰 내내 아들에 대한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안영모 원장이 48년째 운영하고 있는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동 범천의원. [부산=송봉근 기자]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내 아들이지만 좋은 일 많이 하고 착하게 살았다. 지금까지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해 왔듯 앞으로도 희생정신을 갖고 일을 잘하지 싶다. 이번 추석에는 아들이 바쁘니 내가 서울에 가서 만나 물어보겠다."
-차기 대권 후보에 관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추월했다.
"대통령이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아직 1년6개월이나 남았는데 판단하기는 이르다. 주변 여건이 안 나가면 안 될 사항이라면 내가 말린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지켜볼 수밖에…."
대권에 도전하려면 치열함이 있어야 하는데. "회사 10년 하다가 사장을 영입한 뒤 다시 공부하러 갔다. 이후 교수로 일하는 것 보니까 (아들이) 결단력 하나는 있는 것 같더라."
-아들의 서울시장 출마설과 포기 과정을 지켜본 소감은?
"더 이상 아들 같은 사람이 소동을 벌이지 않도록 정당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기존 정당들은 자기들끼리 충돌하고 사리사욕을 챙기니 국민이 참신한 사람을 뽑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 아니냐."
-서울시장 출마는 왜 말렸느냐.
"책벌레 아들이 그 자리에 갔을 때 책을 못 볼 걸 먼저 걱정했다. 회사 일과 대학원장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맡고 있다. 서울시청 공무원이 1만 명이 넘고 1년에 20조원의 예산을 관리하려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안철수 원장이) 청춘콘서트를 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닌가.
"아들이 미국 유학 시절에 지도층 인사들이 후배들을 위해 그런 토크쇼를 하는 걸 보고 시작한 일이다."
안영모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7년간 군의관 근무를 마치고, 1963년 지금의 자리에서 범천의원을 개업했다. 올해로 48년째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개업 당시 안철수 원장은 두 살이었다. 당시 병원 주변에는 피란민들이 사는 판잣집이 즐비했다고 한다.
지금도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동네다. 그는 진료비의 반값만 받으며 단골 환자를 돌보고 있다. 과거 이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한 사람도 계속 범천의원을 찾아온다. 안철수 원장을 비롯한 2남1녀의 자녀는 병원에 딸린 살림집에서 자랐다.
부산=김상진 기자, 유미혜 jTBC 기자 < daedanjoongang.co.kr >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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