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사마방목
고려방목은 크게 예부시(禮部試), 국자감시(國子監試), 승보시(陞補試)로 나뉜다.
예부시는 조선조 대과(문과)에, 국자감시와 승보시는 사마시에 해당한다.
국자감시와 승보시는 조선조 사마시에 대응되는 것이 없으나, 억지로 비교하자면 진사시와 생원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려 사마시는 조선조 사마시와 성격과 기능이 다르고, 어떤 의미에서는 승보시가 국자감시보다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엄격히 따지면 기능이 서로 다르므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는 하다.)
이에 비해 조선조 사마시는 그 위상이 생원시, 진사시, 문과로 체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려조와 상당히 다른 점이고, 일반인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현재 고려 예부시(문과)는 대체로 기본적인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자감시와 승보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특히 방목 재구성에 있어서 고려 사마시는 학계에서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이다.
왜 그럴까?
고려 문과방목 재구성 작업은 현재 <고려열조등과록>과 <해동방목>을 기본 텍스트로 삼고 있다.(이 두 자료는 내용이 거의 같다.)
고려조 문과 급제자는 대략 7,000~8,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두 자료에 1,000여 명이 수록돼 있다.
(이 자료에 간간히 발견되는 고문서 등을 통해 급제자를 추가하는 정도이다.)
또한 과거제도 시행과 판문은 고려사 세가와 선거지, 고려사절요에 기본적인 내용이 수록돼 있다.
힘들이지 않아도 기초 연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한 지금까지 확보한 급제자 명단과 경력, 주요 활동, 묘지명과 문집, 고려사 등 관련 사료 등을 종합하면
새로운 사실을 추출해 낼 수도 있다. 연구에 들이는 품과 비용에 비해 성과(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효율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고려 사마시는 고려사 선거지에 기본 내용이 수록돼 있으나, 예부시에 비해 내용이 소략한 데다,
방목은 장원 급제자 외에는 전혀 정리돼 있지 않다. 고작해야 묘지명과 문집을 통해 급제자 명단을 정리하는 것인데, 이 작업도 현재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려시대 묘지명과 문집은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이 너무 적다.
게다가 사마시는 예부시에 비해 그 중요도가 떨어지고, 대중적 인기도 훨씬 못미친다.
이 때문에 예부시에 비해 연구 작업이 훨씬 더디다.
짧은 세상에 할일도 많은데, 방목조차 없는 사마시를 연구하느니, 이왕이면 예부시(대과)가 나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빛도 나지 않는 기초분야인 사마방목 재구성 작업에 누가 아까운 시간을 투자하겠는가.
인지상정이다. 허나 이 분야를 전공한 학자들도 반드시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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