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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읽어야 할 글/정설(政說) - 정술(政術)

야촌(1) 2010. 8. 17. 03:21

■정설(政說)-정술(政術)

 

미수 허목(眉叟 許穆  

1595년(선조 28)∼1682년(숙종 8).

 

우전(虞典)에,  

“덕(德)은 선정(善政)을 하는 기본이고 정치는 백성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수(水)ㆍ화(火)ㆍ금(金)ㆍ목(木)ㆍ토(土)ㆍ곡(穀)이 다스려지고 정덕(正德)이용(利用)후생(厚生)이 조화되어, 구공(九功)이 이루어지거든 이룩된 그 공을 노래하십시오.”라고 하였다.

고요가 우(禹)에게 경계시키기를,

“뭇 관직을 비우지 마소서. 하늘의 일을 사람이 대신하는 것입니다.”라 하였다.

옛날에 천자는, 상백(常伯)ㆍ상임(常任)ㆍ준인(準人)ㆍ호분(虎賁)ㆍ철의(綴衣)ㆍ이미(夷微)ㆍ노증(盧烝)의 관직을 세웠고, 제후는 사도(司徒)ㆍ사마(司馬)ㆍ아려(亞旅)를 두었는데, 간사하고 아첨한 자는 쓰지 않고, 엄유비식(嚴惟丕式)하였으며, 모든 명령과 옥송(獄訟)에 관한 것이라든가 지켜야 할 법령에 대한 교칙(敎飭)을 내려서 하늘의 뜻을 향유(享有)하였다.

 

자고로 위대하고 덕 있는 이를 등용하고 흥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폐습 고치기를 꺼리고서 망하지 않은 적도 없다. 요 임금은 해ㆍ달ㆍ별들의 도수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백성들에게 절후를 알려 주었으며, 순 임금은 칠정(七政)을 바로잡고오례(五禮)를 정리하고 오형(五刑)을 밝혀서 오전(五典 오륜(五倫))을 돕게 하였다.

 

자신은 순수(巡守)하고 제후들은 조근(朝覲)하여 정치에 관한 일을 설명케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공로를 시험해 밝혀서 공로에 따라 수레와 의복을 내려 주었다. 구관(九官)에게 명하고 12()에게 자문하였으며, 3년마다 업적을 살펴서 세 번 업적을 살피는 동안 아무런 실적이 없는 자는 내쫓고 현명한 사람은 승진시켰다. 그리고 말하였다.

“덕이 있는 이를 후하게 해 주고 인(仁)한 이를 믿으며, 음흉한 사람을 막아 내라.”

 

기자(箕子)는 구주(九疇)의 세 번째인 팔정(八政)을 서술하였는데, 먹는 것, 재물, 제사 지내는 것, 땅을 다스리는 것, 백성을 가르치는 것, 범죄자를 다스리는 것, 손님 접대하는 것, 그리고 군대이다.

주관(周官)에, 육경(六卿)이 직책을 분담하였는데, 태재(太宰)는 나라의 정치를, 사도(司徒)는 나라의 교육을, 종백(宗伯)은 나라의 예의를, 사마(司馬)는 나라의 군정(軍政)을, 사구(司寇)는 나라의 법령(法令)을, 사공(司空)은 나라의 토지를 각각 담당하여 구주(九州)의 목(牧)을 인도하고 백성들을 잘 살게 해 준다.


밝은 임금이 정사를 세우는 데는, 벼슬 그 자체를 중히 여긴 것이 아니라 벼슬 맡을 사람을 중하게 여겼다. 그래서 성왕(成王)이 육경에게 훈계하기를, “명령은 한 번 내리면 취소할 수 없는 것이니, 공익(公益)을 위하고 사정(私情)을 없애야 한다.”하였다.

《논어(論語)》에 성인이 정사를 논(論)한 것이 상세하다. “하 나라의 역법을 쓰고, 은 나라의 수레[輅]를 타고, 주 나라의 면류관[冕]을 쓸 것이며, 음악은 소무(韶舞 순 임금의 음악)로 할 것이다. 정(鄭) 나라의 음악은 금지하고 말 잘 둘러대는 사람은 멀리해야 하는데, 정 나라의 음악은 음탕하고 말 잘 둘러대는 사람은 위험 인물이다.”라 하였다.

정치를 하는 것은 사람을 잘 등용하는 데 달려 있다. 사람을 잘 가려내려면 자신의 덕부터 닦아야 하는데, 자신의 덕을 닦는 데는 도(道)로써 하고, 도를 닦는 데는 인(仁)으로써 해야 한다.


인(仁)이란 ()인데 어버이를 어버이답게 받드는 것이 큰일이고, 의(義)란 사리에 알맞게 하는 것인데 훌륭한 이를 존중하는 것이 큰일이다. 친한 이를 친히 여기는 정도를 차츰 낮추어가는 것과 훌륭한 이를 존중하는 데에 차등이 있는 것에서 예가 생기게 된 것이다.

대체로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데는 아홉 가지 상도(常道)가 있는데, 자신의 덕을 닦고, 훌륭한 이를 존중하고, 친한 이를 친하게 여기고, 대신(大臣)을 공경하고 모든 신하를 체찰(軆察)하고, 서민(庶民)을 자식같이 아끼고, 각종 기능공(技能工)을 오게 하고, 먼 곳 사람들을 회유(懷柔)하고, 제후들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백성에게 장중한 태도로 임하면 그들이 공경하며, 자신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여러 사람을 사랑해 주면 백성들이 충성스러워지며, 훌륭한 이를 등용하고 무능한 자를 가르치면 선행(善行)에 힘쓰게 된다. 그래서, ‘새로워지는 백성을 진작(振作)시키라.’고 하였다.

관대하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신용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든 것을 맡기며, 민첩하면 공을 이루고, 공정하면 모두들 좋아한다. 그래서,“정치를 하는데 자신의 덕부터 닦으면 백성이 외복(畏服)한다.”라 하였다.

정치나 형벌로 백성들을 죄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도덕과 예의로써 백성들이 자신도 모르게 날로 착해지도록 하는 것만 못하다. 그래서,“예의와 겸양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으며, 예의와 겸양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예의의 형식을 갖춘들 무엇하겠는가.”라 하였다.

 

정치를 하는데 자신의 덕부터 닦게 되면 굳이 명령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시행된다. 위에서 예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위에서 의리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위에서 신용을 좋아하면 백성들이 진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된다면 사방의 백성들이 자식을 등에 업고 찾아올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백성과 먹는 것과 초상과 제사다. 그래서 주서(周書)에, “백성의 오교(五敎) 오륜(五倫)의 교육를 중하게 여겼는데 오직 먹는 것과 상사(喪事)와 제사를 더 중하게 여겼다.”라 하였다.

매사를 조심성 있게 해 나가고 신용 있게 하며, 비용을 절약하고 사람을 아끼며, 백성을 부리되 적절한 시기를 가려서 동원해야 한다. 성급하게 이루려 하지 말 것이며, 조그만 이익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성급하게 이루려 하면 완벽하게 안 될 것이고 조그만 이익에 현혹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가르치지 않고서 죽이는 것을 잔학(殘虐)이라 하며, 미리 어떻게 하라고 지시도 하지 않고서 완성되기를 요구하는 것을 포(暴)라 하며, 명령은 흐지부지하게 하면서 시일만 재촉하는 것을 적(賊)이라 하며, 사람들에게 무엇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데 출납(出納)에 인색한 것을 유사(有司)라고 한다.

홍범(洪範)에, “백성들 중에 그릇된 패거리를 이룬 자가 없고, 관리들이 자기 무리들만 위하는 행동이 없음은, 임금이 기준 법칙을 시행했기 때문이다.”하였으며, “비뚤어지거나 치우치지 않으면 임금의 길은 확 트이게 넓으며, 치우치거나 비뚤어지지 않으면 임금의 길은 평평할 것이고, 상도(常道)에 위배되거나 편파적으로 하지 않으면 임금의 길은 바르고 곧을 것이다.”하였고, “의지할 곳 없이 외로운 사람들을 학대하거나, 지체가 높고 유명하다 하여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하였다.

하늘과 사람은 일체(一體)이다. 하늘이 재앙을 내리느냐, 상서를 내리느냐 하는 것은 사람이 덕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는데, 사람의 도리가 문란해지면 그에 대한 응징이 천변(天變)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성인은 그런 점을 두려워한다.

제 경공(齊景公)이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서 물어보자 공자는, “임금은 임금 노릇을 하고 신하는 신하 노릇을 하며, 아비는 아비 노릇을 하고 자식은 자식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라 하였다.

 

그래서,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도리에 맞지 않으며, 말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예악(禮樂)이 성행(盛行)하지 못하게 되며, 예악이 성행하지 못하게 되면 형벌이 공정하게 가해지지 않으며, 형벌이 공정하게 가해지지 않으면 백성들은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라 한 것이다.

태복지명(太僕之命 《서경》 경명(囧命)편)에, “그대의 동료(同僚)들을 신중히 선발하여, 교묘한 말을 하거나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표정을 꾸미거나 온당치 못하게 눈치를 살피며 아첨하는 자를 쓰지 말라.”하였다. 그래서 《논어》에서는, “자줏빛이 붉은빛을 압도하는 것을 미워하며, 정 나라 음악이 아악(雅樂)을 혼란시키는 것을 미워하며, 약삭빠른 말재주가 나라를 망치는 것을 미워한다.”라 하였다.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니, 사람들의 바르지 못함을 바로잡는 것이다. 하늘의 도리는 착한 이는 복을 주고 방탕한 자는 화를 주므로, 죄인은 쫓겨나 굴복한다. 《주역》에,“울부짖어 봐야 소용 없다. 마침내 흉하리라.”하였는데, 이것은 소인이 극도로 궁색하여 울부짖을 수도 없이 마침내 흉함만 있다는 것이다.

옛날 헌원씨가 치우를 이기고, 전욱씨가 구려를 정벌하고, 순 임금이 사흉에게 벌을 내리니, 천하가 굴복하였다. 그런데 주 나라가 쇠하고 왕도정치가 종식되자, 난신적자들이 세상에 잇달았다. 성인이 이를 걱정하여 노(魯) 나라 역사를 빌려서 《춘추》를 지었는데, 그 글의 내용이 덕이 있는 이는 표창하고 죄가 있는 자는 추방하였으며, 간사한 말을 배척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바르게 하였다. 《춘추》란 혼란을 평정하여 질서를 바로잡는 책이다.

 

그래서 맹자(孟子)는, “왕자의 자취가 종식되자 시가 없어졌고 시가 없어지자 《춘추》가 만들어졌으며 《춘추》가 만들어지자 난신과 적자들이 두려워하였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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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정덕(正德)---후생(厚生) : 정치의 3대 원칙을 말한다. 정덕은 오상(五常)의 올바른 덕이고, 이용(利用)은 모든 자원

        (資源)을 활용하는 것이며, 후생은 의식주의 생활을 후하게 해 주는 것이다. 《書經 大禹謨》


[주02]구공(九功) : 아홉 가지 일을 말하는데, 수ㆍ화ㆍ목ㆍ금ㆍ토ㆍ곡과 정덕ㆍ이용ㆍ후생이다. 《書經 大禹謨》

 

[주03]엄유비식(嚴惟丕式) : 엄격히 생각하여 크게 교훈을 삼는다는 뜻으로 현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書

        經 立政 注》


[주04]칠정(七政)을 바로잡고 : 금ㆍ목ㆍ수ㆍ화ㆍ토 5성(星)과 해ㆍ달의 운행을 바로잡는다는 말이다. 《書經 舜典》


[주05]오례(五禮)를 정리하고 : 길례(吉禮)ㆍ흉례(凶禮)ㆍ군례(軍禮)ㆍ빈례(賓禮)ㆍ가례(嘉禮)의 다섯 가지 예를 정리하

        여 천하의 풍속을 같게 하는 것을 말한다. 《書經 舜典》


[주06]구관(九官) : 국정(國政)을 담당하는 아홉 관직으로, 사공(司空)ㆍ후직(后稷)ㆍ사도(司徒)ㆍ (士)ㆍ공공(共工)ㆍ우

        (虞)ㆍ질종(秩宗)ㆍ전악(典樂)ㆍ납언(納言) 등이다. 《書經 舜典》


[주07]12목(牧) : 목은 목민관(牧民官)으로 12주(州)의 장(長)을 말한다. 《書經 舜典》


[주08]인(人) : 여기서는 사람의 기본 도리를 말한 것이다.


[주09]유사(有司) : 어떤 부서의 담당관을 말한다. 여기서는, 어차피 줄 것을 가지고 인색하게 우물쭈물하는 것은 유사가

        하는 짓이지 정치하는 기본은 아니란 것이다. 《論語 堯曰》

 

[참고문헌]

 ◇미수기언 >기언(記言) 제31권 원집(原集) 내편 >경설(經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