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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德)과 공(功)에대하여......

야촌(1) 2010. 8. 13. 03:08

사람은 음(陰)과 양(陽)의 기운을 타고 태어나게 되는데,

살아 있을 때는 기(氣)가 모인 것이고 기가 흩어지면 죽는다.

 

 

고(故) 정당문학(政堂文學) 이공(李公=李彦冲) 묘지명에서

 

이언충 묘지명(李彦冲 墓誌銘)

 

졸옹 최해 (拙翁 崔瀣) 씀

1287(충렬왕 13)~1340(충혜왕 복위 1)

 

 

그 사이에 궁박함과 현달함, 뜻하는 것을 얻음과 잃음, 수명의 길고 짧음, 더디 죽고 빨리 죽음은 또한 각자 타고난 바를 따르는 것이라 괴이하게 여길 것이 없다.

 

그러나 만약에 있는 그대로 내버려둔 채 더 이상 수양을 하지 않는다면 끝내는 초목과 똑같이 썩어 없어져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사라지고 말 것이니, 또 이른바 천지 사이에 참여하고 만물 가운데 가장 신묘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되지 못할 것이다.

 

예로부터 몸이 죽어도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은 덕(德)이 아니면 공(功)이라 하겠다.

예컨대 태산(泰山)은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구름이 조금씩 일어나서 비가 오면

그 혜택이 사해(四海)에 두루 미치는 것을 사람들이 아니, 이것을 덕이라 한다.

 

일의 중요한 기회를 만나서 우레와 바람처럼 세차게 일어나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제하여 사직(社稷)을 이롭게 하는 것을 공이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그 몸은 죽더라도 그 도(道)는 더욱 드러날 것이요, 그 일은 까마득히 멀어져가도 그 이름은 더욱 빛을 발하여 천 년 뒤에라도 일월(日月)과 빛을 다투게 될 것이니, 어찌 평소 출처(出處)의 쉽고 어려움을 논할 것이 있겠는가.


나는 나이가 들었으므로 그동안 본 것이 많다. 바야흐로 권세가 등등하여 부럽기도 두렵기도 한 것을 보다가도 미처 발길을 돌리기도 전에 쇠잔해 없어져 버려 미처 그가 행한 업적을 물어볼 겨를이 없으니, 모두 슬픈 일이다. <중략>